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에 ‘벗’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어감에서 주는 느낌이 뭔가 따뜻하고 정감 있다고 해야 할까요. 아무튼 느낌이 참 좋습니다.
제가 최근에 벗이라는 단어를 깊이 생각하게 된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지난달에 특별한 사람들과 함께 ‘밀알가족 해맞이 겨울 MT’를 다녀왔기 때문입니다. 그 특별한 사람들은 바로 예수전도단 오사카 아시안 센터 예수제자훈련학교(DTS) 훈련생들입니다. 그들은 영국, 미국, 캐나다, 일본, 한국에서 모인 다양한 국적에 20대 초반에서 중반 사이에 연령대로 구성된 훈련생들이었습니다. 오사카 아시안 센터는 SIW중보기도팀이 두 차례 단기선교를 다녀온 곳이기도 하고 수년 전부터 한 달에 한 번 정기 예배 헌금을 선교 헌금으로 보내며 기도로 함께 동역하고 있는 곳입니다. 지난해 12월 센터에서 사역하고 있는 교회 동기인 선교사로부터 센터에서 DTS 훈련을 받는 훈련생들이 한국으로 전도 여행을 온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그 소식을 듣고 동기 선교사에게 “훈련생들이 우리 밀알 가족과 함께 1박 2일로 MT에 참여하면 좋겠는데 방법이 없을까?”라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현지 스텝들과 논의하고 제게 이런 질문을 해왔습니다,
“밀알 가족 겨울 MT에 우리 훈련생들이 참가하기를 원하는 제일 큰 목적이 있나요?”
막연하게 함께 하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제안했던 저에게 이 질문은 묵직한 무게감으로 다가왔습니다. 저는 잠시 생각에 잠겼습니다. 단순히 멋진 대답을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저에게 ‘왜, 무엇 때문에’라는 질문을 던지고 그 해답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답변했습니다.
“DTS의 목적은 예수님의 제자로 살아가고자 하는 사람들을 그 목적에 맞게 훈련하는 것인데 예수님께서 이 땅에 계실 때 항상 함께하셨던 장애를 겪고 살아가는 분들과 함께하는 시간은 너무 소중할 것 같습니다. 단순히 봉사자의 개념이 아니라 예수님 안에 한 가족으로 서로의 다름 속에 다양한 하나님의 창조 섭리를 발견할 수 있겠다 싶습니다. 또한 이번 기회를 통해 젊은 세대와의 새로운 만남을 통해 선교적 연합의 기회를 가질 수 있겠다 싶습니다.”
며칠 후 답변 문자가 왔습니다.
“서로의 다름 속에서 다양한 하나님의 창조 섭리를 발견하고 선교적 연합의 기회가 되길 소망하며 기도하는 마음으로 함께 하고자 합니다. 답변이 늦어진 것은 혹시나 저희 훈련생들이 도움이 아니라 폐가 될까 염려되어서 논의가 길어졌습니다.”
2025년 1월 7일, 들뜬 마음으로 수서 사무실에 모인 밀알 가족과 DTS 훈련생들. 낯설기도 하고 언어의 장벽도 있고 넘어서야 할 것들이 많았지만 그래도 예수님 안에서 한 몸 이룬 지체이기에 그 어색함은 우리에게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1박 2일간이 짧은 시간이었지만 나이, 국적, 장애 유무와 상관없이 서로의 모습 속에서 하나님을 향한 순수한 마음과 그 열정이 하나가 되어 서로를 격려하고 서로에게 따뜻한 손을 내어주는 복된 시간이 되었습니다.
서로 다른 문화와 환경 속에서 살아가고 있지만 하나님께서 이번 겨울 해맞이 MT를 통해 서로에게 좋은 ‘벗’을 선물로 허락하셨다는 생각이 듭니다. 언제, 어디서, 다시 만날 수 있을지 알 수 없지만 서로의 가슴속 깊이 새겨진 아름다운 형제의 연합과 동거함의 선하고 아름다운 모습을 기억하며 서로를 위해 기도하는 동역자가 될 수 있도록 인도하셨음을 확신합니다. 2025년, 우리도 누군가에 따스한 벗이 되어주면 좋겠습니다. 샬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