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올해 기독교 문화계 동향은 어떠했을까. 기독교 문화계의 일 년을 돌아보며, 새로운 한 해를 준비하기 위해 크리스천문화기자단(CC+) 2017년 연말 세미나 및 총회가 지난 6일 동숭교회에서 개최됐다.
동숭교회(담임:서정오 목사) 후원으로 열린 세미나에서는 기독교 문화계를 ‘영화’, ‘음반’, ‘도서’, ‘공연’의 총 4분야로 나누어 올해 기독교 문화계 동향을 점검하고 더 나은 발전 방향을 모색하는 시간으로 기획됐다. 강사진으로는 필름포럼 조현기 프로그래머, 미디어스코프 송재호 차장, 샘솟는기쁨 대표 강영란, 문화행동아트리 김관영 목사 등 총 4명의 문화사역자들이 참여했다.
이번 세미나에서는 올해 경기가 침체된 상황에서 문화계 역시 전반적으로 어려웠다는 평가가 잇따랐다. 기독교 음반시장은 축소되고 있으며, 도서 출판계의 불황으로 기독교 관련도서의 수요 역시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였다.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이를 기념하는 각종 공연과 도서, 영화가 선보였지만 대부분 큰 주목을 이끌지는 못했다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았다. 기독교 문화가 설 자리를 잃어가는 시대적 흐름 속에 창의적이고 질 높은 융합 콘텐츠를 생산하는 것과 열악한 문화환경에 대한 구조적 뒷받침이 위기를 넘어설 대안으로 제시됐다.
‘실화’ 바탕의 기독교 영화, 관객에 큰 호응
#영화// 필름포럼 조현기 프로그래머
필름포럼의 조현기 프로그래머는 “2017년 영화진흥위원회 집계에 따르면, 올해 개봉한 영화는 4,000여 편이 넘으며 그 중에서 극장 개봉작으로 의미있는 수치는 한 해 평균적으로 1,000여 편”이라며, “이 중에서 한 해 개봉되는 기독교 영화는 10편 내외로 국내 기독교 영화뿐 아니라 미국 기독교 영화까지 포함된 수치”라고 밝혔다.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상망의 11월 집계결과 이 중에서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작품은 17만 여명의 관객 수를 기록한 미국의 기독교영화 ‘예수는 역사다’인 것으로 확인됐다. ‘예수는 역사다’는 미국 시카고 트리뷴지 기자 리스트로벨의 실제 간증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다음으로는 ‘서서평, 천천히 평온하게’가 12만 여명, ‘사일런스’ 9만 5천 여명, ‘오두막’ 7만 6천 여명, ‘루터’ 3만 여명을 기록했다.
조 프로그래머는 “올해 정점을 찍은 영화는 ‘예수는 역사다’다. 2015년 영화 ‘프리덤’을 시작으로 기독교영화 배급에 뛰어든 CBS가 실질적인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둔 작품이라는 점에서 의미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영화 ‘예수는 역사다’는 20만 명에 가까운 관객이 이 영화를 관람했고, 기독교 영화는 타깃이 분명하기에 관람객 중 90% 이상이 크리스천이라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영화 흥행의 이유에 대해 조 프로그래머는 “우리가 상상하기 어려운 이야기의 기적 같은 실화를 비쥬얼라이징 했기 때문”이라며, “‘예수는 역사다’는 실존인물이 예수가 허구라는 가정 하에 자료를 역 추적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결국은 예수가 실제라는 것이 반전으로 드러나 관객들에게 큰 어필을 했다고 본다”고 전했다.
이밖에 주목되는 작품으로 ‘서서평, 천천히 평온하게’와 최근 개봉한 영화 ‘로마서8:37’을 추천했다. 특히 그는 “‘로마서 8:37’은 한국교회의 문제를 직설적이면서도 적나라하게 고발한다는 점에서 우리의 모습을 직시하지 못하는 가운데 교회 내부에서 내부를 면밀히 들여다 본 최초의 기독교 영화”고 평가했다.
디지털음반 홍수시대…불황 여전
#음반//미디어스코프 송재호 차장
미디어스코프 송재호 차장은 CCM 음악계의 현실을 분석하고 음반시장의 변화에 따라 CCM계의 장기적 불황을 극복하기 위한 방향을 모색했다.
송 차장은 “90년대만 해도 크리스천 음악전문 기획사들이 많았지만, 최근에 와서는 거의 자취를 감췄다. CCM 앨범시장의 판매율은 점점 떨어지고 있으며, 기독교백화점의 음반매장은 아예 철거하거나 규모가 축소됐다”며 열악한 CCM 음반시장의 현실을 전했다. 송 차장은 “최근 음반시장이 바뀌면서 한 장의 정규앨범보다 한 곡 단위의 디지털 싱글이 더 효과적 방법으로 대두되고 있다”고 말했다.
2017년 CCM음원은 6,500여장 발매됐으며, 이중 국내 아티스트 발매음원만 추리면 1,120여장 정도로 확인됐다. 송 차장은 “퀄리티와 상관없이 연주음원이 홍수를 이뤘는데, 스테디셀러라는 인식이 있고 상업적으로 제작비용이 저렴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지나치게 많은 수의 양이 발매돼 부작용 역시 많아 보인다”고 진단했다.
