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막 신앙생활을 시작한 김진영 씨(35세. 여). 요즘 들어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바로 ‘절’ 때문이다. 가끔 TV에 오르내리는 제사 또는 절과 관련한 이혼 부부들의 뉴스들을 보면 가슴이 조마조마하다. 시부모와 남편이 교회에 출석하는 것을 반대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썩 환영하는 것 또한 아니기 때문이다.
“거, 봐라. 절도 못하게 해서 부부가 이혼까지 한다는데 꼭 교회에 가야겠냐?”는 힐책이 날아올 것 같아 마음이 여간 불안하지 않다.
가끔 접하는 TV 뉴스도 이런 문제를 다루고 있었다. 결국 절하지 않는다는 이유가 문제의 핵심인 것으로 생각됐고, 교회에서는 절하는 것을 반대하고 있다는 것 또한 예전부터 이미 알고 있었다. 친구의 전도로 교회에 다니게 된 김 씨도 ‘절은 해서는 안되는 것’이라고 배웠고 담임 목사 또한 그렇게 교육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명절 때나 새해에 교회에서도 절을 하는 모습을 종종 보았다는 기억이 번뜩 뇌리를 스쳤다. 심지어 목사님도 절을 하는 것을 본 것 같았다. ‘내가 잘 못 본 것일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지만 분명 두 눈으로 똑똑히 본 것이었다. 목사님도 과연 절을 하고 있었다. 이게 어떻게 된 것일까.
‘절’. 국어사전에는 ‘남에게 공경하는 뜻으로 몸을 굽혀 하는 인사’, ‘공경하는 정도나 상황 및 대상에 따라 하는 방법이 다르다’고 설명하고 있다. 사전적 의미로는 아무 문제가 되지 않아 보이는 이런 절. 과연 해서는 안되는 것일까. 그리고 성경에서는 절에 대해 뭐라고 기록하고 있을까.
성경에도 절을 한 기록이 있다. 창세기 48장 12절에 보면 애굽의 총리대신이 된 요셉이 아버지를 만난 다음 ‘땅에 엎드려 절했다’는 기록이 있다. 분명히 절을 했다는 기록이다. 그런데 출애굽기 20장 4절과 5절을 보면 ‘… 어떤 형상도 만들지 말며, 그것들에게 절하지 말며 …’라고 기록하고 있다. 여기서는 절을 하지 말란다.
상충되는 게 아닐까. 그렇지만 아니다. 창세기의 경우 살아있는 사람이나 공경할 만한 대상에 대한 예의와 공경의 의미를 담은 절이다. 하지만 출애굽기의 상황은 유일하신 하나님을 거부하고 우상에게 굽혀 절하는 배교행위와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과연 교회에서 모든 절을 금지하고 있을까. 아니다. 교회도 절을 하게 한다. 목사 또한 절을 한다. 하지만 살아있는 사람에게 한정된다. 그리고 존경과 공경의 의미를 담아야 한다.
대표적인 예가 명절, 생신 등을 비롯한 절기와 가족들의 모임. 이런 경우 부모님이나 친척, 어르신들에게 공경과 무병장수를 염원하는 마음을 담아 절을 하게 된다. 이런 절은 어느 교회에서나 허용된다. 교회가 결코 모든 상황이나 의미에서의 절을 금지하거나 막는 것은 아니다.
‘교회에서는 절을 못하게 한다’는 말은 사실 틀린 지적이다. 이런 상황을 모르고 하는 말이다.
그러면 어떤 상화에서의 절은 금지할까. 바로 ‘우상에게 절하는 것’, ‘죽은 사람에게 절하는 것’. 일부 교단의 경우 돌아가신 부모님의 영정 앞에서 절하는 것을 ‘부모에 대한 공경’의 의미로 해석해 허용하기도 하지만, 보수적 색채가 강한 한국 교회의 정서상 ‘실체가 없는 영혼’에 대한 절의 의미로 해석해 반대하는 교단이 대부분이다.
절. 교회에서도 한다. 살아있는 부모와 어르신들에 대한 존경과 예의의 마음이 담긴 표현이다. 바로 말해 줄 필요가 있다.
한국 교회 다름과 닮음(36) 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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