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기획]‘희망이 없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위축된 ‘N포세대’ 청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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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기획]‘희망이 없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위축된 ‘N포세대’ 청년들
  • 정하라 기자
  • 승인 2024.08.06 19: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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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에서 생명으로(24) 냉혹한 취업시장, 생존 경쟁에 내몰린 청년들(상)

구직활동 없이 ‘쉬는’ 청년들 70만명 육박
2030 청년들 67.4%가 “불운한 세대” 응답

반짝반짝 빛나야 할 청춘이, 빚내는 청춘으로 전락하고 있다. 대학 졸업과 동시에 학자금 대출을 상환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리지만, 고용난으로 높은 취업의 장벽을 뚫기란 쉽지 않다. 단군 이래 가장 스펙이 좋고, 똑똑한 세대라고 불리면서도 그만큼 양질의 일자리를 갖지 못하는 청년들에게 청춘이란 그저 외롭고 불안한 나날의 연속일 뿐이다.

최근 개봉한 디즈니‧픽사의 애니메이션 <인사이드아웃2>가 MZ세대 청년들에게 큰 인기를 끄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 아닐까. 영화에서 사춘기에 접어든 주인공 라일리는 이전에 경험해보지 못한 감정의 격변기를 맞이한다. 이 과정에서 ‘불안이’라는 캐릭터가 새롭게 등장한다.

고용불안의 현실 속에 위축된 오늘날 ‘N포세대’ 청년들의 모습이 영화 [인사이드아웃2]의 캐릭터 ‘불안이’의 모습과 닮아있다. 사진은 네이버영화 스틸컷.
고용불안의 현실 속에 위축된 오늘날 ‘N포세대’ 청년들의 모습이 영화 [인사이드아웃2]의 캐릭터 ‘불안이’의 모습과 닮아있다. 사진은 네이버영화 스틸컷.

낯선 상황과 환경에 반응하며 이전의 감정 체계는 완전히 무너지고 새로운 감정선들이 소용돌이처럼 휘몰아친다. 새로운 학교에 들어가면서 익숙한 또래 친구들과 떨어지게 되면서 오는 앞날에 대한 불안으로 라일리의 감정 컨트롤 본부는 비상 상황에 놓인다.

현 청년세대는 영화를 보면서 마냥 상황을 낙관하는 캐릭터 ‘기쁨이’ 보다는 실패에 대한 숱한 경우의 수를 예측해보며 대안을 찾기에 바쁜 ‘불안이’의 모습에 더욱 공감대를 느낄 것이다. 끝없는 취업난과 고용불안의 위기 속에 연애부터 결혼과 출산, 내 집 마련의 꿈까지 포기한 오늘날 ‘N포세대’ 청년들의 모습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

현 청년들은 불안정한 일자리와 낮은 임금, 극심한 경쟁에 시달리며 희망을 잃고 살아가는 대표적인 세대로 거론된다. 이러한 청년들의 현실적 문제는 ‘역대 최저 혼인율’과 ‘역대 최저 출산율’이라는 사회 지표와도 맞닿아있다.

지난해 통일과나눔재단이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와 함께 2030 청년들에게 ‘시대를 가장 잘못 타고난 불운한 세대’가 누군지 질문한 결과 67.4%가 자기 세대라고 답했다. 또 우리 사회에서 ‘내 집 마련의 기회가 불평등하다’라는 응답은 71.6%에 달했으며, 평등하다는 응답은 6.3%에 그쳤다. 경제성장률의 하락과 좁은 취업문, 고물가와 천정부지로 치솟은 부동산의 벽은 과거 경제 호황기를 누린 기성세대를 향한 불만과 갈등의 요소로 작용하기도 한다.

기독 청년들의 마음 상태도 별반 다르지 않다. 지난해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이 만 19세 이상 35세 미만 기독청년 1,000명에게 삶에 대한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26.6%가 ‘만족스럽지 않다’고 답했으며, 27.7%가 10년 뒤의 미래를 생각하면 ‘불안하다’고 응답했다. 생활 속에서 외로움을 자주 느낀다는 응답자는 25.2%로 4명 중 한 명 꼴로 나타났다.

구직활동 포기하고 ‘쉬는 청년’, 70만명 달해

올해 일하거나 구직활동도 하지 않고 ‘쉬는 청년’이 70만 명에 육박했다. 원하는 일자리를 못 찾을 것 같아 취업을 아예 포기한 청년도 증가하는 추세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기준 68만 명의 2030 청년층이 일을 쉬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취업을 포기한 청년층 구직단념자도 올해 1~5월 월평균 12만179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0만 8천525명)에 비해 1만 1천여명이 더 늘었다.

