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스 벌코프(1873~1957)의 <조직신학>은 우리나라 보수적인 장로교 신학을 형성하는 데 있어 웨스트민스터 소요리문답과 함께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고 할 수 있다. 벌코프의 <조직신학>은 1932년 초판이 쓰여졌는데 큰 틀에서는 헤르만 바빙크(1854~1921)의 네덜란드어로 쓰여진 <개혁교의학>을 영문으로 축약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바빙크의 <개혁교의학>은 1895년에서 1901년에 걸쳐 쓰인 4권의 대작이다. 박형룡 박사(1897~1978)는 1938년 평양신학교가 폐교된 이후 1942년부터 만주 봉천에 있는 신학원에서 조직신학을 가르치며 벌코프의 <조직신학>을 근간으로 삼아 자신의 강의안을 작성하기 시작하였다고 한다.
교회 역사가 짧은 한국교회에서 벌코프의 <조직신학>은 나름 바른 교리를 알리는데 기여한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조직신학을 너무 벌코프 <조직신학> 일변도로 가르쳐 온 것은 아닌가 하는 반성 아닌 반성도 하게 된다. 우리나라에서는 정답이 하나인 것에 너무 길들여져 있어서 조금만 다른 의견을 개진하면 색안경을 끼고 보곤 하는데 이런 폐단이 조직신학에도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 그런 면에서는 조직신학을 좀더 다변화해서 가르칠 필요가 있다. 다 보수적이고 건전한 신학자들이지만 서로 의견이 다른 부분이 존재할 수 있음을 확인하며 보다 신학적인 폭을 넓힐 수 있는 포용적인 자세가 필요한 것이다.
예컨대 최근의 조직신학 교재로 일선 교회에서 선호하는 웨인 그루뎀의 <조직신학>도 많은 장점이 있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루뎀의 <조직신학>은 그 원제가 ‘성경적 교리’이다. 성경적인 조직신학의 모범을 보여주는 책이라고 할 수 있는데 몇 가지 부분은 장로교 교리와 맞지 않는 부분도 있다. 그루뎀은 예정론을 믿지만 유아세례는 부정하며 교회정치에서도 장로 정치보다는 수정된 형태의 회중정치를 선호한다. 성령의 은사와 관련해서도 전통적인 개혁신학의 입장인 은사중지론의 입장이 아니라 은사가 오늘의 시대에도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보통 벌코프 <조직신학>의 약점으로 영성적인 요소가 빠져있는 것을 지적하곤 한다. 그런 면에서는 바빙크의 <개혁교의학>은 사정이 보다 낫다고 할 수 있다. 조직신학 책을 읽으면 기도하고 싶고 성경 말씀을 읽고 싶은 그런 책이 정말 필요하다고 할 수 있는데 벌코프의 <조직신학>은 교리적인 뼈대를 잘 간추려주고 있기는 하지만 그런 면에서 약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제임스 패커는 벌코프 <조직신학>에 대한 “간략하기는 하지만 건조하다”(concise but dry)고 평하고 있다. 그래서 벌코프의 <조직신학>을 읽으면 마치 모래를 씹는 것 같다고 말하는 조직신학 교수도 있다. 매우 치명적인 비판이 아닐 수 없다.
밀라드 에릭슨은 자신의 조직신학 책 서문에서 자신이 빠지지 않아야 할 2가지 함정에 대해 말하고 있다. 첫째는 “하나도 남김없이 다 해버리려는 욕심의 종이 되지 말라”는 것이요 둘째는 “전화번호부처럼 읽게 하지 말라”는 것이다. 이 말은 내가 원하는 정보를 찾아보기 위해 조직신학 책을 보는 것을 꼬집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에릭슨은 자신의 조직신학이 찬양처럼 울려 퍼지기를 원했다.
다음은 벌코프 <조직신학>의 내용을 간략히 요약한 것이다: “하나님을 아는 수단으로 계시에 호소하는 것은 기독교만의 특징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기독교 이외의 다른 모든 역사적 종교들도 계시에 호소하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모든 계시 방편들은 세 가지 요소로 요약될 수 있다. 첫째, 종교적 신앙은 멀리 있지 않고 가까이 있는 신을 갈구한다. 둘째, 모든 종교에 전형적인 믿음은 신들이 특정한 방식으로 자신들의 생각이나 뜻을 계시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모든 종교에는 재난의 때에 신들의 특별한 중재와 도움에 대한 신앙이 현존한다.”
일반계시에 대한 토론을 지나 우리는 이제 특별계시를 다루는 단계까지 와 있다. 다음의 내용 역시 벌코프 <조직신학>의 내용 가운데 가져온 것이다. “특별계시의 수단으로 보통 3가지를 이야기한다. 첫째는 신현이고 둘째는 의사전달이다. 그리고 마지막 셋째는 기적이다. 우리에게는 자연 및 역사에서의 일반계시와 나란히 특별계시도 있는데 그것은 지금 성경으로 구체화되어 있다. 성경은 특별계시의 책이며 결국 신학의 유일한 외적 인식의 원리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특별계시에 관한 지식을 얻기 위해서는 성경에 의존해야 한다.” 벌코프 <조직신학>을 영성적인 면에 약점이 있다고 비판하면서 굳이 벌코프 <조직신학>의 내용을 가져온 이유는 나름의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교리적인 면에서 간략한 요약을 제시해주는 장점이 바로 그것이다.
박찬호 교수의 목회현장에 꼭 필요한 조직신학 (25) 특별계시의 수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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