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드게임과 릴스, 워십 등 다음세대 눈높이 맞춘 사역
어른이 아닌 ‘친한 언니’처럼 다가가 마음의 벽 허물어
혹자는 다음세대가 이미 ‘미전도 종족’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2025년부터 개정되는 사립학교법에 따라 기독교 가치관 위에 세워진 미션스쿨에서도 종교교육이 선택과목이 되며 복음 전파에 제동이 걸렸다.
미전도 종족이라는 우려와 자조 섞인 호칭으로 불리는 다음세대, 복음 전파에 큰 암초를 만난 미션스쿨. 이런 첩첩산중의 어려움 속에서도 송초은 목사는 꿋꿋하게 복음의 씨앗을 뿌리고 있다.
송 목사가 교목으로 사역하는 정신여자고등학교는 기독교 미션스쿨이지만, 한 개 반에 기독교 학생이 채 5명이 되지 않는 실정이다. 그는 쉽사리 복음을 전파할 수 없는 환경에서 눈물과 기도로 복음의 씨앗을 뿌리고 있다.
다음세대는 다른세대
기성세대와 문화, 정서, 기질이 다른 다음세대를 흔히 다른 세대라 부르기도 한다. 처음 사역을 시작했을 때, 자신의 학창 시절보다 조금 더 강한 개인주의 성향을 띄는 현재의 고등학생들은 송 목사를 어렵게 했다.
“다음세대는 내가 너무 강한 세대라고 생각합니다. 공동체를 잃어버린 세대라고 할 수 있겠죠. 코로나19 시기를 지나면서 혼자 있어도 괜찮다는 인식이 강합니다. 그러다 보니 친구끼리 관계를 끊는 것도 쉽고, 타인에 관심이 없습니다. 마음을 쉽게 열지 않습니다.”
자신의 호불호를 명확하게 표현할 줄 알며, 즐길 거리를 스스로 찾는 아이들과의 유대관계 형성은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다. 어른이기 때문에 무조건적으로 의지하는 세대가 아니었다.
게다가 많은 아이들이 기독교에 대해 잘 알지 못했고, 어떤 경우는 자신조차 영문을 모르는 반감을 가지고 있기도 했다. 미션스쿨인 정신여고로 진학한 이유는 좋은 교육 입지와 환경 때문인 경우가 대다수였다.
눈높이 맞추기
이런 상황에서 복음을 전하기 위한 돌파구로 선택한 것이 ‘학생들 이해하기’였다. 학생들의 시선에서 세상을 바라보고, 학생들의 시각으로 성경을 읽고자 했다.
“저는 애가 둘이나 있는 아줌마이다 보니, 학생들을 이해하는 것이 어려웠습니다.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고 학생들의 생각을 유추하려 노력했고, 관심사를 공부했습니다. 벽이 있는 교사나 목사로 인식되기보다 친근한 ‘언니’가 되고 싶었습니다.”
송 목사는 인터넷이나 SNS 등을 통해 10대 사이에서 유행하는 요소들을 찾아 설교에 반영하기도 했으며, 유행하는 드라마를 주제로 학생들과 대화를 나눴다. 특히 MBTI를 설교에 녹여냈을 때의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요즘 아이들은 자기 자신에게 관심이 많습니다. 그래서 MBTI에 푹 빠져있습니다. 평소 성경 내용으로만 설교할 때, 잘 듣지 않던 아이들에게 MBTI를 먼저 이야기하고 MBTI보다 자신을 더 잘 나타내는 방법은 하나님과 동행하는 것이라 소개하니 열중해서 듣고 받아들였습니다.”
이외에도 송 목사는 지난 6월 개봉한 영화 ‘인사이드 아웃2’의 등장인물은 ‘불안’을 모티브로 설교했을 때, 많은 학생들이 위로를 얻고 힘이 됐다는 고백을 했다고 웃으며 말했다.
관심사를 통한 설교에서 착안해 사역의 범위를 확장했다. 미션스쿨인 만큼 매주 1회 성경 수업이 있다. 이때 이목을 집중시키면서 예수님의 사랑을 소개할 수 있는 방법을 고심했고, 고민 끝에 탄생한 것이 보드게임 전도였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보드게임 ‘도블’에 나오는 이미지를 기독교적 내용으로 바꾼 ‘바이블 도블’을 고안했습니다. 처음에는 시큰둥하던 학생들도 막상 게임에 참여하니 신나게 즐겼습니다. 아이들이 게임만 하는 것이 아니라 예수님, 교회, 기도, 찬양 등 교회 용어에 익숙해졌습니다.”
처음에는 시큰둥했던 아이들은 ‘바이블 도블’에 빠져들었다. 나중에는 반별로 바이블 도블 최강자들이 모여 대회를 하며 재미와 함께 영적 유익까지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는 쾌거를 이뤘다.
눈물로 씨를 뿌리는 자는 기쁨으로 거두리로다
이런 노력은 학생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쉬는 시간이면 정신여고 교목실은 북새통을 이룬다.
“항상 북적이는 교목실은 정신여고의 전통이고 자랑입니다. 학생들이 찾아와 상담하기도 하고 장난을 치기도 해요. 한쪽에서는 요즘 유행하는 숏폼 동영상을 촬영하며 자신들끼리 놀기도 합니다. 놀이터 같아요.”
문화로 자리 잡은 놀이터, 교목실에서 송 목사는 아이들을 반겼다.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그의 진심을 엿본 학생들은 빠르게 마음을 열었다.
“마음의 문을 열고 다가올 때, 고마웠습니다. 낯선 어른에게 말 걸고 가까워지는 게 여고생에게 얼마나 큰 용기가 필요한지 잘 알기 때문이죠. 그래서 더 친절하게 대했습니다. 제 고등학교 시절을 돌아보면, 따뜻한 어른이 저에게 가장 기억에 남았으니까요.”
고민도 많고 감정이 온전히 다스려지지 않는 고등학생에게 좋은 어른이 된다면, 먼 훗날 인생의 파도를 만났을 때, 자신을 떠올리며 하나님을 찾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다.
“저에 대해서는 물론이고 교회나 기독교에 대한 좋은 추억을 쌓을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합니다. 지금 제가 뿌리는 복음의 씨앗을 언젠가는 하나님께서 열매 맺게 하실 거라 믿습니다. 기도하며 최선을 다할 뿐입니다.”
송 목사는 아쉽게도 씨앗이 발아하는 것까지는 보지 못하게 됐다. 하나님의 부르심에 따라 선교사로 파송 받게 되어, 정신여고를 떠나게 된 것.
“비록 몸은 정신여고를 떠나지만, 항상 학교를 위해 기도할 것입니다. 저와 동역자들이 뿌린 씨앗에 기도라는 물을 주려고 합니다. 언젠간 하나님께서 크게 싹틔우실 것이라 확신합니다. 제 사역이 학생들에게만 유익이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저 역시도 아이들을 통해 성장했습니다. 단순히 전도 대상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객체로서 대하며, 관계를 쌓는 법을 배웠습니다. 머나먼 타국으로 가지만 거기서 또 잃어버린 양을 봤을 때, 최선을 다해 사랑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