열심히 구직활동을 했지만,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청년 실업자도 늘어나고 있다. 올해 5월 기준 우리나라의 전체 실업률은 2.8%이며, 15~29세 청년층의 실업률은 6.7%로 일반 전체 실업률의 2배가 넘는 수치인 것으로 확인됐다. 전체 실업자 85만여명 중에서 15~39세가 43만여명으로 절반이 넘는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수많은 청년이 암담한 현실 속에 미래에 대한 불안한 마음을 안고 위태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외부와의 교류를 단절하고 ‘고립된’ 생활을 이어가는 은둔 청년이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5월 국무조정실이 발표한 ‘2022 청년의 삶 실태조사’에서는 고립·은둔 생활을 하고 있는 청년(19~34세)이 24만 7천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8천436명의 은둔 청년들을 대상으로 온라인 심층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응답자 75.4%(6천360명)가 자살을 생각한 적이 있으며, 이 중 26.7%(1천698명)가 자살을 시도한 경험이 있다고 했다. 고립‧은둔 기간이 길어질수록 자살에 대한 생각과 시도 비율도 증가했다. 이는 전체 청년 평균 자살 생각(2.3%) 대비 매우 높은 수치다.

특히 전체 응답자의 장 큰 고립·은둔 이유는 ‘직업 관련 어려움’(24.1%)이 가장 크게 나타났으며, ‘대인관계’(23.5%), ‘가족관계’(12.4%), ‘건강’(12.4%) 순으로 응답했다. 특히 타인과 유의미한 교류가 없는 고립은 주변에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지지체계가 없다는 점에서 큰 비극을 초래할 수 있다.

한국노동연구원의 <경제적 충격과 자살에 관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고용률과 자살 사망률 간의 관계는 청년층(20~39세)에서 가장 뚜렷하게 나타났다. 고용률이 예년보다 1% 낮아지면, 청년의 자살 사망률이 1.7%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경기가 좋아지면, 자살 사망률이 낮아지고 경기가 나빠지면 자살 사망률이 높아지는데, 2030 청년층 사이에서 이 현상이 가장 두드러진 것이다.

SNS의 발달로 자신의 삶과 타인의 삶을 비교하는 데서 오는 상대적 박탈감도 청년 우울증의 큰 원인이 되고 있다. 2022년 우리나라 우울증 환자가 처음으로 100만명을 넘어섰으며, 청년층(20~34세)의 자살률은 OECD 국가 중 1위로 인구 10만명당 23명에 해당한다.

기독교자살예방센터 라이프호프 대표 조성돈 교수(실천신대)는 “고용난으로 미래가 불안해지면 남은 인생이 7~80년 남은 청년들의 절망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커진다”며, “나아질 것이란 기대가 없는 현실이 청년을 우울과 자살 위험으로 이끌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조 교수는 “청년들은 우리 사회의 치열한 성공지상주의 문화 속에 자존감이 저하되면서 스스로를 패배자로 인식하게 된다”며 “이렇게 불안감에 휩싸인 청년들이 다시 희망을 안고 일어설 힘을 낼 수 있는 동기를 제공하는 곳이 교회가 되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스펙 쌓기’ 위해 취업 유예하는 청년들

통계청이 지난 7월 발표한 ‘5월 경제활동 인구조사 청년층 부가조사 결과’에서는 지난 5월 기준 15~29세 청년층의 첫 취업 평균 소요기간은 11.5개월이었다. 청년층이 첫 직장을 잡는 데 걸리는 시간이 1년에 가깝다는 얘기다. 대학을 졸업하기까지 걸리는 기간도 4년 3.8개월로 역시 5월 기준 역대 최장을 기록했다.

청년들이 취업 준비를 위해 졸업을 유예하는 사례가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청년들의 휴학 경험 비율은 46.8%를 기록해 전년대비 1.0% 상승했다. 취업이 점점 어려워지자 청년들은 유학과 해외봉사활동, 아르바이트 등으로 더 좋은 일자리를 얻기 위해 필요한 스펙을 쌓느라 졸업을 유예하는 것으로 보인다.

청년의 사회 진출이 늦어지면 결혼과 출산 등의 모든 과정이 늦어질 수밖에 없다. 어렵게 첫 직장에 다니더라도 평균 근속 기간은 1년 7.2개월에 불과했다. 또 졸업 후 3년 이상 취업하지 못한 청년은 23만 8천명으로 지난해 보다 2만명 가까이 늘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부는 올해 청년취업 지원 예산을 4500억원으로 작년 보다 2배 이상 늘리고 해결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청년 실업률이 1% 오르면, 나라의 잠재성장률이 0.21% 하락한다는 분석이 있는 만큼 청년 고용 확대를 위한 다각도의 접근이 요청된다. 외부의 지원체계 없이 ‘홀로서기’가 힘든 청년들을 위한 도움의 손길이 절실한 시점이다.

기윤실 청년재무상담소 김서로 팀장은 “요즘 청년들의 가장 힘든 문제는 양질의 일자리를 얻는 것이다. 특히 높은 주거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현실 속에 청년 혼자만의 노력으로는 ‘홀로서기’가 더더욱 힘들어진 상황”이라며 “경제적 어려움은 청년들의 마음속에 두려움과 불안이 자라나게 한다”며 현 청년들이 처한 현실적 어려움을 진단했다.

특히 그는 “부모의 지원이 있다면 쉽게 홀로서기를 할 수 있지만, 지원이 없는 경우엔 더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한 시대다. 더욱이 부양해야 할 부모가 있는 청년의 경우 현실은 더욱 암담할 것”이라며, “청년이 경제적으로 마음의 두려움과 불안을 갖지 않기 위해서는 외부 지원체계의 도움 마련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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