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상담사 길러낼 목표…교육과 임상실습의 기회 제공해
국가자격증 취득한 임상수련생들…풍부한 수퍼비전 눈길
내담자에게 뜨거운 인기…지역사회 기여한 공로로 표창도
1976년 서울 용산구 동자동에서 대한복음신학교로 출발한 ‘백석학원’은 ‘영적 생명을 소유한, 사람다운 사람을 기른다’는 소명을 품고 눈부신 발전을 거듭해왔다. 현재는 백석대학교·백석문화대학교·백석예술대학교에서 3만여명이 수학하며, 인재 배출의 요람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백석학원 설립자 장종현 박사는 “사람을 변화시키고 영적 생명을 살리는 교육은 오직 하나님의 말씀에 의해서만 가능하다”고 주창했다. 이에 백석학원은 개혁주의생명신학을 바탕으로 인성·영성·지성을 겸비한 글로벌 리더 양성에 힘써왔다.
백석학원이 외형적 성장 못지않게 탄탄한 내실을 구비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바로 이러한 ‘설립정신’을 공유한 각 대학의 교수진과 여러 부서 교직원들의 노고가 서려있다. 아울러 숨은 공로자들인 백석대·백석문화대·백석예술대의 수많은 ‘부속·부설 기관’들의 동행 덕분이다.
이들은 ‘하나님이 함께, 너와 내가 함께, 이웃과 함께’라는 슬로건을 따라 ‘기독교 대학’으로서의 정체성을 지키고 사명을 감당하는 일에 묵묵히 구슬땀을 흘려왔다. 이에 본지는 백석학원을 세워가는 대학들의 여러 부서들과 부속·부설 기관들을 차례로 소개한다.
네 번째 주인공은 현대인의 정신 건강을 책임지는 최고의 기독교 심리·상담 전문가 양성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백석상담센터’다. ‘하나님이 함께, 너와 내가 함께, 이웃과 함께하는 대학’이란 비전을 따라 영혼을 살리는 사명을 감당하고 있는 백석상담센터를 직접 찾았다.
실패해도 괜찮아…‘홈베이스’
“2015년 소장으로 부임했을 당시 백석상담센터가 어떤 기관이 되면 좋을지 기도하던 중 ‘홈 베이스’란 단어가 떠올랐습니다. 인턴에서 레지던트·스탭 단계를 거치는 수련생들이 이곳에서 교육과 훈련을 받으면서, 마음껏 도전하고 멋지게 실패하는 특권을 누리길 바랍니다.”
올해로 9년째 학생들에게 든든한 버팀목이자 울타리가 돼주고 있는 백석상담센터 소장 손철우 교수는 기관을 이렇게 소개했다. 백석대학교 상담대학원과 타 대학원 상담 관련 전공 학생들까지 대상으로 운영되는 이곳은 임상수련생을 전문상담가로 육성하는 일에 목표를 둔다.
전국에서도 손꼽히는 규모를 자랑하는 만큼 선발 경쟁률도 치열하다. 매년 지원자가 90~100명을 상회한다. 재수·삼수를 하는 지원자들도 많다. 특히 △인턴 △레지던트 △스탭 △수련수퍼바이저 등에 걸친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춰 인기가 높다.
백석상담센터의 주요 사업은 △상담 △슈퍼비전 △심리검사 △교육 등 크게 네 가지로 집약된다. 이 가운데 단연 꽃은 학문적 지식을 현장에서 발현시키는 ‘임상실습’의 기회다. 학생들은 이곳에서 본격적으로 상담 현장에 진출하기 전 다양한 내담자들을 경험한다.
손철우 교수는 “백석상담센터는 수련생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임상실습의 장’이다. 그러나 이들 또한 ‘전문성’을 겸비한 숙련된 전문가들”이라며 “모든 학생이 석사 학위를 소지했을 뿐만 아니라 수련생 중 평균 80% 이상은 한국상담학회·한국상담심리학회 등이 발급하는 전문상담사 자격증과 국가자격증을 취득하거나 추가 자격증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풍부한 ‘수퍼비전’을 받을 수 있는 건, 백석상담센터의 가장 강력한 혜택이다. 수퍼비전은 상담자의 상담 수행을 감독·지도하는 활동이다. 백석상담센터는 개인수퍼비전 8회, 집단수퍼비전 15회 등 한 학기에 약 23회의 수퍼비전을 제공해 눈길을 끈다. 타 기관들에 비해 월등히 많은 횟수다.
