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기획] “인구 소멸 시대 가정의 회복 돕는 교회가 ‘희망’입니다”
상태바
[연중기획] “인구 소멸 시대 가정의 회복 돕는 교회가 ‘희망’입니다”
  • 김수연 기자
  • 승인 2024.08.27 20: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연중기획 : 죽음에서 생명으로 (27) 청년들의 결혼·출산 지원 나선 교계 (하)

싱글매칭 및 결혼예비학교 등으로 건강한 이성교제 권면
교회, 건강한 가정의 롤모델 제시…비혼 설 자리 마련해야
지자체와 협력하고 인프라 활용해 맞벌이 부부 양육 도와

결혼은 환상이 아닌 현실이죠.”

극심한 취업난에 천정부지로 치솟는 집값으로 제 밥벌이도 힘든 상황에서 오늘날 청년들은 당장 연애부터 난관에 봉착한다. 그 결과 신혼부부 백만 쌍의 고지는 붕괴되기 일보 직전이다. 무자녀 비율도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며 대한민국의 인구 소멸시계는 더욱 가속 페달을 밟고 있다.

그러나 암울한 미래를 청년들 탓으로만 돌릴 순 없다. 꿈 많은 청춘을 비자발적 N포세대로 내몬 우리 사회를 먼저 돌아볼 일이다. 특히 하나님이 창조하신 지상 최고의 천국 가정을 다시 세우는 일에는 교계도 발을 벗고 나섰다. 결혼과 출산에 대한 청년들의 부정적 인식을 바꾸고 실질적인 필요를 채우며, 가정의 회복에 기여하고 있는 한국교회의 움직임을 살펴봤다.

성경적 결혼을 장려하다

크리스천들의 연애세포여 깨어나라!” 요즘 기독 단체들 사이에선 미혼 남녀들에게 신앙을 바탕으로 자연스런 만남을 주선하는 매칭 사역이 비교적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젊은이들이 세상적 기준을 내려놓고 성경적 가치관으로 하나님이 예비하신 짝을 찾도록 돕는다는 취지다.

대표적으로 2019년 시작된 서울 오륜교회의 러브 인 갓은 매년 수십여명이 참가할 만큼 인기가 뜨겁다. 신청이 빗발치면서 타교인에게도 문을 열어뒀다. 7주간 참가자들의 이름과 나이는 비공개다. 대신 성경적 결혼관 등 강의를 함께 듣고 일대일 미팅을 통해 서로를 알아간다.

교회판 나는 솔로는 또 있다. 한국대학생선교회(CCC)도 비슷한 포맷의 싱글즈를 진행하고 있다. 2022년 출발해 지금까지 총 5기를 배출한 가운데 140명의 교제가 성사됐고 여덟 커플이 결혼에 골인하는 축복을 누렸다. 갓 데이트는 2006년부터 올해까지 미혼 청년을 매칭하는 프로그램을 상시 개최해 무려 400여명이 믿음의 가정을 꾸릴 수 있게 지원했다.

이들 단체는 공통적으로 신뢰할 만한 참가자를 모집하기 위해 철저한 검증 과정을 거쳤다. 본인의 프로필과 사전 인터뷰를 비롯해 혼인관계증명서, 추천서 등을 의무적으로 제출하게 해 참가자들의 위험부담을 줄이고자 애썼다.

갓 데이트 문형욱 대표는 사실 N포세대 문화 속 크리스천 청년들마저 신앙 안에서 연애와 결혼을 꿈꾸는 게 쉽지 않다. 그렇지만 여러 상황과 조건을 따지기에 앞서 믿음의 눈으로 상대의 영성과 인성을 보고 평생의 반려자를 고르려는 노력과 결단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이어 싱글 청년들도 건강한 이성교제와 결혼에 대한 배움이 필요하다이 역할을 교회 공동체가 지원해주면 좋겠다. 청년들이 믿음 안에서 건강한 이성교제를 영위할 수 있도록 환경을 열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어렵게 결혼에 골인해도 부부가 갈등을 빚거나 자녀 양육을 기피하는 실정에서 성경 말씀에 부합하는 행복한 가정의 모범을 제시하는 사례도 있다. 현재 각 교회들 뿐 아니라 많은 기독교 단체들이 부부학교혹은 부모학교등을 개설해 운영 중이다.

청년들이 비혼을 선언하는 이유는 경제적 부담 이외에도 결혼이 행복하지 않다는 부정적인 생각 때문이다. 더욱이 행복한 결혼에 대한 롤모델이 부재한 가운데 교회가 결혼의 유익을 알리고 바람직한 가정상을 제시하는 일은 중요하다.

지난해 두란노 결혼예비학교에 참가했다는 유가영(32) 씨는 남편과 결혼의 성경적 의미를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우리 부부를 향한 하나님의 계획하심을 기대하는 시간이었다. 막연한 두려움으로 결혼을 기피하는 친구들에게 결혼예비학교를 추천하고 싶다고 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갈수록 비혼 문화가 확산하는 상황에서 교회가 이들을 정죄하거나 무조건 결혼을 장려하는 태도는 지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교회 내 비혼 청년들을 품는 성숙한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는 의미다.

