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왜 한교총은 헌법재판소 판결을 존중한다는 그따위 성명을 발표했답니까?”
당황스러웠다. 보수 기독교계 연합기관 한국교회총연합은 3.1운동 제106주년 한국교회 기념예배에서 발표한 성명서에서 “헌법재판소가 법리에 따라 숙고해 무엇을 결정하든 그 결정을 존중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한교총은 “극단적 보수와 진보를 지지하지 않는다. 모든 교회는 나라와 국민의 유익을 위해 부끄럽지 않은 결정을 내리도록 기도하자”는 권면도 덧붙였다.
한교총은 국민마다, 교회 안 교인들마다 정치적 견해가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아주 원칙적 입장을 발표했을 뿐이다. 그런데 한교총이 왜 성명을 발표했냐고 비판하는 분에게 마땅한 답을 드릴 수 없었다.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 여부에 대한 선고를 앞두고 국론 분열이 극에 달하고 있다. 가장 안타까운 것은 교회 안에서 벌어지는 갈등과 대립이다. 자신의 정치관에 하나님의 뜻을 입혀 다른 생각을 가진 성도들을 악마화하는 모습에 ‘이 사람들에게 하나님은 누구일까?’, ‘과연 절대적 신앙은 무엇일까’ 생각하게 만든다. 이런 양상은 양쪽 극단에서 동시에 볼 수 있다.
1948년 5월 10일 총선거로 구성된 대한민국 최초의 의회, 제헌의회는 기도로 문을 열었다. 많이 알려져 있다시피 제헌의회 개원식에서 이승만 대통령은 제헌의원 이윤영 목사에게 기도를 부탁했다. 이윤영 의원의 기도문은 제헌의회 제1차 속기록에 선명하게 남아 있다. 기도로 세워진 제헌의회는 같은 해 7월 17일 최초의 헌법을 채택했다. 다른 말로 하면 대한민국 헌법이야말로 기도로 세워진 법이라고 할 수 있다. 신앙인이라면 얼마든지 그 고백을 할 수 있다.
그런데 헌재 판결이 나오기 전부터 정치 지도자, 특히 목회자들이 헌법 불복 의사를 서슴없이 표현하고 있다. 헌법재판소가 절대 진리일 수는 없지만, 법치주의를 부정하며 헌재 해체까지 주장하는 모습에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모르겠다. 정치권도 마찬가지다. 법원 판결이 나올 때마다 당리에 따라 재판부를 힐난하고 판결을 부정하는 입장을 쏟아내고 있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의 근간은 법치에 있고, 법치를 부인하는 것은 자유 대한민국을 부정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그분에게 대답이 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