암울한 CCM 음악계 현실 속에 음악적 역량이 뛰어난 아티스트의 등장은 눈여겨볼 부분이다. 송 차장은 “작년부터 꾸준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힙합 R&B장르의 ‘Plan Z’, 가요활동을 병행해 트렌디한 음악으로 앨범을 발매하고 있는 최요한 프로듀서의 프로젝트 그룹 ‘U&I’, 어쿠스틱사운드에 멜로디 라인이 돋보이는 빨간약, 김상진 등이 나왔다. 또 올해 주목할 만한 아티스트로는 CCM 혼성팀 ‘히즈윌’과 ‘브라운워십’이 있다”고 소개했다.
올해는 베테랑 찬양사역자들이 오랫만에 새로운 앨범을 발표하기도 했다. 송 차장은 “‘주님의숲’으로 알려져 있는 사랑이야기, 한웅재 목사의 찬송가 리메이크 2번째 앨범, ‘좋은씨앗’의 15년 만의 정규앨범, 그리고 최인혁의 12년 만의 정기앨범까지 CCM팬들에게는 더 없이 반가운 이름의 사역자들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앨범을 발매했다”고 전했다.
‘융복합 콘텐츠 제작’ 고민할 시점
#도서//샘솟는기쁨 강영란 대표
기독교 출판분야에서 샘솟는기쁨 강영란 대표는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이한 2017년 기독교 도서동향에 대해 발표했다. 그는 일반 출판과 더불어 기독교계 출판 전반의 위축에 대한 아쉬움과 함께 위기를 타계할 수 있는 방법으로 ‘융복합 콘텐츠’의 제작을 제안했다.
강 대표는 “사회적으로 교회가 부정적 문제가 가십거리로 등장하면서 기독교 출판계의 위축이 더욱 심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기독교도서에 대한 수요도 적어지면서 국민의 정서와 출판의 정서가 가까이 있음을 실감하게 됐다”고 전했다. 또한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종교개혁’, ‘마르틴 루터’, ‘얀 후스’, ‘칼뱅’ 등의 주제어로 꽤 많은 책이 출간됐으나, 판매지 수나 변별력이 아쉬웠다”고 평가했다.
전체적인 기독교도서의 동향으로 강 대표는 “한국교회 성장키와 맞물려 교회와 목회자 중심의 출판 콘텐츠가 많은 종수를 차지했다. 판매지수가 가시화되지 않은 채 상당수 출판사 매출에 기어하는 편이어서 출판문화로서 기독교 출판을 다루는데 간과하기 어려운 부분일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가나안성도나 교회 밖 교인들이 고민되는 시점에서 융복합 콘텐츠의 제작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본다”며, “오프라인 서점이 없어지고 자본 유입에 따라 대형서점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기독교적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독교 출판계의 위기를 해소할 방법으로 “기독교 메이저 출판사의 위상과 중소형(일인) 출판사의 역할과 콘텐츠가 건강하게 자리잡아가길 기대한다”며, “숨어있는 저자들이 더욱 많이 노출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기독공연 활성화 위한 ‘문화벨트’ 조성을
공연// 문화행동아트리 김관영 대표
문화행동아트리 김관영 대표는 “우리나라 뮤지컬은 1년 발표작이 2400편에 이르며, 이는 세계3대 뮤지컬시장의 규모다. 그러나 거품이 많고 수요 대비 과도한 공급으로 제작자들은 상당히 열악한 상황에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그는 “편수로 따지면 기독교 뮤지컬은 전체 뮤지컬 시장의 1%정도를 차지한다. 그러나 대부분은 기독교 뮤지컬이 흥행에 실패했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라며, “내실적 측면에서는 성과를 내지 못했다고 보인다”고 평가했다.
열악한 기독교 문화공연계 상황 속에 올해 큰 성과를 이룬 작품은 문화행동아트리가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대학로에서 1년간 상설공연을 펼친 ‘더북(The book)’이라는 작품이다. 12월 6일 기준 현재까지 345회 공연, 총 관객수 5만 명을 넘어섰으며 지방공연까지 합치면 전국적으로 7만 명 이상이 관람했다. 김 대표는 “1년 연속 공연은 우리나라 뮤지컬 역사상 최초라고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장기간의 공연을 통해서도 85% 이상의 객석 점유율을 보였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기독공연 활성화를 위한 대안으로 “기독공연이 일반공연의 1%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기독공연계가 잘 발전할 수 있는 토양화작업이 필수적”이라며, 기독공연계의 성장을 위한 구조적 뒷받침을 요청했다.
특히 그는 “공간과 콘텐츠를 연결하는 플랫폼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일종의 ‘크리스천 문화벨트’를 형성해 기독 공연 및 축제 등이 정례화 되기를 기대한다”며, “기독교 문화계 종사업자들을 모아 격려하는 자리가 마련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세상과의 가교역할을 위한 기독교 문화계 역할에 대해 김 대표는 “교계 안에 공연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먼저 크리스천 대상의 공연이 활성화될 필요가 있다”며, “크리스천들이 먼저 은혜를 받고 누릴 수 있는 좋은 작품 들이 더 많이 나와야 하며, 이러한 토대 위에 선교적 역할도 감당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