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혜의 샘물] 양화는 악화를 구축한다
상태바
[은혜의 샘물] 양화는 악화를 구축한다
  • 서장국 장로
  • 승인 2024.04.26 14: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장국 장로/천안백석대학교, 백석대학교 어문학부 교수
서장국 장로/천안백석대학교, 백석대학교 어문학부 교수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Bad money drives out good.)는 말이 있다. 이 말은 그레샴의 법칙으로 알려져 있는데 쉽게 말하자면 나쁜 돈이 좋은 돈을 몰아낸다는 뜻이다. 이 말이 나타내는 의미를 잘 모르기도 하고 또 궁금하여서 어느 날 경제학을 공부하신 교수님께 직접 물어본 적이 있다.

그러면 나쁜 돈(악화)은 무엇이고 좋은 돈(양화)은 무엇을 뜻하는가? 신용사회에 살고 있는 우리로서는 이 말이 함축하고 있는 경제학적 의미를 잘 느끼지 못하지만, 과거 금화 내지는 은화가 통용되던 시대에 소재의 가치가 서로 다른 화폐가 동일한 명목가치를 가진 화폐로 통용될 때, 소재가치가 높은 화폐(양화)는 유통시장에서 사라지고 소재가치가 낮은 화폐(악화)가 활발하게 유통되었을 것이라는 설명이 이해가 간다.

좀 더 단순하게 예를 들자면, 같은 가치를 나타내는 두 종류의 동전, 즉 금동전과 구리 혹은 합금으로 만든 동전이 통용될 때 금동전(양화)은 집안 깊숙이 잘 보관해 두고 구리동전(악화)만 사용하려 들 것이기 때문에 결국 시장에서 금동전은 자취를 감추고 구리동전이 활개를 칠 것이라는 얘기다.

이 관용적인 표현에는 분명히 질적인 내용이 본질을 이루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흔히 양적인 개념에 치우쳐 현상을 부정적으로만 보려드는 것 같다. 다시 말해 현상의 본질인 양화의 좋은 면을 부각시키기보다는 양적 우세로 나타난 악화의 부정적인 측면을 강조하는 표현으로 많이 오도되어 쓰이는 것으로 비쳐진다.

그리하여 가령 불법 소프트웨어 시장이 활개를 치고 정품 소프트웨어 시장이 위축되는 상황을 묘사할 때 이러한 표현을 쓰는 경우를 보게 된다. 요즈음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가짜뉴스도 그러하다. 나쁜 가짜뉴스는 진짜뉴스보다 약 20배 더 빠르게 전파된다는 통계가 있다.
이 문제를 되새기다가 문득 ‘양화가 악화를 구축할 수는 없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신약성경을 보면 예수님은 여러 차례 우리 그리스도인들을 일컬어 세상의 빛 혹은 세상의 소금이라고 표현하셨다. 특히, “사람이 등불을 켜서 말 아래에 두지 아니하고 등경 위에 두나니 이러므로 집 안 모든 사람에게 비치느니라”(마 5:15)고 하신 말씀이 떠오른다. 어릴 적 시골에서 등잔불을 사용하여 살아 본 경험이 있는 필자로서는 예수님의 이 예시가 쉽게 마음에 와 닿았다. 그리스도인의 진정한 가치는 교회 안 혹은 믿는 사람들의 공동체가 아니라 믿지 않는 사람들이 가득한 이 세상에서 발현되어야 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러나 실상은 어떠한가? 과연 우리는 이 세상에서 악화의 역할을 하고 있는가 아니면 양화의 역할을 하고 있는가? 그리스도인인 우리가 양화가 되어 우리가 속한 사회에서 그 역할을 잘 감당해 낸다면 악화는 점차 발을 붙이지 못하고 숨게 될 것이다. 수의 많고 적음이 절대적인 조건이 되지 않는다고 본다. 문제는 그 의식이다. 우리가 가정과 교회에만 파묻혀 우리끼리의 신앙생활을 한다면 절대 양화는 악화를 구축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예수님께서는 이 말씀을 친히 강조하여 부언하셨다. 즉, 세상의 빛으로서 우리는 우리의 착한 행실을 이 세상 사람들로 하여금 보게 하여 그들로 하여금 하늘에 계신 우리 하나님 아버지께 영광을 돌리게 하라(마 5:16)는 것이다. 예수님께서 우리 그리스도인을 세상의 빛과 소금이라고 비유하셨다니 사실 엄두가 안 난다. 빛과 소금이야말로 없어서는 안 될 실로 귀중한 것들이 아닌가? 이 말은 또한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이 세상에 꼭 필요한 너무나 귀한 존재라는 말이리라!

새삼 이 말의 의미를 곱씹어 보니 자부심을 느끼면서도 동시에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게 된다. 착한 행실로 세상 사람들에게 그리스도인으로서의 본을 보이리라 다짐해 본다. 우리의 사회와 이웃을 관심과 사랑을 가지고 섬길 때 그리스도인들의 선한 영향력은 힘을 발휘하게 되고 마침내 양화가 악화를 구축함으로써 하나님이 원하시는 양질의 사회를 만들어 나가게 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