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선교현장에 나가 아무런 사전작업 없이 “예수 믿으세요. 예수 믿으면 복 받습니다” 했을 때 복음을 전해들을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그만큼 선교에 있어 그들과의 ‘접촉점’이란 굉장히 중요하다. 그들과 이야기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드는 것이 급선무라는 이야기. 한국세계선교협의회(이하 KWMA)는 지난달 25일에서 28일까지 서울 도봉숲속마을에서 ‘선교사 한국문화교실’을 열고 한인 선교사 및 선교사 후보생들에게 선교를 위한 접촉점을 제공했다.
# 부채로 한류의 바람을
어느 나른한 오후, 서울 북쪽의 끝자락 도봉산에 도착했을 때 어디선가 우리 곡조의 찬양 소리가 입구까지 흘러나왔다. 찬양소리를 따라간 곳에는 20여 명의 선교사들이 부채를 하나씩 들고 한국전통무용을 배우고 있었다.
“여러분! 선교지에 가면 여러분이 전문가에요. 열심히 배워 제대로 가르쳐야죠!”
셋째 날 오후의 프로그램은 호산나찬양예술신학원 전유재 원장이 맡았다. 참여한 사람들 모두 꾀를 부리는 이 없이 구슬땀을 흘리며 손동작 하나, 발동작 하나에 집중하고 있었다.많은 선교사들이 어떤 이유 때문에 이렇게 한 가지 일에 땀 흘리고 있는 것일까?
이에 대해 KWMA 사무총장 한정국 선교사는 “선교사들은 선교적 사명에 너무 익숙한 나머지 성경에서 강조하는 문화적 사명에 소홀하기 쉽다”며 “선교뿐 아니라 문화적 사명도 하나님이 주신 하나의 영역”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 선교사는 “문화적 사명은 기독교인과 비기독교인 모두에서 해당되는 부분으로 만인이 공유하는 영역”이라며 “이 분야는 선교사로서 접촉할 수 있는 천혜의 영역이며 자연스러운 기회 또한 제공한다”고 주장했다.
선교사들이 선교에만 집중한 나머지 그들에게 온전히 복음만 전한다는 것이다. 잘잘못을 따지자는 것이 아니라 선교지에 나가 복음을 전하기 전 그들이 마음을 열 수 있을만한 시간을 주는 것이 바로 ‘문화’라는 접촉점이다.
# 김치의 매운 맛도 ‘선교도구’
다음 날 선교사 및 선교사 후보생들이 찾은 곳은 ‘김순자명인김치테마파크’였다. 중년의 여성 선교사들은 자신 있게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지만 오늘의 포커스는 외국인들이 좋아하는 김치였다. 우리가 알고 있는 김치는 물론이요 새로운 김치들의 향연이 펼쳐졌다.
보기에도 좋고 먹기도 좋은 김치들이었다. 세계 어느 곳을 가도 음식을 나누어 먹는 것은 환영을 받는다. 한국을 알릴 수 있는 음식으로 그들과의 접촉점을 찾자는 것이다.
이날 강의와 실습을 담당한 한성식품 대표이사 김순자 명인은 △김치란 무엇인가? △김치의 역사 △김치의 우수성 및 영양성분 △김치의 종류별 특징 △김치의 무한변신과 가능성 △김치를 맛있게 먹는 방법 등을 가지고 우리가 평소 알던 김치에 대한 것은 물론 김치의 새로운 면에 대해서도 다뤄 선교사들이 김치를 알릴 수 있도록 도왔다.
특별히 김치의 무한변신과 가능성에서는 타지의 음식이라 거부감을 가질 수도 있다는 전제 아래 ‘퓨전김치’에 대한 설명도 이뤄져 관심을 모았다. 외국인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아스파라거스로 만든 김치나, 양배추 김치, 브로콜리 김치 등 해외에서 쉽게 조달할 수 있는 채소들로 김치를 만들 수 있는 방법들이 전해졌다.
# 문화선교에 대한 인식 전환
3박4일간 열린 이번 한국문화교실은 몇 년 전부터 문화체육관광부의 후원으로 이뤄지고 있다. 그 이전에는 KWMA나 선교기관들의 후원을 받아 진행했지만, 해외로 나가는 선교사들의 비중이 늘어났고 또 그들의 영향력이 높아지자 선교사들에게 투자해 대한민국을 널리 알리자는 취지를 가지고 지원하고 있는 것.
실질적으로 선교가 불가능한 나라들에는 ‘한국문화원’이라는 이름으로 해당 국가에서의 생활이 가능하다. 문화원에서 대한민국의 문화를 알리고 가르치는데 집중하지만 그 이면에는 그 민족을 품고 나라를 품는 선교사의 마음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정부에서도 한국문화원에 대한 관심이 높다.
하지만 정부 주도의 한국문화원 설립은 엄청난 예산이 소요되고 절차가 복잡해 쉽게 확장되지 못하고 있다. 이에 KWMA는 2008년도 총회에서 한국문화교류진흥원 설립을 제안해 현재 운영 중이다. 전 세계에 급속도로 퍼지고 있는 한류열풍 또한 선교사들이 한국문화교실을 찾는 이유 중 하나다.
K-팝은 물론이요 한국어 등 대한민국에 대한 모든 것을 궁금해 하는 이들과 만날 수 있는 장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KWMA 문화사역실장 전호중 선교사는 “매년 열리는 행사이기 때문에 프로그램들이 뒤쳐졌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라며 “매년 현지의 선교사 및 선교사 후보생을 대상으로 설문을 통해 외국인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KWMA 문화사역실은 7월 MK국토순례, 8월 한국어학습지도교사 단기과정, 9월 해외청소년문화캠프, 12월 해외문화공연 등을 계획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