[추연중의 문화칼럼] 영감의 보고, 찬송가 Remak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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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연중의 문화칼럼] 영감의 보고, 찬송가 Remak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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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3.06.18 2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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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연중 / CCM 칼럼니스트, 추미디어앤아트 대표

기존 곡을 재활용한다는 의미는 같지만 보편적으로 잘 알려진 음악의 구조나 멜로디를 건드리지 않고 편곡만을 바꿔 새로운 음악으로 만드는 작업을 ‘리메이크’라 부른다. ‘다시 만든다’는 사전적 의미대로 이는 원곡의 부분적 멜로디와 리듬만을 차용한 ‘샘플링’과는 구별된다. 리메이크의 경우 창작부재에 대한 임시방편적 해결이라는 부정적 시선도 있지만 친숙한 원곡에 동시대성을 가미한 새로운 창조물이라는 긍정적 해석도 가능하다. 이는 원곡에 대해 향수를 갖는 기존세대는 물론 현세대에게도 재창작의 묘미를 통해 새노래라는 인식을 갖게 해 두 세대가 함께 공유할 수 있는 문화를 창조해 내기도 한다.

동시대적 크리스천 음악을 지칭하는 CCM에서도 신앙적 산물의 창조적 변형에 있어 리메이크는 지속적으로 활용되는 아이템이다. 근래까지 40여 년의 역사를 갖는 경배와 찬양과 올드 CCM 넘버들에 대한 재해석이 꾸준히 시도 되고 있지만 찬송가(Hymns)만큼 왕성히, 지속적으로 재창작이 이뤄지고 있는 분야는 찾기 쉽지 않을 것이다. 그 원인은 우선 고백적인 실제 신앙체험을 가사로 형식적이고 제한적인 중세 교회음악에서 벗어나 거리에서, 민중속에서, 불릴 정도로 쉽게 만들어진 실용적이면서 대중적인 태생적 배경에서 찾을 수 있다. 찬송은 첫 합본집이 나온 18세기 후반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수세기 동안 세대와 세대를 지나며 시대적 유행과 흐름에 맞게 적절한 변형과정을 통해 새롭게 불려왔다.

찬송은 때로는 고난과 역경을 견디는 다리의 역할과 수동적 신앙에 젖어 있는 현대 기독교인들에게는 첫사랑에 대한 회복을 일깨워주는 통로가 되며 꾸준히 애청되었다. 이런 이유로 최근에도 찬송가 리메이크 앨범은 꾸준히 시도되는 아이템이다. 포크뮤지션 ‘나무엔’은 지난 2장의 앨범 수록곡을 거의 찬송가가 채웠다. 여성 CCM 가수 남궁송옥과 유명 재즈뮤지션들이 함께 결성한 ‘찬송가밴드' 역시 팀명처럼 재즈라는 장르를 통해 찬송가를 재해석해 소개하고 있다. CCM 1세대로 ‘박종호’, ‘송정미’, ‘소마트리오’ 앨범의 편곡자이자 건반연주자로 잘 알려진 ‘안선’이 얼마 전에 발표한 피아노 연주 앨범 [Truly yours]도 찬송가를 주제로 클래식과의 접목을 시도한 근래 보기 드문 수작으로 꼽힌다.

고전 찬송에 대한 동시대적인 새로운 시도들을 통해 새로운 찬양의 흐름이 파생된 것처럼 찬송가라는 원형에 대한 끊임없는 재창조적 작업은 현대 예배음악안에 다양한 영감들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치열한 고민을 전제로 본질적 정의 유지와 재창조라는 원칙을 벗어나지 않는다면 찬송가 리메이크는 창조적인 아이템의 일환으로, 새노래 부재에 대한 혜안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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