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노동자, 이방인에서 동료와 가족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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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노동자, 이방인에서 동료와 가족으로
  • 정재용
  • 승인 2008.12.25 19: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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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년기획 - 다문화 시대가 열렸다

5년 전 모 방송국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사장님 나빠요~” 라는 유행어가 등장해 많은 웃음을 안겨줬다. 당시 그 프로그램은 월급이 적어서, 춥고 배고파서, 또는 사장님으로부터 알아듣지도 못하는 심한 욕을 듣는 등 외국인노동자의 모습을 풍자적으로 그려내고 있었다. 단지 웃음거리였던 그들의 이야기는 5년이 흐른 지금도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다문화가정이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고, 외국인노동자의 수가 40만 명을 넘어서고 있지만 이들의 적응을 위해 우리사회가 한발 물러나 있다는 것은 한국교회에 많은 과제를 남겨주고 있다. 다인종, 다민족, 다문화 시대가 도래한 우리사회의 실태를 들여다보고 한국교회의 역할과 나아갈 방향을 조명해본다.                      <편집자 주>

10/40창 타종교권 외국인노동자 40만 넘어서

8쌍 중 1쌍 국제결혼으로 다문화가정도 급증

한민족이라는 또 다른 이름을 지니고 있는 우리나라. 하지만 언제부턴가 외국인들의 모습이 어렵지 않게 보이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외국인 배우자와 부모를 가진 사람들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미 전체 주민등록 인구의 2%를 넘어선 이주민들의 삶은 어떠할까. 대부분의 사람들이 농촌총각과 결혼한 외국인 여성이거나 3D업종의 인력난을 극복하기 위해 고용된 제조업 공장의 노동자들이다. 또 이천 냉동창고 화재사건이나 최근 논현동 고시원 화재참사 등 크고 작은 사건, 사고마다 안타깝게도 그들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으며, 연말연시 불우한 이웃들을 떠올리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람들 중 하나가 외국인노동자들이기도 하다.

# 급속한 이주민의 증가

1997년 38만 6천 972명으로 집계됐던 국내 체류 외국인의 수가 12년 동안 120여만 명으로 증가했다. 세배가 넘게 불어난 것이다. 하지만 통계청 발표에 의하면 2100년 저출산으로 인해 남한 인구가 2,310만 명으로 줄어드는 반면 외국인의 수는 머지않아 200만 명을 넘어서 5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문제는 현 체류 인구 120만 명 중 3분의 1인 40여만 명이 외국인노동자이며, 이중 절반이 넘는 24만여 명이 불법체류자로 분류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초창기 법적,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 외국인들이 자신들의 권리를 위해 만들어온 관행들로 인해 적잖은 사회적 문제가 야기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현재 외국인노동자 고용과 관련, MOU를 체결한 국가는 16개국으로 최근 2년간 6개국이 늘어났으며 국내 청년실업자는 증가한다고 해도 외국인노동자 고용에 대한 수요는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경기도 일대 공단지역인 안산, 인천, 의정부, 김포, 이천 등의 일부 지역들이 외국인 특별지역으로 분류되고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상권이 확대되고 있는 시점에 우리사회는 더 이상 외국인들을 그저 이방인으로 봐서는 안 될 것이다.

안산이주민센터 대표 박천응목사는 “하나님의 나라에서는 국적이나 신분에 의한 차별과 배제가 없고 모두가 한 형제자매”라며, “이주민들과 함께 또 같이 살아가는 것은 한국교회와 성도들이 이 땅에서 하나님의 나라를 살아가는 ‘신앙의 진실 찾기’의 시험대가 될 것”이라며 이주민에 대한 인식전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 안정된 제도개선 시급

합법적인 외국인노동자의 근무형태로는 ‘산업연수생제도’, ‘고용허가제’ 등이 있었으나 정부지원으로 기술을 배워가며 돈을 벌었던 산업연수생의 경우 기술교육제도가 허술하고 월급이 적다는 이유로 이탈자가 많이 생겨 지난해 고용허가제로 통합됐다. 고용허가제는 한국인을 고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되는 기업에 한해 3년간 외국인노동자를 고용할 수 있게 해주는 제도인데, 3년이 지나도 본국으로 돌아가지 않고 불법으로 체류하는 사람들이 증가함에 따라 올해부터 3년 근무 후 기업의 선택에 따라 3년을 연장해주는 제도까지 생겨나게 됐다.

