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종교나 그들의 성지가 있다. 성지란 거룩한 곳으로 자신들이 믿는 신앙의 본향을 성지라 부르며 성지를 찾아 순례를 하는데 큰 의미를 갖고 있다. 불교는 석가의 탄생지인 인도를 성지로 두고 있으며 이슬람인들은 마호메트의 탄생지인 메카를 그들의 성지로 삼고 있다.
기독교인 들은 단연 이스라엘을 성지로 여기고 있다, 갈대아 우르를 떠나 젖과 꿀이 흐르는 땅 가나안으로 떠난 아브라함으로부터 시작하여 종살이하던 애굽(현재 이집트)땅에서 모새를 통한 하나님의 인도로 홍해를 건너 광야를 거쳐 가나안 땅에 이르는 이스라엘 백성들의 발자취를 따라 순례를 한다. 다윗왕 으로부터 예루살렘은 크리스챤들에게 성지의 중심이 되었으며 예수탄생 이후 공생애를 보내며 이적과 기사를 행하신 지명과 이스라엘 땅을 밟으며 시간을 초월하여 그 자취를 따라 찾아 떠나는 순례가 있다. 신약시대로 오면 바울의 전도여행과 사도들의 발자취를 따라가보는 터키.그리스.로마의 성지순례가 있다.
하나를 더 추가한다면 유럽의 종교개혁지 순례가 있다 종교개혁자 마틴 루터의 비텐베르그 성 과 칼빈, 쯔빙글리 등 이 활동한 유럽지역으로 의 순례이다. 성경 안에서 배우고 알던 역사적 현장을 시간을 초월하여 느끼는 감정은 가보지 않아도 그 설레임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렇듯 성지는 신앙인들에게는 마음의 고향이며 순례를 통하여 당시의 감동을 체험적으로 느끼고 막연한 성서 속 지명의 모습들이 깊이 각인되어 은혜가 되기 때문이다. 시간은 지나 세상은 변하고 당시의 모습과 사람은 없을 지라도 역사적 의미만은 퇴색될 수 없는 것이기에 오늘도 많은 순례객들은 저마다의 성지를 찾고 있다.
기독교문화가 꽃 피웠던 유럽지역에 가면 커다란 성당.교회들이 많이 있다. 일찍이 복음이 전파되었던 나라들은 선진 문명 국가 가 되었으며 세계속에 부강한 나라들로 자리 잡고 있음을 확인하며 은혜를 나눈다.
필자는 해외로 나아가 작품 활동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유럽지역에 가면 늘 느끼는 것이기도 한대. 아이러니 하게도 우리들이 성지로 찾는 서구 유럽에서 주일이 되면 제일 난감해진다.
서구 교회의 몰락. 아니 쇠퇴라고들 말을 한다. 커다란 교회들은 이미 십자가를 내린지 오래되었고 교회벽에는 커다란 간판이 붙어 있다. 결혼식 파티장의 모습 아니면 맥주집으로 변해 있다. 교회제단이 있던 자리는 무희들이 공연하는 자리로 바뀌었고 술잔을 기울이는 자리들로 바뀌어 있다. 이탈리아.프랑스.네델란드.독일등 남부유럽부터 교회가 퇴락 하기 시작하여 북유럽으로 그 기운이 올라오고 있다. 영국도 상황이 다르지 않다 구한말 대동강변에서 순교를 하며 전한 성경책으로 인해 선교의 꽃을 피운 토마스 선교사를 파송한 영국 웨일즈 에 있는 하노버 교회는 이제 몇 명의 노인만 남아 예배드리는 교회가 되었다.
