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듦이 신앙의 완성? ... “시니어도 신앙교육 필요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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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듦이 신앙의 완성? ... “시니어도 신앙교육 필요해요”
  • 김태현 기자
  • 승인 2024.04.23 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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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바디연구소가 개발한 ‘꿈꾸는 3막’ 적용 사례
주님의교회, 자기계발 넘어 신앙본질 회복에 초점
가정과 교회의 중요한 존재로 시니어 자존감 높여
주님의교회 ‘꿈꾸는 3막’ 2기 단체사진. 1기에 21명이 참여했고 2기에는 42명이 참여했다.
주님의교회 ‘꿈꾸는 3막’ 2기 단체사진. 1기에 21명이 참여했고 2기에는 42명이 참여했다.

최근 우리 사회에 가장 큰 이슈는 저출산이다.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낮은 출산율을 기록하며 빠르게 초고령 사회로 진입하고 있다. 이는 한국교회도 마찬가지인데 오히려 한국 사회보다 더 빠르게 나이 들어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사회보다 빠르게 늙어가는 교회, 교회에서는 이런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청소년과 청년을 위한 사역에 집중한다. 이러다 보니 상대적으로 시니어 세대에게 향하는 관심과 노력은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목회데이터연구소의 자료에 따르면 65세 이상 시니어 성도의 38%는 교회 내에서 젊은 세대가 모인 곳에 가면 위축된다고 응답했고, 22%가 교회의 자신에 대한 관심이 떨어지는 것 같다고 응답했으며, 15%는 교회에서 고령으로 인해 무시당한다고 느꼈다는 응답을 했다.

이렇게 교회에서 소외감을 느끼는 시니어를 위한 프로그램 ‘꿈꾸는 3막’이 개발돼 시니어부서를 중심으로 실험을 시작했다. 유바디교육목회연구소(소장:박상진, 유바디)가 시니어를 위해 개발한 ‘꿈꾸는 3막’은 시니어를 대상으로 하는 자기계발 프로그램과 달리 인생의 마지막 여정에 하나님을 더욱 깊이 갈망하는 신앙프로그램이라는 특징이 있다. 꿈꾸는 3막의 ‘꿈꾸는’은 요엘서 “늙은이는 꿈을 꾸며”(욜2:28)에서 착안했고 ‘3막’은 기대수명이 길어진 현대 사회에서 노년을 인생의 3번째 장으로 이해하며 지은 이름이다.

시니어도 가정의 한 부분
꿈꾸는 3막을 개발한 유바디는 주님의교회와 협력해 프로그램이 실제로 효과가 있는지 시범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주님의교회는 2019년 김화수 담임목사가 새로 취임하면서 가정에서부터 신앙의 뿌리가 자라야 한다는 의미로 ‘가정이 신앙의 주체입니다’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주님의교회는 김화수 목사의 목회 철학에 발맞춰 가정사역원을 신설하고 생애주기별로 결혼예비학교, 해피맘스쿨, 아름다운부모학교, 자녀축복새벽기도회, 가정예배학교, 마더와이즈, 파더와이즈 사역을 시작한 상태였다. 기존에 이미 ‘늘푸른 대학’이라 부르는 노인대학이 있었기 때문에 가정사역원에서 시니어 성도를 대상으로 하는 새로운 사역을 만들 계획은 없었다.

그러나 시니어 성도들은 자신들도 새로운 것을 배우고 신앙을 키워갈 수 있다는 것을 강하게 어필했고 시니어 특화 프로그램의 필요성을 느꼈다. 이에 2022년 하반기 유바디연구소의 ‘꿈꾸는 3막’을 도입하게 된 것이다.

주님의교회 가정사역원 담당이자 꿈꾸는 3막을 담당하고 있는 한시영 목사는 ‘꿈꾸는 3막’ 도입 후 “교회에 실망감을 드러내고 소외감을 느끼던 시니어 성도들이 존중받고 있다는 감정을 느끼며 시니어 성도들의 참여 문의가 많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꿈꾸는 3막' 담당인 한시영 목사가 프로그램에 대한 소개를 하고 있다.
'꿈꾸는 3막' 담당인 한시영 목사가 프로그램에 대한 소개를 하고 있다.

노년기 신앙교육 과정
주님의교회에서 진행한 ‘꿈꾸는 3막’은 교회의 사정에 맞게 시행됐다. 유바디에서 구성한 프로그램은 6학기인데 주님의교회에서는 먼저 두 학기만 진행한 것. 주님의교회 시니어 성도는 전체 성도의 20.2%로 약 2,800명에 이른다. 시니어 비율이 높아 6학기 전체를 시행한다면 모든 성도들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힘들다고 판단되어 유바디와 상의 후 2학기로 축소 운영한 것이다. 이 판단은 정확히 들어맞았다. 현재까지 시범운영 됐던 1기에 21명, 정식 운영된 2기에는 42명이 참여했고 3기를 기다리는 교육 대기자가 있는 상황이다.

한 목사는 ‘꿈꾸는 3막’을 “노년기 신앙교육 과정”이라고 소개했다. 주일학교의 운영 방식과 매우 흡사해 주일학교의 노년버전이라고 이해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주일학교에서 한 명의 교사가 동일 학년 구성원을 맡는 것처럼 ‘꿈꾸는 3막’에서도 선별된 리더 한 명이 연령과 성별을 고려해 구성된 4~5명의 수강생을 담당한다.

프로그램은 매주 목요일에 진행하는데 총 9주간 진행된다. 첫 주와 마지막 주는 여는 예배와 닫는 예배로 드려지고 5주 차는 교외로 나가 소풍을 즐기는 산책이 진행되어 실내에서 하는 활동은 6주 동안 할 수 있다.

