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얼핏 생각하면 구약의 말라기 선지자 이후에 조금 있다가 세례 요한이 등장했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깔끔하게 구약과 신약이 이어질 것 아닙니까? 하지만 그러면 안 됩니다.
유대인들을 중심으로 한 제한적인 종교에서 전 세계인들을 대상으로 한 세계 종교로 바뀌기 위해서는 준비 작업이 반드시 필요했습니다. 그 준비 작업을 하나님께서 하셨고 그 작업을 하신 기간이 바로 신구약 중간기였습니다. 갈라디아서 4장 4절은 “때가 차매 하나님이 그 아들을 보내사 여자에게서 나게 하시고 율법 아래에 나게 하신 것은”이라고 말씀합니다. 우리말로는 “때가 차매”라고 네 글자로 번역되어 있는데 헬라어 원어로는 무려 일곱 단어입니다. 직역을 하면 “그리고 시간의 꽉 참이 도래했을 때에”입니다. 하나님이 계획하셨던 시간이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꽉 찼을 때, 바로 그 때에 예수님이 세상에 오셨다는 뜻입니다.
✽ 복음 전파를 위해 하나님께서 예비하신 일들
그렇다면 예수님의 복음이 빨리 전파되도록 하기 위해 하나님께서 신구약중간기 시대에 예비해 놓으신 일들은 무엇이었을까요? 저는 네 가지를 꼽고 싶습니다. 그것들은 첫째, 유대인들의 회당에 모였던 ‘하나님을 경외하는 자들’, 둘째, 알렉산더 대왕을 통한 언어의 통일, 셋째, 애굽(이집트) 톨레미 왕조를 통한 구약성경의 헬라어 번역, 넷째, 로마 제국을 통한 정치적 안정과 도로망 구축입니다.
1) 하나님을 경외하는 자들
다른 세 가지는 대충 제목만 들으셔도 그 내용을 추측하실 수 있을 것 같은데 첫 번째 것, 즉 ‘하나님을 경외하는 자들’ 부분은 조금 설명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구약 성경에 등장하는 북이스라엘은 주전 722년에 앗수르(앗시리아)에게 망합니다. 그리고 남유다는 주전 586년(혹은 587년)에 바벨론(신바빌로니아 제국)에게 망합니다. 앗수르와 바벨론 사람들은 유대인들을 포로로 끌고 가서 강제노역을 시켰습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유대인들의 공동체가 곳곳에 형성되었는데 이것을 ‘디아스포라’라고 부릅니다. ‘흩어진 자들’이라는 뜻입니다. 디아스포라 유대인들은 예배를 드리기 위해 회당을 만들었습니다. 새로운 회당을 만들 수 있는 최소 정족수는 유대인 성인 남자 10명이었습니다.
그런데 처음에는 유대인들만 모여서 예배를 드렸지만 차츰 그들의 예배에 호기심을 가진 이방인들이 회당 예배에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유대인들은 높은 도덕적 수준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그들에게 관심을 가진 이방인들이 많았습니다. 회당 예배에 참석하게 된 이방인들은 다시 두 종류로 나뉘었습니다. 그것은 개종자와 하나님을 경외하는 자입니다. 둘을 나누는 기준은 매우 단순합니다. 할례를 받으면 개종자가 되었고, 아무리 회당에 오래 다녔어도 아직 할례를 받지 못했다면 하나님을 경외하는 자라고 불렸습니다.
백석대·신약신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