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식처 없는 이주여성, 교회가 인내와 사랑으로 품어야
상태바
안식처 없는 이주여성, 교회가 인내와 사랑으로 품어야
  • 정재용
  • 승인 2009.05.20 15: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중기획] 희망을 주는 한국교회, 낮은 곳을 돌아보자 <3>
▲ 다문화 시대의 도래로 아내와 엄마, 그리고 사회인으로서 결혼이민여성들의 역할이 날로 중요해지고 있다.

다문화 가정, 그들도 우리의 이웃이다


상 - 증가하는 다문화가정 대안 없는 우리사회

중 - 교육제도권 밖 방황하는 이주아동ㆍ청소년

하 - 행복 찾아왔다 상처 안고 떠나는 여성들


세계 정치ㆍ경제의 중심에 서있는 미국, 한편으로는 다양한 피부색을 지닌 사람들이 함께 모여 살아가는 나라이기도 하다. 때문에 여느 나라들 못지않게 인종차별에 대한 심한 진통을 겪어왔다. 지난해 11월에는 피부색이 검은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는 또 다시 피부색과 인권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하게 만들었다.
단일민족이라 불리던 우리나라에도 이제 다인종, 다민족, 다문화시대가 열렸다. 이는 단순히 상투를 틀고 비녀를 꽂던 옛 시대와 비교되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가족들과 자녀들이 외국으로 이민을 가고 유학을 가듯 주위를 둘러보면 이미 수많은 외국인들이 우리의 이웃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는 사실을 수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제 한국은 세계로 뻗어나가는 한국만이 아닌 세계가 찾아오는 한국이 되었음을 받아들여야 할 시기에 이르렀다. 불법체류자 되버린 외국인노동자들, 교육의 기회를 잃고 방황하는 이주아동ㆍ청소년들, 코리안드림을 꿈꾸며 찾은 한국에서 상처만 안고 떠나는 결혼이민여성들까지 우리가 끌어안고 섬겨야 할 사람들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편집자 주>
 

10년 전 돈을 벌기 위해 한국을 찾은 에이다(36세, 베트남)씨는 근무하던 회사 사장님의 소개로 6년 전 한국남성과 결혼을 하게 됐다. 현재 5살짜리 딸과 3살짜리 아들, 그리고 뱃속에 4개월 된 아기의 엄마로 살아가고 있는 에이다씨는 말로 다 못할 고통스런 삶을 살아가고 있다며 눈물을 쏟아낸다.

“남편을 처음 만났을 때 인상도 좋았고 주변에 믿을만한 사람들이 결혼하라고 부추겨서 서둘러서 결혼을 했었어요. 그런데 한국사람이 아니라서 참고 이겨내야 할 것들이 너무나 많은 것 같아요.” 에이다씨는 결혼을 하고 한참 뒤에서야 남편이 공황장애를 앓고 있는 정신지체장애인이란 것을 알게 됐다. 아내 몰래 먹고 있던 약이 정신과 치료를 위해 먹는 약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 에이다씨는 ‘속았구나’라는 생각에 하늘이 노랬지만 이미 태어난 딸을 위해 하루하루 기도로 참아내며 지금까지 살아오고 있다고 했다.

그의 눈물에는 수많은 의미가 담겨있었다. 정신병을 앓고 있는 남편이 한국여자과 결혼을 못하자 주변사람들이 외국인인 자신을 속여서 결혼을 시켰다는 원망, 하루가 멀다 하고 화를 내며 자신을 폭행하는 남편에 대한 공포와 미움, 남편이 경제생활을 전혀 못해 생활보조금으로만 다섯 식구가 살아가야한다는 고민들까지 자신의 처지가 너무나 비참하기 그지없음을 한탄하는 듯 했다.

하지만 에이다씨는 자식들을 생각하며 이내 눈물을 닦고 마음을 다잡는다. “하루에 이혼을 몇 번씩 생각할 때도 있어요. 그래도 생활보조금도 못 받는 사람들도 있고 임대아파트지만 집도 없는 사람들을 생각하면서 감사함으로 살려고 노력해요. 저희 남편이 예수님 영접하고 병도 빨리 고쳐질 수 있도록 기도해주세요.”

에이다씨가 겪은 이러한 한국에서의 결혼이민생활 경험담은 이제 우리 주변 어디에서나 쉽게 접할 수 있는 이야기들인지도 모른다.


# 8쌍 중 1쌍 국제결혼, 다문화가정 급증

현재 우리나라에는 최소 21개국 이상의 여성들이 한국인 남성과 다문화가정을 이루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으며, 2010년이면 5가구 중 1가구, 20%의 가정이 다문화가정이 될 것이라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이같은 추측을 뒷받침이라도 하듯 통계청 발표에 의하면 2004년 국제결혼 건수가 3만5천447건으로 급증한 이후 꾸준히 증가해 2005년 4만3천375건, 2006년 3만9천690건, 2007년 3만8천491건 등으로 평균적으로 8쌍 중 1쌍 이상이 국제결혼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995년 1만3천494건이었던 국제결혼이 10년 만에 3만건 이상 급증하며 외국인 여성들의 결혼이민비율이 높아지고 있고, 지난해 발생한 국제결혼의 경우에도 75.7%가량이 외국인 여성과의 결혼인 것으로 밝혀져 결혼이민여성들에 대한 한국사회의 관심이 요구되고 있는 현실이다.

