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혁적 세계관과 샬롬의 신학으로 사회치유와 남북통일 추구해야
세계 교회와 한국 교회 안에 자유주의 신학과 종교다원주의가 만연하고 있는 가운데, 하나님의 절대주권을 강조하며 ‘오직 성경’, ‘오직 그리스도’ 등을 외치고 있는 국내외 개혁주의 신학자들이 개혁신학의 정체성을 확고히 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최근 예장 합동총회가 ‘개혁 교회들의 부흥과 연합’을 주제로 개최한 세계개혁교회대회에 발제자로 참여한 개혁주의 신학자들은 미래 교회를 향한 개혁주의 신학의 역할과 방향성을 집중적으로 모색했다.
세계개혁교회협의회(WCRC) 회장 제리 필레이(Jerry Pillay) 박사는 “개혁 교회들이 부흥과 연합을 경험하고 싶다면 오늘날 세계와 교회의 관련성에 대한 탐구를 더 크게 고려해야 한다”며 “선교, 교제, 정의, 신학, 영성, 예배 등에 세계 교회적인 참여의 갱신을 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실 개혁 교회에 있어서 부흥과 연합의 개념은 낯설지 않다. 개혁의 중심부에는 교회의 개혁, 부흥과 갱신의 의도가 담겨져 있기 때문이다. 결국, 개혁자들의 ‘에큐메니즘’은 새로운 교회를 찾으려 한 것이 아니라 전 교회의 개혁을 추구한 것이다.
필레이 박사는 “루터, 칼빈, 츠빙글리를 비롯해 여러 개혁자들은 이러한 문제들을 언급하기 위해 교회의 ‘재각성’을 요구했다”며 “루터의 95개조 반박문과 칼빈의 ‘교회 개혁의 필요성에 관하여’는 교회의 구조, 정치, 신학, 선교, 예배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이어 “오늘날 기독교회가 부패하고, 정치적 혼란, 성적 부도덕, 세속화, 영적 무관심, 종교적 파벌, 폭력, 아이들과 여성의 학대 등의 상황에 직면해 있다는 것은 매우 슬픈 일”이라며 “개혁주의자와 개혁 교회들은 이와 같은 사건들을 침묵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필레이 박사는 개혁 교회들의 부흥과 연합을 위한 방법으로 △경제 분야와 세상에서의 정의를 위해 서약한다 △개혁주의 예배와 영적 갱신을 추구한다 △현대의 증언을 위해 개혁주의 전통과 신학을 재해석한다 △연합선교, 선교갱신, 선교역량 강화를 장려한다 △교회와 사회에서 포용과 파트너십을 촉진한다 △개혁 교회들의 정의와 평화의 증언을 가능하게 한다 등의 방향성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는 “개혁 교회들은 빈곤, 종교적인 파벌 싸움, 화해, 평화, 교육 등의 문제를 고민하기 위해 꼭 기독교인이 아닌 기관들과 다른 신앙을 가진 기관과 사람들과도 함께 일할 필요가 있다”고 피력했다.