이전에는 이런 일을 방지하기 위해 불법체류자를 고용할 경우 해당 업체에 벌금형을 내리는 등 강압적으로 대응해왔지만, 3년 연장 제도가 생겨난 후 기업들도 ‘숙련공’으로 분류되는 노동자들과 재계약을 하고 본국에 다녀올 비행기까지 제공하는 등 좋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경기도 이천 소재 한 대기업 식품공장의 경우 30여명의 외국인노동자를 고용하고 있는데, 적응력 향상, 업무효율성, 유대관계 등을 위해 같은 나라 사람들만 고용하고 있다. 때문에 적응이 빨라서 작업 현장이나 기숙사에서 일어날 수 있는 문제들도 줄어들었으며, 이직률이 높다는 편견을 깨고 모든 외국인노동자들이 3년을 채우고 최근 모두 재계약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이처럼 최근 정부와 기업들의 노력으로 외국인고용허가제가 비교적 안정기로 접어들고 있다는 평가들도 있지만 아직 해결돼야 할 문제들도 많이 남아있다.

이미 불법체류 중인 외국인들의 경우 출입국관리사무소의 단속을 피하다 빈번하게 발생하는 사고들과 이들을 이용한 악덕 고용주들의 횡포는 날이 갈수록 심해져 더 큰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외국인노동자 인권운동가로 활동해온 김해성목사(지구촌사랑나눔 대표)는 “외국인근로자고용등에 관한 법률과 재외동포법 개정안 등이 국회에서 통과되며 개선의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아직까지 산재보험, 의료보험 등 허점이 많이 있다”고 지적하고 “이대로 간다면 프랑스와 같은 인종폭동 사태도 일어날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 다문화 가정, 실태와 문제점

이러한 우려들은 급증하고 있는 다문화 가정들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2006년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외국인과의 결혼 비율이 13.6%로 8쌍 중 1쌍 이상이 국제결혼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995년부터 2005년까지 10년 사이에 13,494쌍에서 43,121쌍으로 220% 가량 증가한 것이다.또 최근 교육과학기술부가 초·중·고 학생 중 다문화가정의 자녀를 조사한 결과 18,769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1년 전 13,445명보다 5,000여명이 증가한 수치이고, 2년 전 7,998명 보다는 2배가 넘는 수치이다. 이 중 초등학생이 15,804명(87.1%)으로 압도적으로 많았고, 중학생 2,205명(9.5%), 고등학생 760명(3.4%)으로 집계돼 국제결혼이 본격화된 2000년 이후 태어난 2세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하며 나타나는 현상으로 분석되고 있다.

또한 지역별로는 경기(20%), 서울(12%), 전남(10%), 경남(8%), 충남(8%) 순으로 외국인노동자들이 많이 근무하는 지역의 분포도와도 거의 일치했다. 부모의 국적별 비율로는 어머니가 외국인인 비율이 90%이상을 차지했으며, 어머니가 외국인인 경우는 중국인이 49.8%로 가장 많았고 아버지의 경우는 일본인이 39.4%로 가장 많았다.이처럼 다양한 모습의 국제결혼문화가 보편화되는 가운데 다양한 문제점들도 함께 드러나고 있다. 다문화 가정의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한국어 교육이 28%로 결혼생활에 가장 시급한 해결과제인 것으로 나타났다. 부부간에 대화가 안 되고 있다는 것이다.