전문 교수진이 레지던트에게 수퍼비전을 제공하는 것 역시 수련생들에게 높은 평가를 받는다. 이로 인해 다른 대학원생들로부터도 입학 문의가 쇄도한다.
손철우 교수는 “미국에서는 수퍼비전을 받지 못하면 상담사의 자격이 제한될 만큼 중요하다. 누구나 도움 없이 혼자서 클 수 없는 노릇이기에 좋은 상담사가 되기 위해서는 양질의 수퍼비전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수퍼비전을 통해 코칭을 받고, 자신의 상담 사례를 정리해서 발표하는 일련의 과정은 뼈와 살이 된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백석상담센터는 저렴한 수련비로 학생들의 부담을 덜어준다. 외부에서 수퍼비전을 한 번 받는데 드는 비용으로 이곳에서는 수준 높은 수퍼비전을 여러 차례 받을 수 있다. 무엇보다 손철우 교수는 실력과 인성을 겸비한 수퍼바이저 영입에 그동안 지대한 공을 들였다.
“9년 전 처음 이곳에 왔을 때는 제가 가진 인적 인프라가 하나도 없었어요. 그래서 제가 제 특유의 친화력으로 한 명 한 명 직접 연락하며 만났습니다. 특히 ‘기독교 상담’계에서 저명한 인사들을 모시려 노력했죠. 우리 학생들에게 일반 상담에서는 다루지 못하는 더 깊고 넓은 세상을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백석상담센터는 1박 2일간 떠나는 여름임상수련회부터 각종 세미나를 열고, 상담사들을 위한 강의와 교육도 활발히 펼친다. 이 자리에서 학생들은 각자 상담 사례를 공유하고, 고충을 나누며 소명을 고취한다.
손철우 교수는 “타인의 내면을 들여다봐야 하는 상담사들은 번아웃을 겪을 수 있다. 그래서 기독교 상담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동기를 부여하는 일이 요구된다”며 “수련생들이 백석상담센터에서 하나의 커뮤니티를 이뤄가고 있다. 해마다 100여명이 이곳을 졸업하는데, 수료식만 5시간이 걸릴 정도로 다들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서울 방배동 캠퍼스에 둥지를 튼 백석상담센터는 훌륭한 입지와 쾌적한 시설로 상담사와 내담자 모두에게 큰 호응을 얻는다. 다면적인성검사(MMPI), 기질 및 성격검사(TCI) 그림검사, 종함심리평가(풀배터리·full battery) 등이 심리검사를 활발히 실시할 수 있는 까닭도 가족부부상담실·개인상담실·놀이치료실 등을 구비한 덕분이다.
2004년 개관해 5명의 소장을 거쳐 명맥을 이어온 백석상담센터가 지금의 위상을 얻기까지는 깊숙이 뿌리내린 ‘백석’의 정신과 가치가 제일 큰 몫을 했다. 영적 생명을 살린다는 백석학원의 건학이념을 공유한 학생들이 ‘기독교 상담사’로서 투철한 사명감을 갖고 임하는 것.
백석상담센터의 괄목한 결실에는 초석을 닦아준 3명의 선임 소장들과 더불어 9년을 역임한 손철우 교수의 헌신이 깃들어있다. “9년 전만 해도 백석상담센터는 살짝 힘이 빠진 느낌이었어요. 이유가 뭘까? 고민하던 끝에 내린 결론은 ‘백석의 정체성’을 붙잡자는 것이었습니다. 백석상담센터만의 차별성인 ‘기독교 상담’이 제 역할을 다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면서 손철우 교수는 백석상담센터 상담사들의 주요 자질로 ‘환대’(Hospitality) 와 ‘긍휼’(Compassion) 그리고 ‘화해’(Reconciliation)의 정신을 꼽았다.
“하나님은 수고하고 무거운 짐을 진 자들은 누구라도 품으셨습니다. 예수님은 죄인들을 불쌍히 여겨 창자가 끊어지는 고통을 감내하면서까지 십자가에 매달리셨죠. 이러한 모습을 본받아 내담자들 안으로 들어가는 사역이 바로 기독교 상담입니다. 내담자들이 하나님과 이웃, 그리고 자기 자신과 화해를 이뤄가도록 돕는 것이 기독교 상담사의 소명이라 생각합니다.”
