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효성 문화칼럼] 어느 기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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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효성 문화칼럼] 어느 기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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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3.05.29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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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효성의 성지를 찾아서 (16)
▲ ⓒ 방효성, 기다림.

국회 제1회 1쪽에 기록된 속기록의 내용이다.

이승만 박사는 1948년 5월 31일 제헌국회 제1차 본회의에서 임시의장으로 선출된다. 당시 이 박사는 사회봉을 들기 전에 제헌국회 의원들에게 다음과 같이 제안했다.

“대한민국 독립민주국 제1차 회의를 여기서 열게 된 것을 우리가 하나님에게 감사해야 할 것입니다. 종교, 사상 무엇을 가지고 있든지 누구나 오늘을 당해서 사람의 힘으로만 된 것이라고 우리가 자랑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하나님에게 감사를 드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윤영 의원 나오셔서 하나님께 기도를 올려 주시기 바랍니다.”

이어서 목사인 이윤영 의원은 다음과 같이 기도하였다.

“우주와 만물을 창조하시고 인간의 역사를 섭리하시는 하나님이시여! 이 민족을 돌아보시고 이 땅에 축복하셔서 오늘이 있게 하심을 주님께 성심으로 감사하나이다. 오랜 시일 동안 이 민족의 고통과 호소를 들으시고 정의의 칼을 빼서 일제의 폭력을 굽히시사 세계만방의 양심을 움직이시고, 남북이 둘로 갈리어진 이 민족의 어려운 고통과 수치를 신원하여 주시고, 우리 민족, 우리 동포가 손을 같이 잡고 웃으며 노래 부르는 날이 우리 앞에 속히 오기를 기도 하나이다. 원하옵건데, 우리 조선독립과 함께 남북통일을 주시옵고, 또한 우리 민생의 복락과 아울러 세계 평화를 허락하여 주시옵소서. -중략- 하나님이 이 회의를 사회하시는 의장으로부터 모든 우리 의원 일동에게 건강을 주시옵고, 또한 여기서 양심의 정의와 위신을 가지고 이 업무를 완수하게 도와주시옵기를 기도 하나이다. 역사의 첫걸음을 걷는 오늘의 우리의 환희와 우리의 감격에 넘치는 이 민족적 기쁨을 다 하나님에게 영광과 감사를 올리나이다. 이 모든 말씀을 주 예수 그리스도 이름을 받들어 기도하나이다. 아멘!”

놀랍게도 우리나라는 기도로 시작된 나라다. 참으로 이 일은 기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해방 후 3년간의 신탁통치 기간을 거치고 마침내 대한민국이 세워지게 되었다. 이때 처음 뽑힌 198명의 국회의원들은 종교와 사상이 다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헌국회 의원 모두가 함께 일어나 고개를 숙여 경건히 건국을 감사하는 기도를 하나님께 드린 것이다.

요즘 심기를 불편하게 하는 일이 하나 있다. 국회에 상정된 ‘차별금지법’안이다. 차별을 금지한다는 빛좋은 개살구 같은 법이다. 반기독교적인 내용을 많이 담고 있다. 타 종교를 부정적으로 말할 수 없고 양성평등을 빙자하여 동성애를 죄로 말할 수 없게 한다.기독교의 근간을 흔드는 망국적인 법안이 버젓이 입법예고된 것이다.

기도로 시작된 제헌국회의 모습과 비교해 볼 때 격세지감을 느끼게 해준다. 4월이면 회자되는 TS 엘리어트의 ‘황무지’란 시가 있다. 4월은 잔인한 달이라고 했다. 언 땅을 뚫고 라일락의 연한 싹이 돋아 나오는 생명의 강인함을 노래한다. 한반도에 일어나는 전쟁의 위협과 반기독교적인 법들이 입법되는 요즈음 더욱 음미해 볼 만한 시이다. ‘또 여호와의 구원하심이 칼과 창에 있지 아니함을 이 무리에게 알게 하리라 전쟁은 여호와께 속한 것인즉 그가 너희를 우리손에 넘기시리라’(사무엘상 17장 47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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