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지 하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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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찬용 목사(부천성만교회 담임)
  • 승인 2024.08.14 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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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 성만교회 이찬용 목사
부천 성만교회 이찬용 목사

서대문 원천교회에서 목회하는 문강원 목사님에게 어느 목사님 아들이 찾아왔습니다. “제가 다음 달, 군대에 가는데요. 우리 아버지는 개척교회 목사님이세요. 제가 군대 간다니까 우리 아버지가 ‘너 군대 가면 나 목회 접을란다’고 하셔요.”

지난 10년간 교회 성도 수가 가장 많을 때가 15명이었구요. 지금은 7명의 성도와 함께 예배한다고 말하면서, 지난 10개월 동안 예배당 월세를 못 냈다구요. 건물 주인이 아버지 목사님에게 월세 달라고 하면서, “아니~~ 목사라는 사람이 섬기는 하나님은 그러면 거지 하나님이시냐?” 했다죠. 그 말이 그렇게 마음 아팠나 봅니다. 그 목사님 아들이 금요일 날 찾아왔는데, 3일 뒤인 월요일 날 군에 입대할 예정이었습니다. 아르바이트로 교회 월세를 보탰던 아들은, 교회 월세를 걱정했던 거죠.

사실 지금 대부분의 교회가 선교는 목까지 차서 하나 더 늘리는 건 그리 쉽지 않은 형편이기도 하구요, 이걸 그냥 넘어가기가 어려워 문강원 목사님이 예배 시간에 이 사정을 말씀드리며 마음에 감동이 오는 성도는 감당해줬으면 좋겠다는 부탁을 했구요.

그래서 어떻게 됐냐구요?
예배가 끝난 후 두 분의 성도가 왔답니다. 참으로 기가 막히게도 지난 10개월간 밀린 월세와 그 청년이 제대하는 동안까지 걱정 없이 목회할 수 있는 금액이었다구요.
그 사실을 그 청년에게 말했구요.문강원 목사님은 그 청년 아버지가 시무하는 교회에 찾아가 자초지종을 말씀드리고 최고급 소고기로 대접하기도 했구요.

그리고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 청년이 제대하고 문강원 목사님을 다시 찾아온 겁니다.
"목사님 덕분에 우리 교회가 더 좋은 곳으로 이전할 수 있었구요. 교회 차량도 아주 쌔삥으로 스타렉스 하나 뽑았습니다"라고 사진을 보여주더라나요.
그리고 감사하다고 50만 원을 주며, "목사님도 교회 건축하시고 빚도 많으실 텐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말했다죠.

제가 문강원 목사님에게 물었습니다.

"그 친구는 지금 뭐 한데요?"
신학하고 어느 교회에서 부교역자로 시무하고 있다고 하더라구요.
그 전도사와 통화하는 문강원 목사님의 모습은 무척이나 고맙고 대견해하고 있었습니다.

제가 문강원목사님에게 말했습니다.
언제나 우리 교회 부교역자 문이 열려져 있다구요.
그런 전도사님은 저와 우리 장로님들과 우리 교회도 조금은 뒷바라지 했으면 좋겠다구요.
억지로 하진 마시고, 주님이 기회를 주시면 우리 교회로 보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월급이 얼마냐?’부터 물어보는 요즘 부교역자들도 종종 보이던데요. 그런 따뜻한 가슴을 갖고 자기 아버지 목사님이 개척교회 하면서 고생을 그렇게 해도 기꺼이 아버지 뒤를 이어 목회의 길을 가겠다 나선 전도사님에게 무척 고마운 마음이 드는 순간이기도 했습니다.

부천 성만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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