현대인의 정신건강 책임진다
기독교 정신으로 무장한 백석상담센터 졸업생들은 현재 여러 공공·사설 기관을 비롯해 기업 들에서 상담사·강사 등 다방면으로 활약 중이다. 그도 그럴 것이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현대인의 정신건강에 적신호가 켜졌다. 묻지마 범죄 등 비인륜적 사건이나 안전사고들로 인해 ‘국민적 트라우마’ 개념이 확대되면서, 정신과 치료나 심리상담에 대한 수요는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백석상담센터는 지역사회에서도 정평이 났다. 매 학기 300여명의 ‘내담자’ 신청을 받는데, 모집 3주 만에 마감될 정도로 참여 열기가 폭발적이다. 온라인 상담까지 개설해 시공간의 제약이 대폭 줄어든 점과, 재학생인 경우 매 학기 1인당 10번의 상담을 무료로, 외부인의 경우 소정의 비용만 내고 받을 수 있다는 점이 큰 메리트다.
내담자의 범주도 다양하다. 손철우 교수는 “우선 ‘백석학원의 서울 캠퍼스는 백석상담센터가 감당한다’는 목표의식을 갖고 지난 9년간 전력질주했다”며 “백석대의 8개 대학원을 비롯해 백석신학원 그리고 백석예술대학교 8,000여명의 교직원과 학생들에게도 문을 활짝 열어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백석상담센터의 상담 퀄리티가 입소문을 타면서, 가족·부부 단위 혹은 남녀노소 다양한 부류의 시민들이 내담자로 참여하고 있다. 성 상담부터 고부갈등, 중독, 이성교제, 신앙, 자녀문제, 부부갈등, 학업, 진로, 대인관계에 이르기까지 상담의 범주도 폭넓다.
한편, 백석상담센터는 9개의 기관 및 단체들과 MOU를 맺으며 주민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고자 애쓰고 있다. 서울시와 구리시 등 지역별 전문상담기관을 비롯해 교회들과도 손잡고, 지역사회 발전에 혁혁한 공을 세우고 있다.
그 일환으로 백석상담센터는 2022년 6월 서울 경찰서 중 최초로 방배경찰서와 ‘가정폭력 재발 방지를 위한 가해자 상담 연계 프로그램’ 운영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상담사 12명을 가정폭력 가해자 전문상담사로 위촉한 바 있다.
당시 백석상담센터 상담사들은 가정폭력 가해자들은 물론 피해 가족들에게도 재능기부 형식으로 무료 상담을 진행했다. 이들은 여성가족부가 주관하는 가정폭력·성폭력 상담원 양성교육을 100시간씩 이수한 상담자들로 무거운 책임감을 안고 임했다.
이에 2022년 12월에는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고 지원하는 활동에 기여한 바를 인정받아 서울방배경찰서로부터 ‘으뜸 파트너’ 인증패를 받았다. 아울러 ‘제77회 경찰의 날’에는 손철우 교수가 서울시경찰청장으로부터 감사장을 받으며, 공로를 인정받았다.
이처럼 상담으로 지역사회를 돕는 일에 앞장서온 백석상담센터를 두고, 손철우 교수는 “개혁주의생명신학을 몸소 실천하는 기관”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맨땅에 헤딩하듯 뛰어들어 지난 9년간 백석상담센터의 터를 닦아온 그는 올해 연구년을 맞아 백석상담센터를 떠난다.
이에 아쉬움 마음을 내비치면서도, 한편으로는 후임자가 백석상담센터의 명맥을 잘 이어가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는 손철우 교수. 그는 “시간이 흐를수록 훨씬 성장해가는 수련생들을 보면서 큰 힘을 얻고 희열을 느꼈다. 동시에 저 또한 이들 덕분에 엄청난 성숙을 이뤘다. 지난 9년간 마주한 수많은 상담사들이 지금의 저를 만들었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그는 “백석상담센터의 가장 큰 열매를 꼽으라면, 한 영혼이 치유되는 역사다. 저를 비롯해 기독교 상담에 사명감으로 뛰어든 수련생들이 먼저는 스스로 회복되고, 나아가 수많은 내담자들을 살리는 역사를 만들어가길 기대한다”며 “백석상담센터가 앞으로도 삶의 고통 중에 있는 분들에게 희망의 빛을 비추는 귀한 복음의 통로로 쓰임받길 소망한다”고 바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