실내에서 진행하는 6주 과정은 ‘꿈꾸는 3막’의 6DNA를 주제로 삼는다. 6DNA는 △하나님과 깊은 사랑의 관계를 맺는 ‘영성’ △하나님 앞에서 세 번째 인생을 꿈꾸는 창조적 ‘비전’ △하나님의 피조세계를 깊이 탐험하고 통찰하는 ‘지성’ △하나님 주신 몸과 마음을 잘 관리하는 ‘건강’ △전 세대를 믿음으로 연결하는 ‘관계’ △인생의 경륜과 삶의 전문성을 흘려보내는 ‘영향력’이다.

6DNA를 통해 ‘꿈꾸는 3막’은 기존의 노인대학과의 차이점을 만들어낸다. 기존의 노인대학에서는 취미·건강 등 흥미와 교제 위주의 프로그램이 주가 되지만 ‘꿈꾸는 3막’은 신앙교육이 메인이다. 시니어를 가정과 교회에서 신앙의 본으로 세우는 신앙훈련으로 구성되어 있어 기존의 노인대학이 채워주지 못한 영적 갈증을 해소해준다.

수강생들은 먼저 매주 제시되는 6DNA 키워드를 맞춰 자신의 삶을 성찰한다. 지난주의 다짐을 잘 지켰는지에 대한 피드백과 과거를 되짚어보는 시간을 갖는다. 이 과정에서 아이스브레이킹도 함께 진행되는데 수강생들은 자신이 지나왔던 세월의 발자취를 떠올리며 마음을 연다.

이어서 성경을 묵상한다. ‘꿈꾸는 3막’은 노년의 눈높이에 맞춘 성경 해설을 제공함으로써 나이 듦을 새로운 시선으로 받아들이게 돕는다.

말씀 묵상이 끝나면 받은 은혜를 삶으로 연결한다. 새로 다가오는 한 주를 살아갈 때, 가정과 교회에서 본이 되는 삶으로 영적인 자존감을 높여주는 것이 핵심이다.

꿈꾸는 3막은 한명의 리더와 4~5명의 수강생이 한 조가 되어 신앙을 키워간다.
꿈꾸는 3막은 한명의 리더와 4~5명의 수강생이 한 조가 되어 신앙을 키워간다.

신바람 나는 인생의 3막
이 과정을 통해 시니어 성도들은 자부심을 갖는다. 한시영 목사는 “꿈꾸는 3막에 참여하는 성도들은, 자신이 비록 65세 이상이지만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삶을 추구하게 되고 인생의 3막을 구체적으로 계획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갖는다”며 “시니어 성도들의 가슴을 뛰게 하는 사역”이라고 말했다. 또한 시니어들이 자주 느끼는 감정이 ‘소외감’인데 시니어를 주인공으로 세우는 장이 마련됐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많은 위로를 얻는다고 했다.

특히 생각지 못한 결과로 ‘꿈꾸는 3막’을 통해 공동체가 단단해지는 계기가 마련된 것을 꼽았다. 대형교회에 속하는 주님의교회에는 공동체에 소속되지 않은 성도가 전체의 3분의 2 가량 된다. 그런데 시니어 신앙프로그램이 생기면서 소속감 없이 교회에 출석하던 성도들에게 참여의 장이 마련된 것. 한시영 목사는 “특히 교회에 소속감을 느끼기 힘든 대형교회에서는 꼭 필요한 사역”이라고 귀뜸했다.

이런 장점들 덕분에 시니어 성도들은 활력을 되찾았고 자신들이 신앙의 어른으로 할 수 있는 일들도 많아졌다고 했다. 주님의교회는 한 달에 한 번 자녀 혹은 손자 손녀를 위해 기도하는 자녀축복새벽기도회를 진행하고 있는데 ‘꿈꾸는 3막’에 참여한 수강생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열정적으로 다음세대를 위해 기도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또한, 가정에서 믿음의 유산을 물려주고 신앙의 본이 되기 위해 시니어 스스로 노력한다고 전했다.

총 9주 과정인 꿈꾸는 3막은 5주차에 산책 프로그램으로 진행된다. 주님의교회 꿈꾸는 3막 2기에서는 화담숲으로 산책을 다녀왔다.
총 9주 과정인 꿈꾸는 3막은 5주차에 산책 프로그램으로 진행된다. 주님의교회 꿈꾸는 3막 2기에서는 화담숲으로 산책을 다녀왔다.

시니어를 주인공으로 세우다
주님의교회의 ‘꿈꾸는 3막’이 성공적으로 정착하고 시니어 성도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이끌어 낸 것은 오롯이 좋은 리더들을 세울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 목사는 공을 돌렸다. 꿈꾸는 3막이 시작되기 전 담임목사는 오랜 기도를 통해 열두 사도와 같은 믿음의 사람 12명을 리더로 세웠다.

김화수 목사가 세운 12명의 리더와 한 목사가 뽑은 5명의 스텝은 헌신적으로 봉사했다. 12명의 리더 중에는 65세가 되지 않은 사람도 있었고, 5명의 스텝은 모두 40대로 구성했다. 상대적으로 젊고 신선한 분위기를 만들기 위함이었다.

수료생들은 자신들보다 젊은 세대의 봉사자들이 자신들을 위해 헌신하는 모습에 큰 감동을 받았다.

현재 2기가 진행 중인데 교육 종료까지 2주가 남았다. 1기와 2기 수료생들에게 피드백을 받아 새로 시작할 3기의 프로그램을 더욱 풍성하게 꾸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 목사는 1기와 2기 수료생 중에 새로운 리더가 세워지는 선순환이 이루어지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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