유럽을 여행 할 때마다 한인 교회를찾아 예배를 드린다. 그나마 큰 도시에는 한인교회들을 찾을 수 있다.하지만 한인교회가 없는 곳에서는 혼자 예배를 드린다. 외지에서 드리는 예배는 너무도 귀하고 더욱 감격적이다. 몇 년전에는 헤이그에서 교회를 찾다가 이준기념교회 창립소식을 듣고 주소를 가지고 한참을 헤맨 후에 예배를 드릴 수 있었다. 최근에는 스위스에서 열린 국제 아트 심포지움에 참석차 스위스 비엘에 머무른 적이 있었다. 스위스는 쯔빙글리 가 종교개혁을 주도한 나라이기에 개신교의 교회가 꾀 많은 곳이다. 주일을 지키기 위해 몇몇 교회들을 살펴보았다. 한인교회를 검색해 보았지만 베른과 쮜리히에 있기에 현지 프랑스 교회를 가기로 하고 주일 아침 숙소를 나섰다.
언덕위에 자리잡은 아름다운 교회이다. 긴 계단을 오르는 동안 숨이 찼지만 주일을 지킬 수 있다는 기대감에 차 있었다. 그러나 육중한 교회문을 여는 순간 문은 굳게 닫혀있었다. 안내 게시판에는 ‘예배 없음’이란 안내글이 붙어 있었다. 몇몇 교회를 찾아보았다. 주일이건만 교회는 굳게 문이 닫혀 있었다.
교회는 마을에 시계탑으로 정시가 되면 종소리가 울린다. 여기저기에서 교회마다 종소리를 요란하게 울려대는 알람시계 역할을 하고 있다. 주일 아침거리 풍경은 휴가를 떠난 텅빈 도시 같은 적막감 까지 든다. 길에서 마주친 한 신사에게 물어 보았다. “혹시 여기 개신교 교회당 중에 주일에 문을 연 곳이 있습니까?” 이 신사가 잠시 생각 하더니 손가락으로 한곳을 가리키며 “오직 저기만 열려있습니다”라고 말한다. 손끝은 따라 쳐다보니 하늘을 가리키고 있었다. “하늘은 열려있네요” 이렇게 말하고 가버렸다.
역시 하늘만 열려있고 지상의 교회는 문을 닫았구나. 이것이 스위스 아니 유럽의 현실인 것이다. 한국에서 주일 마다 예배를 드리며 찬송을 부르는 그 시간이 그렇게 소중하고 귀할 수 없다. 그러나 한국교회도 성장과 부흥기를 지나 정체기에 접어들었다. 우리들이 갈망하는 성지는 관광상품으로써 밖엔 더 이상 의미를 찾기 힘든 곳이 되고 말았다.
그곳에는 열정어린 예배는 없다. 앞서 언급했던 이스라엘과 이집트의 구약시대와 터키 그리스 로마의 신약시대 그리고 중세 종교개혁의 기치를 높이 들었던 유럽이 예배가 사라진 곳이 되고 말았다. 혹시나 머지않아 한국의 초대형 교회 성전들이 한때 몇 만 명을 자랑했던 세계 최대의 교회였다는 역사적 기념으로 남는 곳이 되지 않을까 염려 아닌 염려도 해본다. 우리는 아직 세계복음화를 위하여 할 일이 많은 나라이다. 선교적 사명을 감당하기위해 한국교회는 끊임없이 갱신하고 부흥해야 하므로 그런 염려를 할 이유가 없다고 생가하고 싶다
이제 유적이나 유물로 남은 과거의 흔적을 찾는 순례보다 하나님이 살아계셔서 역사하시는 한국 땅이 성지가 아닌가 말하고 싶다. 거룩한 예배가 살아있고 새벽마다 눈물로 기도하는 한국교회가 있다. 마음껏 하나님을 찬양하는 아름다운 땅 대한민국이 있다. 하나님의 은총이며 복 받은 민족임을 깨달으며 감사한다. 한국 교회를 찾아 성지순례를 온다면 많은 도전과 열정을 갖고 가지 않을까 생각한다. 나는 이 땅을 밟으며 날마다 성지 순례를 한다.
방효성(한국기독미술인선교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