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부·야구부·밴드부 최초 창단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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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부·야구부·밴드부 최초 창단의 역사
  • 김태현 기자
  • 승인 2024.08.23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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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기독교 유산을 찾아서 (19) // 지·덕·체 강조한 ‘군산영명학교’(상)
전라북도 군산시 구암동에 건립된 군산영명학교.
전라북도 군산시 구암동에 건립된 군산영명학교.

의외로 국내 최초 혹은 호남지역 최초라는 타이틀을 제법 많이 가지고 있는 지역이 있으니 바로 ‘군산’이다. 최초의 학교 축구부와 야구부, 또한 최초의 밴드부까지 군산에서 탄생했다. 개화기 조그마한 소항구도시였던 군산이 최초라는 업적을 달성할 수 있었던 데에는 ‘군산영명학교’의 공로가 크다. 

군산에 부임한 윌리엄 전킨 선교사는 1903년 ‘군산영명학교’를 설립했다. 그는 아내와 함께 복음 전파와 인재 양성을 사명으로 아이들을 교육했다. 1902년 사랑방 규모로 아이들을 돌봤으나 찾아오는 아이들이 많아지자, 1903년 소학교를 설립했고, 1909년 4년제 고등과와 대학과정인 2년제 특별과를 설치하며 중학교 인가를 받았다. 중학교 인가를 받자 소학교와 중학교를 분리했고 소학교를 ‘안락소학교’로 중학교를 ‘군산영명학교’로 명명했다.

교명인 ‘영명(永明)’이란 이름은 덕과 학업을 쌓아 온 누리를 밝게 비추라는 뜻이다. 이에 맞게 전킨 선교사는 지·덕·체를 강조했다. 특히나 자타공인 만능 스포츠맨이었던 전킨 선교사는 체육, 그중에서도 구기종목을 아이들에게 가르쳤다. 전킨 선교사와 함께 군산 선교를 이끌었던 윌리엄 불 선교사 역시 축구선수로 활약했던 경력이 있어 군산영명학교 축구부 발전에 큰 기여를 했다. 

근대 스포츠 중 야구와 축구는 특히 인기가 많아 야구부와 축구부가 창설되기도 했다. 기록에 따르면 야구부는 군산영명학교의 1902년 개교와 동시에 조직되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지금도 군산에서는 한국야구의 시작이 군산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축구단은 1911년 창설됐다. 특히나 축구선수 출신이었던 불 선교사가 군산영명학교를 교장을 맡은 1920년대에는 축구부의 활약이 대단해 일간지에 자주 대서특필됐다. 

또한 불 선교사가 또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은 음악이었다. 불 선교사는 군산영명학교에 음악교사를 두어 학생들에게 악기를 가르치고 관현악단과 밴드부를 조직했다. 우리나라 최초의 12인조 밴드도 군산영명학교 학생들이었다. 

그렇지만 군산영명학교가 체육과 예능에만 특화된 학교는 아니었다. 학생들에게 필요한 지식들을 충분히 제공했다. 성경, 국어, 한문, 성서, 수학, 역사 등을 교육했고 특히 역사 과목에서는 세계사를 포함해 넓은 세상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 힘썼다. 이뿐 아니라 학교 학생이 아닌 주민들을 대상으로 생활계몽운동, 문맹퇴치운동, 미신타파운동을 전개해 군산 근대화에 기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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