미국 웨스트민스터신학교 제프리 주(Jeffrey K. Jue) 교수는 21세기 글로벌 교회를 위한 개혁신학의 역할을 제시했다. 그는 “개혁신학은 식민지 시대의 과오를 반복하지 않고, 동시에 진정한 개혁주의 전통을 지켜야 한다”며 “글로벌 교회의 시대에서 개혁신학이 번창하기 위해서는 서양의 개혁주의 기관들과 아프리카, 아시아, 남아메리카의 성장하고 있는 개혁주의 기독교인들이 동반자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반은총에 대한 개혁주의 교리는 글로벌 상황에서 신학적 고찰을 하기에 매우 중요하다”며 “기독교인들은 세상과 관계를 맺어야 하며, 의미 있는 방식으로 공동적인 유익을 위해 비기독교인들과 함께 일할 수 있어야 한다”고 피력했다. 공통적인 유익을 위해 일반은총의 은사를 사용해야 한다는 것. ‘세속적 소명’이라고 부르는 것을 본질적인 악으로 보지 말며, 비기독교인들과 일하는 것을 더럽다거나 그리 좋지 않은 것으로 생각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네덜란드 개신교 신학교 총장 게릿 이밍크(Gerrit Immink) 박사는 “세속화된 세계 속에서 개혁주의자들은 신앙의 풍성함을 실천들 속에서 드러내야 한다”며 “예수 그리스도를 믿지 않는 자들이나 다른 신앙 전통의 사람들과 의사소통 할 때 실천적 삶으로 접촉점을 만들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개혁신학은 언약, 선택, 창조, 칭의, 약속과 같은 성경적 개념들을 신앙의 행위, 삶과 연관돼 있어야 함을 말하고 있다”며 “개혁주의 신앙이 살아있는 것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실천에의 참여가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다양한 실천의 방법들로 신앙을 재현하며, 세속적인 사람들과 문화들이 그리스도의 풍요로움으로 연합을 이룰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총신대 박건택 교수는 “한국사회가 종교개혁을 운운하는 것은 한국 교회의 도덕적 부패를 지적하고 교회를 새롭게 갱신하려는 의지와 관련된다”며 “그러나 16세기 종교개혁의 원인이 일차적으로 도덕적 부패에 있지 않았다. 따라서 한국 교회의 도덕적 갱신을 위해 16세기 종교개혁을 끌어들이는 것은 역사적 오류에 해당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한국 교회는 구원 신학이라는 종교개혁의 유산을 잊지 않는 대신 사회 공동체의 정의를 실현하는데 앞장서야 한다고 촉구한 박 교수는 “종교개혁자들은 사회 공동체 정의 구현의 주체를 세속 국가에 넘겨주면서 결국 사회가 부패하고 있다”며 “복음을 전하는 일은 별개의 문제로 하고, 무엇보다 무례한 종교적 특권의식으로 대하지 않고 하나님의 형상을 가진 동일한 인간을 인류애로 섬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동대 최용준 교수는 “복음이 들어오면서 전통사회가 근대 시민사회로 탈바꿈했고, 경제수준 또한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한국사회는 눈부신 발전을 이룩했다”며 “이러한 과정에서 한국 교회 및 개혁주의 세계관은 적지 않은 공헌을 했음을 인정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최 교수는 “한국 교회는 개혁주의의 성공적이고 모범적인 선교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 하지만 현재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으면서 위기에 처해 있다”며 “한국 교회는 개혁주의 세계관의 본질을 회복하고, 개혁된 교회는 더욱 새롭게 계속해서 개혁되면서 사회의 진정한 빛과 소금의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글로벌 관점에서도 전 세계에 흩어진 한인 디아스포라 교회들 및 세계 교회들과 적극적으로 협력해 하나님의 나라가 구체적으로 이 땅에 도래하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국개혁주의설교연구원 서창원 목사(삼양교회)는 “한국사회는 여전히 한국전쟁, 좌우간 이념갈등, 경제정의를 향한 투쟁으로 인해 깊은 상처를 치유해야 하는 도전에 직면한 신생 민주주의 국가”라며 “칼빈주의자들은 한국에서의 승리주의에 도취해서는 안된다. 평화와 정의를 위한 변혁적인 시각을 잃지 않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서 목사는 “칼빈주의자들이 그동안 ‘오직 하나님께 영광을’, ‘왕을 위하여’를 강조했다면 이제는 지구상의 평화를 강조해야 한다”며 “변혁과 샬롬의 조화를 이룰 신학적으로 건전한 관점을 제공함으로써 극단을 넘을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피력했다.
이어 “개혁주의 신학은 이원론, 승리주의, 패배주의, 양극화를 극복하고, 다원화된 사회라는 관점에서 일반 은총을 강조하며, 역사적인 다원주의, 이념적으로 나뉜 나라에 회복을 가져다주는 사회치유와 남북통일을 목표로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 미래 교회를 향한 개혁주의 신학의 역할과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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