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민 사역자 타문화권 선교사로 인정, 네트워크 구성할 것
한국 선교의 미래를 ‘이주민 선교’에서 찾아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세계선교협의회(사무총장:강대흥 선교사, KWMA)는 지난 14~16일 가평 필그림하우스에서 ‘이주민 선교’를 주제로 ‘제22회 한국선교지도자포럼’을 개최했다.
단연 눈에 띄는 것은 ‘이주민 선교’라는 주제다. 최근 몇 년 사이 한국선교지도자포럼(한선지포)의 주제는 ‘교회와 같이 가는 선교’, ‘새로운 세상, 새로운 선교’ 등 다양한 선교 사역을 아우르는 포괄적인 문장이 선정돼왔다. 그랬던 KWMA가 이번엔 ‘이주민 선교’라는 특정 사역 형태를 단독 주연으로 내세웠다. 이주민 선교가 현 시대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가늠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기조발제에 나선 강대흥 선교사는 “하나님의 인도하심에 따라 고향을 떠난 아브라함은 이주민이었다. 이삭과 야곱도 그랬다.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을 통해 약 20만명의 중국인이 북한을 방문했는데 그 중 상당수가 기독교인이다. 이를 통해 중국 지하교회 성도들이 전 세계로 뻗어 나가고 있다”면서 “한국에 온 이주민들은 주로 이슬람권, 불교권, 힌두권에서 온 이들이다. 대부분 미전도종족이거나 전방개척지역이라는 뜻이다. 하나님께서 그 지역 사람들에게 복음을 듣게 하시기 위해 우리나라에 보내주셨음을 깨닫는 선교적 시각을 견지해야 한다”고 환기했다.
그는 또 “이주민 사역은 선교사들의 힘만으로 감당할 수 있는 사역이 아니다. 지역교회들이 주체적으로 이주민 사역에 적극 나서주어야 한다”면서 “이주민들이 가장 많이 호소하는 어려움은 다름 아닌 차별이다. 결혼 이주 여성이나 외국인 노동자들은 문화적 이해와 수용을 바라는 경우가 많다. 교회는 이들이 문화적 이질감을 느끼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 밖에도 지역교회들에게 △언어 및 한국어 교육을 지원할 것 △의료와 복지 서비스를 제공할 것 △차별 없이 대우하고 사회 통합에 관심을 가질 것 △교회 내 한국인 성도와 어울릴 수 있는 다문화 교제의 장을 마련할 것을 조언하기도 했다.
포럼은 ‘한국형 이주민 선교 표준화’, ‘이주민 문화에 대한 이해와 수용’, ‘포스트 로잔과 이주민 선교’, ‘이주민 선교 액션 플랜 도출과 연합’ 등 네 가지 섹션으로 구성됐다.
이민정책 분야 전문가로서 한국의 이주민 선교 정책을 진단한 신상록 목사(한국이주민서교연합회 자문위원)는 이주민 선교를 제대로 시작하기 위해서는 이주민을 칭하는 용어부터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신 목사는 “외국인 근로자, 이주노동자 등 이주민을 부르는 용어에서부터 혼란과 차별을 유발하는 경우가 많다. 한국교회 교단 차원에서 선교와 목회를 모두 담아낼 수 있는 용어인 ‘이주민’으로 단일화할 필요가 있다”면서 “단어가 통일되면 명확한 선교 방향을 설정할 수 있고 선교뿐 아니라 목회의 대상으로도 삼을 수 있다”고 제안했다.
김찬곤 목사(안양석수교회)는 ‘이주민 선교를 위한 지역교회와 귀국 선교사의 연합’을 주제로 발제하면서 “귀국한 선교사들이 한국에 나와 있는 이주민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문화 인류학을 알아야 한다”며 “이주민들이 한국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는 현실의 벽이 얼마나 높고 힘든지를 제대로 파악하지 않으면 처음 선교지에서 받는 문화충격 이상을 받게 될 것이다. 더불어 한국을 떠난지 오래된 선교사들이 놀랄 만큼 달라진 한국의 문화에 대해서도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두 번째 세션에서 발제자로 나선 김영산 교수(고신대 선교목회대학원)는 “국내 이주민 사역에는 문화 호환성을 지니고 문화지수가 높은 사역자가 필요하다”며 “자신의 문화를 알고 타인의 문화를 아는 선교를 해나가면 효과적인 소통이 가능해진다. 이를 통해 복음을 더 깊이 전달할 수 있고 서로 성장해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이주민들의 생각을 듣는 시간도 마련됐다. ‘이주민들의 한국 문화에 대한 대담’ 시간에는 결혼 이민자, 유학생, 근로자 등 다양한 이유로 한국에 머물고 있는 이주민 네 명이 패널로 참여해 한국에서 생활하며 느꼈던 문화적 차이에 대해 나눴다.
세 번째 세션은 지난 9월 막을 내린 제4차 로잔대회에서 다룬 이주민 선교 이슈를 공유하는 시간이었다. 한철호 선교사(한국로잔 부의장)와 현한나 교수(로잔 디아스포라 실행위원), 이성춘 선교사(유럽 ELF)가 로잔대회의 논의를 바탕으로 한국의 이주민 선교 방향을 논의했으며 허현 목사와 김성진 목사(대청브릿지)가 사례를 발표했다.
마지막 세션에서는 KWMA 이주민실행위원회와 디지털선교위원회, 연합선교훈련위원회, 한국교단선교실무대표자회, 선교적교회로가는로드맵 관계자들이 모여 의견을 나눴다.
한편, 포럼에서는 2박 3일간의 논의를 바탕으로 ‘22회 한선지포 결의문’이 발표됐다. 포럼에 모인 이들은 결의문에서 이주민 선교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이주민 사역자를 타문화권 선교사로 인정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결의문은 “이주민들이 우리의 중요한 선교 대상이며 이주민 선교가 우리의 중요한 선교사역임을 확인한다. 이는 각 선교단체와 교단선교부가 국내 이주민을 선교대상으로 받아들여야 함을 의미하며 이주민 사역자를 타문화권 선교사로 인정해야 함을 포함한다”며 “속지주의적 선교 개념에서 탈피해 속인주의적 관점으로 전환한다. 선교는 본질적으로 문화를 넘어가는 것임을 인식한다”고 정의했다.
이주민 선교를 활성화하기 위한 적극적인 지원도 다짐했다. 결의문은 “KWMA는 귀국한 선교사들이 국내에서 이주민을 대상으로 사역할 수 있도록 적극 장려하며 지역교회들과 협력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 또한 이들이 해외 선교사와 같은 사역자로 인정될 수 있도록 선교행정을 포함한 모든 제도 마련에 나서겠다”며 “교회교육과 신학교육에 이주민 선교에 대한 커리큘럼을 마련하고 이주민들이 자신의 모국어로 예배드리는 교회 개척을 장려하고 동반자 선교를 적극 지원하겠다”고 선언했다.
구체적인 실행 계획도 마련했다. KWMA는 이주민 사역에서 외국인 목회자들이 동역하고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장을 만들기 위해 ‘한국 내 외국인 목회자 컨퍼런스’를 2025년부터 연 1회 개최하기로 했다. 동시에 이주민 사역자들의 연합기도모임을 계획하고 네트워크를 구성해 적극 협력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