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를 넘어 세계교회 연합을 위한 ‘신앙고백’ 나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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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를 넘어 세계교회 연합을 위한 ‘신앙고백’ 나오다
  • 용환규 박사(백석대 교수)
  • 승인 2025.02.19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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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 한국기독교 140주년, 한국교회가 기억해야 할 역사 속 한 장면 ⑨ 「개혁주의생명신학 선언문」

2010년 백석전진대회, 「개혁주의생명신학 선언문」 선포
한국교회 전체 대안이자 세계교회와 신학적 대화에 기여
한국교회는 불과 140년 역사 만에 세계교회 역사에도 유례가 없을 정도로 뜨겁게 부흥 성장을 이룩했다. 하나님의 초자연적인 은혜가 아니고서는 설명할 수 없지만, 안타깝게도 한국교회는 수없이 갈등과 분열을 거듭해야 했다. 모범적으로 하나 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할 교회이지만 장로교단만도 300개가 넘게 됐다. 백석총회와 백석학원 설립자 장종현 목사는 한국교회가 겪는 위기의 원인을 사변화된 신학교육에서 찾았다. 성경을 하나님의 말씀으로 수용하지 못하고 학문적으로 천착한 처참한 결과라는 고백이다. 장종현 목사는 해법으로 16세기 종교개혁의 역사와 신앙을 올바르게 계승하고 실천해야 한다는 데 초점을 두고 ‘개혁주의생명신학’을 선포했다. 백석대 용환규 교수는 한국교회의 연합과 회복을 위해 2010년 5월 21일 경기도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렸던 백석전진대회를 주목했다. 약 4만명이 모인 백석전진대회에서 장종현 목사는 「개혁주의생명신학 선언문」을 선포했다. 특별히 「개혁주의생명신학 선언문」은 목회자뿐 아니라 평신도 성도들까지 한목소리로 담은 신앙고백문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난 2010년 수원 월드컵 경기장에서 열린 백석전진대회에서 장종현 박사가 개혁주의생명신학 선언문을 발표하고 있다.
지난 2010년 수원 월드컵 경기장에서 열린 백석전진대회에서 장종현 박사가 개혁주의생명신학 선언문을 발표하고 있다.

한국 기독교 140년의 역사에는 우리가 기억해야 할 중요한 순간들이 있다. 선교사들의 첫 입국, 복음 전파와 교회 설립, 1907년 평양대부흥운동과 독노회 설립, 일제의 식민지 침탈에 대한 항거와 한국교회의 자립 등이다. 이러한 역사를 거쳐 한국교회는 이제 세계교회의 신앙과 신학을 이끌만한 역량을 갖추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 상황에 성령의 능력이 부어진다면 한국교회가 연합하고 다시 부흥하는 것은 물론 세계교회의 지형을 변화시킬 대부흥이 일어날 것이라 확신한다. 이를 위해 한국교회가 연합을 도모할 수 있는 신앙의 표준으로서 함께 고백할 수 있는 신앙의 고백이 필요한데, 한국교회 공동의 신앙고백은 반드시 개혁주의신학의 뿌리인 16세기 종교개혁부터 시작돼야 한다.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한국교회가 공동의 신앙을 고백했던 자취가 있다. 현재 한국교회의 장로교는 300여개이지만, 본디 한국교회는 단 하나의 장로교회로 출발했기에 공동의 신앙고백이 가능했다. 우리나라에 입국했던 선교사들은 각 나라에서 파송되어 들어왔는데, 교단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복음으로 한국교회가 하나 되기를 염원하며 연합을 위한 선교정책을 펼쳤다. 선교사들의 양보와 희생의 결과 1907년 9월 17일 대한예수교장로회 노회, 곧 독노회(獨老會)가 설립되었으며, 같은 해 독노회는 한국교회 공동의 신앙고백으로 「12신조」를 채택했다. 성경에 기초한 「12신조」는 선교지 교회에 적합하다고 여긴 선교사들의 선택이었고, 한국교회의 첫 신앙고백이었으며,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를 채택하던 1960년대 전까지 한국교회 신앙의 표준이었다. 

하나의 노회, 공동의 신앙고백이라는 소중한 유산에도 불구하고 한국교회는 1950년대부터 정치적 신학적 입장에 따라 분열되었고, 세속화되었으며, 성장주의에 함몰되기 시작했다. “성령이 하나 되게 하신 것을 힘써 지키라”(엡 4:3b)는 말씀에도 불구하고, 표면적으로 신학과 교리로 인해 분립했고, 이면적으로는 명예와 탐욕, 이기심으로 인해 분열되었다. 동일한 신앙고백을 하는 교단들이 분열되었다는 사실은 결국 신앙의 차이가 아니라 정치와 감정의 차이, 주도권 다툼이라고 설명할 수밖에 없다. 만약 선교 초기의 유산을 간직했다면 한국교회는 이미 세계교회 연합의 선봉에 섰겠지만, 안타깝게도 한국교회는 성경의 진리를 수호하는 대신 자신들만의 신학을 보수하였고, 한국교회의 연합과 세계교회의 보편성을 외면한 채 개교회의 특수성만을 구축하며, 말뿐인 연합에 그치고 말았다.

