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소그룹 성경공부 방법 도입해 성경과 가까워지도록
‘오직 성경’ 기독교 신앙의 본질을 되찾고자 했던 종교개혁가들이 목이 쉬도록 부르짖었던 ‘5대 솔라’ 중 하나다. 당시 부패했던 중세교회는 교황, 사제, 공의회의 권위가 성경보다 더 높아져있었다. 그것을 넘어 라틴어를 배우지 못한 민초들은 성경에 접근할 수조차 없게 했다. 그래서 종교개혁가들은 성경의 권위를 다시 있어야 할 자리로 올려 세우고 대중들의 언어로 번역해 누구나 성경을 읽을 수 있도록 했다.
오늘날 청년들은 이렇게 어렵게 되찾은 말씀을 꿀송이보다도 달게 여기고 있을까. 안타깝게도 청년들과 성경 사이의 거리는 그 어느 시대보다도 멀어져 있는 듯 하다. 학원복음화협의회(대표:장근성 목사) 산하 캠퍼스청년연구소(소장:김성희 목사)는 지난 4일 캠청연 온라인 포럼을 ‘청년과 성경’을 주제로 진행했다.
10년 새 성경 읽는 시간 3분의 1로
청년들과 성경 사이의 거리가 급격히 멀어졌다. 캠퍼스청년연구소에서 발표한 <2022 청년트렌드리포트>에 따르면 기독 대학생이 일주일 중 성경을 읽는 시간은 평균 26분인 것으로 조사됐다. 2012년 조사의 64분과 비교해 거의 3분의 1 수준으로 급락한 수치다. 코로나 직전인 2017년(24분)과 비교하면 2분 더 늘어나긴 했지만 유의미한 수치로 판단하긴 어렵다. 캠청연 소장 김성희 목사는 ‘청년트렌드리포트에 나타난 청년과 성경’을 주제로 포럼의 포문을 열었다.
성인 기독교인 전체와 비교해도 심각한 수치다. G&M글로벌문화재단이 지난 2017년 만 19세 이상 개신교인 700명을 대상으로 벌인 ‘한국 개신교인의 성경읽기 실태조사’에 따르면 일주일 평균 성경을 읽는 시간은 1시간 45분, 즉 105분인 것으로 조사됐다. 만 19세 이상이라는 범위에는 청년, 대학생까지 포함돼있음을 감안하면 청년과 청년을 제외한 성인 개신교인과의 성경 읽는 시간 차이는 훨씬 벌어지는 셈이다.
그나마 한줄기 희망은 선교단체 학생들의 신앙훈련이 잘 이뤄지고 있다는 점. <2022 청년트렌드리포트>에서 선교단체 학생들을 대상으로 일주일 중 성경 읽는 시간을 따로 묻자 81분으로 전체 기독 대학생과 비교해 상당히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다만 마냥 ‘행복회로’를 돌리기엔 무리가 있다. 같은 조사에서 ‘현재 선교단체에 참여하고 있는지’ 묻자 2017년 11.1%에 비해 현저히 떨어진 4.1%로 집계됐다. 해석하자면 선교단체 내부에선 신앙훈련이 잘 이뤄지고 있긴 하지만 애당초 선교단체에 참여하는 학생들의 수가 이전에 비해 훨씬 적다는 것이다.
선교단체 학생들과 일반 기독 대학생들과의 차이는 ‘성경의 권위에 대한 입장’에서도 드러났다. 기독 대학생들이 성경 권위에 대한 입장에 잘 믿지 못함(29.6%), 어느 정도 진리라고 믿음(46.1%), 절대 진리로 믿음(8.7%), 잘 모르겠다(15.7%)로 각각 답변한 반면, 선교단체 소속 대학생들은 ‘잘 믿지 못함’은 단 0.6%에 불과했고 ‘절대 진리로 믿는’ 학생들은 74.4%에 달했다.
코로나 사태 발발 이전과 비교하면 성경과 관련한 공동체 활동에 비해 개인 경건 활동이 늘어난 점도 특징적이다. ‘지난 한 달간 참석한 신앙활동’(복수응답)을 묻자 주로 공동체와 함께하는 성경공부 활동은 39.0%에서 31.8%로 감소한 반면 각자 집에서 개인적으로 할 수 있는 성경통독은 15.1%에서 22.9%로, 성경 암송은 8.4%에서 14.9%로 증가한 모습을 보였다.
이름만 ‘소그룹’ 실상은 ‘설교’
그렇다면 청년들이 성경에서 멀어진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세속적으로 변한 캠퍼스 문화, 갈수록 종교색이 옅어져 가는 또래 사회의 분위기에도 물론 원인이 있겠지만 그렇다고 교회가 면죄부를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IVF 간사로 사역하며 청년들과 호흡했던 정석율 목사(잇 바이블 공동대표)는 이날 포럼에서 “청년들에게 소그룹 성경공부가 즐거운 시간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그룹 성경공부가 즐겁지 않은 이유는 세 가지로 요약된다. 정 목사는 “리더가 혼자 설교하는 방식으로 성경공부가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보면 분명 ‘그룹’으로 성경을 공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서로간의 역동적인 상호작용이 전혀 일어나지 않게 된다”면서 “내용에 있어서도 사변적인 내용이 많고 구체적인 삶으로 파고들지 못한다”고 분석했다.
정석율 목사는 ‘다양한 소그룹 성경공부 방법론’을 대안으로 제시하면서 “성경공부는 다른 사람이 경험한 하나님을 전해 듣는 것이 아니라 성경 본문을 통해 스스로가 하나님을 경험하는 시간”이라며 “서로 간의 참여가 일어나도록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성경을 이야기에서 그치지 않고 이미지로 기억되도록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이를 위한 성경공부 방법들도 개발돼 있다. 사본식 성경공부는 장, 절이 구분되지 않는 본문을 인쇄해서 나눠주고 함께 기록할 수 있는 큰 종이를 준비해 함께 그림과 글로 본문을 해석하고 적용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5POINT 성경공부는 5가지 중심이 되는 주제를 꼽은 뒤 하나씩 돌아가며 한 가지 주제에만 집중해 나눔을 갖는 방식이다. 이밖에 삼색볼펜을 활용하거나 대면극을 하는 방식으로 성경공부를 하는 방법도 있다.
한편, 포럼에서는 이밖에도 이교원 목사(신내교회 청년부), 엄상섭 목사(JDM 한국대표), 양진일 목사(하나님나라연구소 부소장), 강신익 교수(한동대 석좌교수), 반세호 목사(지구촌교회 대학 및 청년지구 총괄), 강만수 간사(ESF), 이서진 목사(온누리교회 대학부 본부장), 공경민 간사(SFC 대학사역부 총무), 최영광 목사(신반포교회 청년부), 송창호 간사(세계로선교회) 등이 발제자로 나서 현장 사례를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