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에서 분당으로 이사한 김 집사. 이사 후 집 근처 교회에서 주일예배를 드리다 사도신경을 암송하던 김 집사는 깜짝 놀랐다.
“전능하사 천지를 만드신 하나님 아버지를……” 하면서 신앙고백을 시작했는데, 아 이게 무슨 일일까. 달랐다. 생소한 낱말들이 귓가에 걸렸다. ‘내가 교회를 잘 못 온 것일까.’ 순간 당황한 나머지 사도신경 암송을 중지하고 가만히 귀를 기울였다.
“나는 전능하신 아버지 하나님, 천지의 창조주를 믿습니다…….” 생소했지만 내용은 거의 같았다. 혼란이 있었지만 예배를 끝내고 새신자실로 안내된 후 담임목사에게 이 문제를 질문했다. “통합측에 소속된 우리 교회는 새로 번역된 사도신경과 주기도문을 사용한다”는 대답이었다.
그랬다. 본인이 그동안 출석하던 교회는 예장 합동측. 이사하면서 새로 등록한 교회는 통합측에 소속된 교회였다. 담임목사가 선물로 건네주는 새 성경책 표지를 들여다보니 앞면에 사도신경과 주기도문이 두 가지 번역으로 모두 인쇄돼 있었다.
현재 한국 교회에서 신앙고백용으로 사용하는 사도신경은 3가지. 가톨릭까지 포함하면 4가지로, 모두 공 예배에 사용되는 것이다. ‘전능하사 천지를’로 시작되는 것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사도신경. 성공회의 경우 ‘전능하신 하느님 아버지’로 시작한다. 예장통합측의 경우 ‘나는 전능하신 아버지 하나님’으로 시작하는 새로운 번역을 채택해 사용한다.
초기부터 별도의 사도신경을 채택했던 성공회를 제외한 대한민국의 모든 교회들은 몇 년 전만 해도 하나의 사도신경으로 신앙을 고백했다. 가톨릭 예전에 가까운 성공회를 제외하고는, 어느 교파의 교회에 출석하든 신앙고백에 대해서는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됐다.
하지만 4년 전부터는 상황이 달라졌다. 현재 별도의 사도신경을 고백하는 교단은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통합측의 경우 산하 모든 교회들이 새로 번역된 사도신경을 사용한다. 통합측의 새 사도신경 사용은 4년 전인 지난 2006년 열린 ‘제91회 총회’에서 결정됐다. 하지만 이후 사용 시까지는 몇 년의 시간이 더 필요했다.
개 교회들이 ‘교인들의 혼란’을 이유로 사용을 꺼렸고, 이를 이유로 지난해에 접어들어서야 교단 내 대부분의 교회들이 새 사도신경으로 신앙을 고백할 수 있게 됐다.
새 사도신경으로 신앙고백을 하던 통합측 산하 교회들의 경우 한동안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눈을 감고 사도신경을 암송했던 교인들이 눈을 뜨고 강단 전면의 화면을 보는가 하면, 찬송가 앞면을 펴놓고 이를 읽는 모습들이 흔하게 목격됐다.
새 번역에 대한 반응도 제각각. 평생 입에 밴 사도신경을 접어두고 새 사도신경으로 신앙을 고백하려니 입에 붙지 않는 생소한 단어들이 말문을 막았다. 말이 끊기고 꼬이기 일쑤였다. 어떻게 신앙고백을 했는지도 모르게 끝나기가 일쑤였다.
하지만 30~40대 장년들이나 대학 청년부를 비롯한 주일학교의 경우 쉽게 받아들였다. “이해가 더 쉽고 진솔한 고백을 드리는 것 같다”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이것도 예장 통합측 소속 교회에서만 볼 수 있는 일. 예장합동과 백석, 고신을 비롯한 대부분의 장로교단은 물론 교파가 다른 감리교나 성결교, 순복음, 루터교 등은 원래의 사도신경으로 신앙을 고백한다. 한국 교회 전체를 5만 교회로 추정했을 경우 4/5 정도가 예전의 사도신경을, 1/5 정도가 새 사도신경으로 신앙을 고백한다.
반면 침례교는 대부분의 교회가 사도신경을 활용한 신앙고백을 하지 않는다. “사도신경은 성경이 가르친 것이 아니기 때문”이 그 이유다. 사도신경은 성경에 유래가 남아있고 예수께서 친히 가르치신 주기도문과는 달리 이후 별도의 모임을 통해 신조로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이유야 어떻든 한국의 교회와 교인들이 고백하는 사도신경은 한가지가 아니다. 하나인 듯하지만 서로 다른 교파가 존재하듯, 사도신경 또한 서로 닮은 듯 조금씩 다르다.
[한국 교회, 다름과 닮음-1] ‘사도신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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