다시금 한국교회의 연합과 일치를 희구하는 가운데, 2010년 5월 21일 한국교회의 분열과 세속화 문제를 자신들의 문제로 귀결하고 한국교회의 하나됨을 위해 회개와 헌신을 결단했던 사건이 발생했다. 바로 한국교회 3대 교단인 백석총회의 목회자, 신학자, 신학생, 성도들이 그 주인공이다. 개혁주의신학에 예수 그리스도의 영적 ‘생명’을 회복하자는 신앙운동이 바로 ‘개혁주의생명신학’인데, 이날 백석전진대회를 맞아 백석총회의 설립자 장종현 목사는 「개혁주의생명신학 선언문」을 선포했고, 수원월드컵경기장에 모인 4만여 성도들은 이를 자신들의 신앙고백으로 수용하며 화답했다. 

선교사들이 공동의 신앙고백을 전수하고 하나의 장로교를 이루었던 역사에 기반한다면 「개혁주의생명신학 선언문」은 한국교회와 세계교회 내에서 큰 의의를 갖는다. 먼저 「개혁주의생명신학 선언문」은 대한예수교장로회 백석총회라는 한 교단만의 특수성을 드러내기 위한 신앙고백을 넘어 한국교회의 연합과 일치를 위한 신앙고백이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개혁주의생명신학 선언문」이 한국교회에 준 메시지는 크게 네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한국교회의 연합과 일치를 위해 16세기 종교개혁의 성경적 원리로 돌아가야 한다. 둘째, 사변화 된 신학을 반성하고, 성경을 신앙과 삶의 유일한 표준으로 삼아야 한다. 셋째, 분열과 세속화의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목회자와 신학자부터 회개하고 나눔과 섬김을 실천해야 한다. 넷째, 한국교회에 예수 그리스도의 생명력을 불어넣는 길은 오직 성령의 역사로만 가능하다는 점이다. 이처럼 한국교회 연합을 향한 선언은 한국교회 전체에 큰 울림과 도전을 주었으며 한국교회의 연합과 일치에 대한 부르짖음의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됐다.

또한, 「개혁주의생명신학 선언문」은 한국교회를 넘어 세계교회의 보편성에 부합한다는 점에서도 의의를 지닌다. 본디 교회라는 존재적 양식이 보편성과 특수성을 갖추어야 하는 점에 비추어보면, 한국교회는 세계교회의 보편성과 한국의 민족적, 문화적, 역사적 특수성을 겸비해야 한다. 즉, 사도들로부터 계승되어 온 건전한 전통이라는 보편성과 더불어 한국적인 특수성을 포함할 때 비로소 세계교회의 일원이면서 한국적인 교회가 될 수 있는데, 「개혁주의생명신학 선언문」은 세계교회의 보편성을 획득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더욱이 「개혁주의생명신학 선언문」은 목회자로부터 성도들까지 한 목소리로 고백하고 수용한 데서 의의를 찾을 수 있다. 그동안 한국교회는 개혁주의신학을 표방하며 「12신조」와 「웨스트민스터신앙고백서」를 신앙의 표준으로 삼았지만, 유수한 신앙고백의 가치에도 불구하고 신앙고백이라는 것은 성도들에게 낯선 교리에 불과할 뿐이었다. 그러나 「개혁주의생명신학 선언문」은 목회자, 신학자, 신학생뿐 아니라 성도들까지 함께 한목소리로 고백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성직자에게서 성도의 손으로 ‘성경’을 넘겨준 사건을 종교개혁이라 한다면, 백석전진대회는 목회자에게서 성도의 손으로 ‘신앙고백’을 넘겨준 사건이라 명명할 수 있겠다.

마지막으로 「개혁주의생명신학 선언문」은 개혁주의신학을 삶 속에서 실천하는 신앙운동으로 발전시켰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개혁주의생명신학 선언문」은 16세기 종교개혁의 핵심 가치인 ‘성경’의 권위와 ‘성령’의 역사를 ‘하나님나라운동’이라는 윤리적 책임 속에서 구현하고자 하였는데, 이는 교회와 사회 속에서 신앙을 실천해야 한다는 책임의식을 강조한 신학적 선언이었으며 삶으로의 신앙을 촉구하는 것이었다. 

「개혁주의생명신학 선언문」은 좀 더 발전된 형태로 종교개혁 500주년을 기념하는 2017년 9월 14일 백석총회에서 교회 선언으로 채택됐다.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 「개혁주의생명신학 선언문」은 서구 개혁신학을 아우르면서도 한국교회의 특성과 필요에 맞게 성경을 기준으로 차별화된 신학적 방향성을 제시했다. 이는 개혁신학을 한국적 맥락에서 재해석한 모델이라 할 수 있다. 그러므로 한국교회 회복을 위한 대안인 「개혁주의생명신학 선언문」을 수용하고 실천한다면, 한국교회가 연합과 일치되는 것은 물론 더 나아가 세계교회와의 신학적 대화 및 연합에도 기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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