다음으로는 한국문화 이해(23%), 자녀양육(19%), 직업기술과 취업교육(15%)의 순으로 나타나 한국생활 적응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 보급이 시급한 것으로 확인됐다.또한 이러한 문제들이 해결되지 못하고 지속되고 있어 가정폭력과 가정해체 등으로 이어져 제2, 제3의 사회적 문제도 야기하고 있다. 한 여성인권단체의 조사에 따르면 ‘2007년 결혼이민자 여성 이혼사유’에서 가족갈등이 20.2%로 가장 높고, 통역(19.2%)과 가정폭력(7.35%) 등도 뒤를 잇고 있다.

이런 악영향으로 인해 2002년에는 국제결혼가정의 이혼이 1,866건이었으나 2007년에는 8,828건으로 4.7배나 증가하며 다문화 가정에서도 ‘한 부모 자녀’가 급증하고 있다.또 여성가족부가 지난해 국제결혼가정 자녀들이 집단따돌림을 당하는 이유에 대해서 초등학교 4~6학년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특별한 이유도 없이 그저 인종이 다르기 때문에 따돌림을 당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설문에서 ‘특별한 이유가 없다’가 35.3%로 가장 높았고, 의사소통이 잘 안되어서(26.5%), 엄마가 외국인이기 때문에(20.6%), 외모가 달라서(20.6%)라는 답변들이 이어져 우리사회 인종차별의 벽이 초등학교에서부터 상당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충북이주여성인권센터 대표 고은영목사는 “우리가 결혼이민자와 다문화가정의 복지를 위해서 무엇보다 먼저 해야 할 일은 이들을 배타적으로 대하지 않고 우리 가운데로 받아들이는 것”이라며 “우리의 인식개선은 성경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추수할 일꾼이 없다

현재 국내 이주민선교와 관련된 단체들은 예장통합 70여 곳, 예장합동 30여 곳, 기장 15여 곳, 감리교 10여 곳, 성결교 10여 곳, 기타교단 10여 곳, 선교단체 20여 곳 등 총 170여 곳 정도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단체들이 소형 교회나 소규모 단체들이 운영하고 있는 실정인데다가 교인들도 거의 이주민들뿐이어서 경제적으로 매우 열악한 것으로 알려졌다.하지만 이들의 사역은 너무나도 값진 열매를 맺고 있다. 한국에 노동자로 찾아와서 하나님을 만나고 목사님으로 돌아가는 은혜의 역사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그 열매들이 값지다고 할 수 있는 것은 전문인 사역자가 부족한 상황에서 일궈내는 소형교회들의 귀한 사역이 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한편으로는 다국어로 예배를 드려야 한다는 부담감과 물질적인 지원과 끊임없는 관심이 필요하기에 이주민선교를 꺼리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한국교회가 교회 주변의 외국인노동자들은 물론 다문화 가정과 그 자녀에 이르기까지 그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들이 너무나도 많기에 다인종, 다민족, 다문화 시대에 한국교회의 역할은 굉장히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세계 최대 이슬람국가인 인도네시아를 비롯, 힌두국가인 네팔과 인도, 불교국가인 스리랑카 등과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태국, 베트남, 미얀마, 러시아, 중국, 몽골,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등 국내에 체류하고 있는 외국인들 대부분이 타종교권 사람들이라는 점은 ‘추수할 것은 많되 일꾼이 없다’는 예수님의 말씀을 떠오르게 한다.

박천응목사는 “한국교회는 이주민과 다문화 지역사회를 섬기는 사회적 책임을 수행해야 한다”며 “교회는 교회 자체를 위하여 살지 않는 공동체, 지역사회를 위해 헌신하는 공동체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인종과 피부, 문화를 초월해 오직 예수 그리스도만을 주와 머리로 하는 형제공동체가 되도록 이주민과 다문화 지역사회를 섬기는 종이 되자”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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