지역별로는 경기도가 22%로 가장 많은 결혼이민여성들이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서울이 20.6%로 경기도 다음으로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이같은 분포도는 안산, 의정부, 김포, 광주, 이천 등 제조업 공장들이 경기도에 밀집되어 있어 고용허가제로 인한 외국인노동자들의 유입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외에 광역시 중에서는 인천광역시와 부산광역시가 각각 5.3%, 4.9%로 거주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경상남도(6.9%), 경상북도(5.9%), 전라남도(5.2%), 전라북도(4.5%) 등지의 농어촌에서도 5% 안팍의 결혼이민여성들이 비교적 고른 분포를 보이고 있어 농어촌 총각들의 결혼도 결혼이민여성 증가에 적잖은 영향을 끼치고 있음이 드러났다.

실제로 2007년 전체 국제결혼 중 10.9%, 10건 중 1건 이상이 농림어업에 종사하는 남성들의 결혼이었다. 충북이주여성인권센터 고은영목사는 “노동과 결혼, 상품과 자본의 이동은 신자유주의가 추구하고 있는 특성이고 이러한 물결 속에 한국사회도 자유로울 수 없는 지구촌의 일원이다”며 “교회 차원에서라도 다문화가족에 대한 본격적이고 구체적인 지원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 아내의 언어, 문화 이해하려는 노력 필요

고목사의 주장처럼 결혼이민여성의 증가로 인해 우리사회의 다문화가정은 증가하고 있지만 에이다씨와 같은 고통을 겪고 있는 이주여성들이 도움을 구할 수 있는 곳은 그리 많지 않다. 국제결혼으로 인해 다문화가정이 증가하는 반면 다문화가정에서 비롯된 ‘한 부모 가정’도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이 그것을 입증해주고 있다.

지난해 한국인과 외국인과의 이혼건수는 1만1천255건으로 총 이혼건수의 9.7%를 차지했다. 이중 한국인 남자와 외국인 여자의 이혼건수는 7천962건으로 전년 대비 39.5% 증가한 것으로 집계돼 위기의 돌파구를 찾지 못한 다문화가정들의 극단적 선택이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대한YWCA연합회가 지난해 12개국 293명의 결혼이민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다문화가정의 가장 큰 문제점은 언어와 문화에 대한 이해부족인 것으로 나타났다. 일상생활에서 기본적인 대화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문화적인 차이에 대한 사소한 충돌이 가정을 깨는 요인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인 남편의 언어능력과 문화에 대한 이해가 결혼생활 만족도와 가장 큰 상관관계가 있음을 보여줬다. ‘남편과 가족이 모국어에 대해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전혀 못한다’가 23.9%, ‘못한다’가 28%였으며, ‘잘한다’는 17%에 그쳤다. ‘문화에 대한 이해’ 역시 ‘전혀 모른다’가 7.2%, ‘모르는 편이다’가 31.4%였고, ‘아는 편이다’ 18.8%, ‘잘 안다’ 5.5%로 한국인 남편들이 외국인 아내의 모국어와 문화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거나 노력하지 않고 있어 아쉬움을 남겼다.

반면, ‘남편이 모국어를 매우 잘 한다’고 대답한 결혼이민여성들의 경우 결혼생활에 ‘매우 만족한다’(51.5%), ‘만족한다’(30.8%)로 80% 이상의 높은 만족도를 보였으며, 남편이 문화에 대한 이해가 높은 경우에도 ‘매우 만족한다’(25.9%), ‘만족한다’(51.9%) 등으로 높은 수치를 나타내 여성들의 한국어교육과 한국문화교육도 중요하지만 한국인 남편들을 위한 교육도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 가정은 물론 사회구성원으로도 적응해야

결혼이민여성들은 가정뿐만 아니라 사회에서의 적응과 정착도 절실하다. 이들 대부분은 농어촌으로 시집을 가거나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못한 경우 맞벌이 부부가 돼야 하는 여성들도 많다. 하지만 사회에서 역시 언어의 장벽은 물론 새로운 사회에 적응할 수 있는 일자리 찾기 또는 기술교육이 필요하다.

한국사회에서 가장 큰 어려움으로 언어(33.9%)가 꼽히고 있는 가운데 자녀문제(17%), 문화적 차이(15.9%), 경제적 어려움(10.7%), 외로움(9.9%) 등 다양한 문제들을 겪고 있는 결혼이민여성들은 같은 처지의 여성들과의 네트워크 형성에 대한 필요성(87%)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신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나누며 위로받고 또 비슷한 경우의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그 어려움을 극복해 나갔었는지 경험에 의한 지혜들을 습득하는 기회의 장을 필요로 하는 것이다.

우리사회에서 가정을 이룬 결혼이민여성들 중 아픔을 겪고 있거나 이미 큰 상처를 안고 자신의 나라로 떠난 여성들도 많다. 하지만 YWCA가 결혼이민여성들의 자기역량 강화를 위해 진행하고 있는 ‘한하늘 한땅’ 캠페인은 대부분의 여성들이 한국사회 적응을 위해 적극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음을 경험했다. 우리사회가 변하면 그들의 아픔과 상처를 치유할 수 있다는 희망을 본 것이다.

한국의 결혼이민여성들은 숫자상으로는 전체 주민등록인구의 2.4%에 불과한 국내 체류 외국인들 중 일부일 뿐이다. 하지만 다문화시대에 가정과 사회에서 아내와 엄마, 또는 사회인으로 핵심적인 역할을 해야 할 아주 중요한 구성원임을 한국교회가 먼저 인식하고 생각을 바꿔나가는데 앞장서야 할 것이다.

YWCA 강교자 회장은 “결혼이민여성은 결코 나그네가 아닌 이 땅에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우리의 자매”라고 강조하고 “이들이 훌륭한 사회인으로 자리매김하는 데는 가족과 이웃, 지역사회의 따뜻한 배려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며 인내와 사랑으로 품어 줄 것을 당부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