싱글미니스트리 탁영철 목사는 성도들은 혼기가 지난 독신 청년들을 이상한 눈으로 바라보며 결혼을 강요할 때가 있다. , 청년부 장년부 어디에도 속하기 힘든 싱글들은 소외감을 느끼기 쉽다교회는 가족의 가치를 독려하되 싱글들도 설 자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회는 최적의 돌봄기관
현대인들에게 결혼 후 출산의 공식은 깨진지 오래다. 날로 심각해지는 저출생 문제를 극복할 목적으로 윤석열 대통령은 최근 인구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하고 범국가적 총력대응체계를 가동하겠다·가정 양립 양육 주거 등 3대 분야의 지원 강화를 밝혔다.

결혼·출산을 가로막는 장벽에는 복합적인 원인이 작용하는 만큼 다각도의 대안 마련이 절실한 가운데 기독교도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라는 성경 말씀에 순종해 두 팔을 겉어 붙이며 공적 책임을 다하는 모양새다.

현재 CTS, CBS 방송사는 저출생 극복을 위해 캠페인을 벌이며, 우리 사회는 물론 한국교회의 연합과 관심을 촉구하고 있다. 개교회들도 다양한 정책과 프로그램으로 성도들은 물론 주민들까지 끌어안고 있다. 출산장려금을 지원하거나 아기학교 등을 운영하는 게 그 예다.

이처럼 교회는 인적·물적 자원 등 인프라를 십분 활용해 젊은이들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돼주고 있다. 무엇보다 지자체와 손잡고 유휴공간을 돌봄시설로 전환해 지역에 기여하는 사례는 눈여겨볼 대목이다.

이용자가 10만명을 넘긴 서울형 키즈카페의 경우 오는 2026년까지 400곳을 만들겠다고 발표한 가운데 민간 시설의 동참을 촉구하고 나섰다. 특히 교회가 주중에 쉬는 공간을 무상으로 제공할 경우 서울시는 리모델링 비용을 최대 12억까지 지원한다.

이에 2023년 서울형 키즈카페 공간 심의에 11곳의 교회가 선정됐으며, 이중 양천구 신월동 성결교회, 성북구 하늘이음교회, 성북구 벧엘교회, 중랑구 면목교회 등이 최종 발탁됐다. 서울시는 지역 곳곳에 자리 잡은 교회의 가능성을 높이 평가하며 꾸준한 동참을 부탁했다.

맞벌이 부부가 아이를 믿고 맡길 수 있는 안전한 돌봄 교실조성에 일조하는 교회들도 있다. 충남에 위치한 당진동일교회는 저출산의 벽을 깨는 것이 곧 나라와 교회를 살리는 길이란 소신으로 다음세대 돌봄에 매진해왔다.

당진동일교회는 지난 20여년간 학교 수업을 마친 초등학생들이 학원 대신 교회로 인도될 수 있게 학업인성교육등을 지도했다. 그러자 놀라운 결실이 맺혔다. 지방 교회임에도 불구하고, 전 교인의 평균 연령이 2030세대일 뿐 아니라 다자녀 가정이 넘쳐났다.

당진동일교회 이수훈 목사는 엄마들이 마음 놓고 아이를 기를 기관을 제공하는 것은 저출산 난제를 해결할 첫 걸음이라며 부모들에게 감동을 줘야 한다. 아이를 키우는 게 힘듦보다 축복임을 느끼게 만들어야 한다. 작은교회라면 3~4곳이 협력해 사역해도 된다고 권면했다.

그러면서도 돌봄 교실은 교회가 비신자들과 만날 수 있는 좋은 접점이지만, 반드시 우리 교회에 나오라는 식의 논리는 경계해야 한다전도에 초점을 맞추면 오히려 반발과 거부감을 살 수 있다. 선한 사마리아인처럼 순수하게 베풀고 섬기는 데 주안점을 둔다고 했다.

실제로 국민들은 함께 일하고 돌보는 사회를 만드는 일에 교회의 적극적인 참여를 기대하고 있었다. 목회데이터연구소가 2022년 발표한 출산과 돌봄보고서에 따르면 교회가 운영하는 돌봄 기관을 이용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는 대답이 44.8%에 달했다.

특히 개신교인의 80.4%, 비개신교인의 29%그렇다고 답한 데 대해 목회데이터연구소 김진양 부대표는 개신교인에 비해선 낮은 수치이지만 비개신교인들의 의향도 높은 편이라고 짚었다.

그는 많은 교회가 사역에 뛰어들고 싶어도 재정적 고민이 크다. 이 경우 정부 및 지자체와 손 잡길 제안한다충분한 인프라와 섬김의 각오가 된 교회는 이 사역에 최고의 적임자다. 인구 소멸의 시대, 가정의 회복을 도모하는 한국교회가 희망이 되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