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도어선교회가 발표한 전 세계 박해순위 10위. 국민 50명 중 1명이 난민 보호를 신청한 나라. 20년 넘게 독재가 계속되는 아프리카의 북한. 아프리카 동부에 위치한 작은 나라 에리트레아의 이야기다.
에리트레아 출신으로 에리트레아와 에티오피아를 오가며 교회 개척에 힘쓰는 테메스겐 게브레히웨트(Temesgen Gebrehiwet) 목사가 한국을 찾아 에리트레아의 박해 실상을 알렸다.
테메스겐 목사는 30일 순교자의소리 본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에리트레아에서 기독교 박해는 심각한 수준으로 개신교인들은 신앙이 발각되면 제대로 된 법적 절차도 없이 수감된다”면서 “그중 35명은 개신교 신앙을 이유로 12년 넘게 열악한 환경에 감금된 상태”라고 호소했다.
에리트레아는 지난 1993년 에티오피아로부터 독립한 이래 지금까지 반군지도자 출신 이사이아스 애프워키 대통령의 1인 독재 체제가 유지되고 있다. 1998년 에티오피아와의 전쟁발발을 계기로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했으며 아직까지 비상사태를 해제하지 않은 상태다.
UN은 애프워키 정권이 국가 비상사태를 명분으로 독재정권 유지를 위해 고문, 감시, 불법 감금을 일삼고 있다고 지적했으며 알카에다 연계 테러를 지원한 혐의로 제재를 가하고 있다.
이런 현실을 견디다 못한 에리트레아 국민들은 지난 2012년부터 본격적으로 탈출을 감행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유럽에 난민 보호를 요청한 에리트레아 국민의 비율은 전체 인구의 2.13%에 이른다. 이는 오랜 내전에 시달리며 난민 신청 최우선 순위로 꼽히는 시리아(1.25%)보다 훨씬 높은 비율이다. UN은 공식집계보다 훨씬 많은 약 40만 명(전체 인구의 9%)이 에리트레아를 떠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기독교에 대한 박해도 심각한 수준이다. 테메스겐 목사의 설명에 따르면 에리트레아 교회의 상황은 북한과 비슷한 수준으로 당국의 감시를 피해 매번 예배처를 바꿔가며 신앙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예배 중 적발돼 수감된 크리스천들은 △성경을 읽지 않을 것 △기도하지 않을 것 △예배에 참석하지 않을 것 △전도하지 않을 것 △이전 종교로 돌아갈 것 △기독교 서적을 읽지 않을 것 등을 강요받으며 이 과정에서 고문이 동반된다.
‘아프리카의 북한’이라는 별칭처럼 에리트레아와 북한의 상황은 실제로 많이 닮아있다. 지난 29일 DMZ를 둘러보기도 한 테메스겐 목사는 “1인 독재가 계속되고 종교의 자유가 없이 기독교인들이 핍박받고 있다는 점, 국민들이 브로커에게 돈을 주고 탈출을 감행하고 있다는 점, 정권이 심어 놓은 스파이 때문에 주민들이 서로를 믿지 못한다는 점이 닮았다”면서 “다만 에리트레아 독재자는 북한처럼 숭배 받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흥미로운 것은 독재정권이 유독 개신교에 한해 극심한 탄압을 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애프워키 정권은 정책적으로 이슬람과 그리스정교회, 가톨릭만을 인정하며 개신교에 대해서는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이에 대해 테메스겐 목사는 “주로 형식에 그치는 경우가 많은 가톨릭과 달리 복음주의 교인들은 삶이 달라지기 때문”이라며 “공산주의 성향이 있는 에리트레아 독재 정권은 삶을 바꿔 놓는 개신교가 퍼지는 것을 가장 두려워한다”고 설명했다.
암담한 현실 속에 향후 전망마저 그다지 밝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에리트레아가 서방 선진국들의 관심에서 멀어져 있기 때문. 당장 한국의 크리스천들도 에리트레아와 에리트레아에서 벌어지는 박해에 대한 인지도는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테메스겐 목사는 “핵과 미사일을 만들어 위협을 가하는 북한, 석유가 생산돼 경제적 이익을 취할 수 있는 중동과는 달리 에리트레아에는 서방 국가들이 매력을 느낄만한 요소가 없다”면서 “그러다보니 에리트레아의 심각한 인권 실태와 종교박해도 주목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호소했다.
그는 이어 “한국인들은 북한에 대해서는 잘 알지만 북한에 버금가는 고통을 겪는 에리트레아 크리스천에 대해서는 대부분 알지 못한다”면서 “에리트레아의 장기 수감자들과 이들의 가족들, 그리고 고통 받는 크리스천들을 위해 기도해달라”고 강력히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