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의 개혁 시도하던 교단장협, 궁색한 후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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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의 개혁 시도하던 교단장협, 궁색한 후퇴
  • 이현주
  • 승인 2005.03.08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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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리한 여론 인식, 교회협 동의도 못얻은 채 `불참` 선언
지난 28일 열렸던 한부연 실행위원회에서 한창영목사가 공동주최로 실행위원들을 설득하고 있다

 

 

교단장협의회가 끝내 교회협의 동의를 얻어내지 못한 채 “공동주최가 아닌 행사에는 참여하지 않겠다”는 궁색한 변명으로 부활절 새틀짜기를 마무리 하는 것에 대해 교계 일각에서는 “절차와 과정을 무시한 급조된 개혁은 결국 실패한다는 씁쓸한 교훈만 남기고 말았다”는 냉소만이 감돌고 있다.

행사를 한달 남짓 남겨둔 상황에서 무리하게 부활절 개혁을 추진해왔던 교단장협의회는 결국 ‘명분과 실리’를 모두 잃은 채 마지막 남은 자존심을 살리기 위해 ‘불참’이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그러나 공교회 논리를 강조했던 교단장협의회의 ‘불참’ 선언에 박수를 보내는 여론은 거의 없는 듯하다. 오히려 원하던 결과를 얻지 못한 교단장들이 ‘면피용’으로 “임의조직” 운운하며 한부연에 흠집을 내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뒤틀린 시각이 더 설득을 얻고있다.

대회장 자격시비로 불거진 부활절 새틀짜기 움직임은 설을 앞둔 지난 7일 교단장협의회 몇몇 임원들이 모여 “공교회적이고 연합성을 갖춘 온전한 부활절 예배를 만들어 보자”는 의견을 모으면서 한부연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지난 3월 7일자로 불참 결의를 내기까지는 꼭 한 달이라는 시간이 소요됐다. 차라리 온전한 예배를 위해 교단장협이 협조하고 적극적인 감시로 차기 개혁을 도왔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지난 한달동안 진행된 교단장협의 개혁추진과정을 되짚어 보자.

교단장협은 11일 성명을 통해 ‘한기총과 교회협이 공동주관하고 위원회 조직을 새로 구성할 것, 대회장은 교회협과 한기총이 맡을 것’ 등을 결의하고 한부연에 이에 순순히 따라 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자 한부연은 닷새 뒤인 16일 실행위원회에서 “교단장협은 개입할 자격이 없다”며 일단 올해는 관례대로 진행할 것을 결의하면서 반발에 나섰다. 이 결의에 불쾌감을 드러낸 교단장협은 좀 더 강한 압박에 나섰다. 27일 앰버서더 모임을 통해 위원회 조직을 양보하면서 양 기구의 공동주최와 공동대회장 체제를 허락하지 않을 경우 “부활절 연합예배에 불참하고 각자 예배를 드릴 것”이라고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이날 한창영 사무총장은 “생쥐도 도망갈 구멍을 만들어 주고 쫓는 것이 아니냐, 이런 모습이 정말 한국교회가 하나가 되는 것인지 의심스럽다”며 현실을 개탄했다.

문제는 교회협이 이미 지난 18일 임원회를 통해 “시일이 촉박하므로 공동주최와 새 조직에 참여할 수 없다”는 입장을 정리했음에도 불구하고 교단장협이 공동주최를 강행한데 있었다.

개혁과정에서 앞뒤가 바뀌어 버린 것이다. 교단장협이 진정한 연합운동으로 부활절연합예배 개최를 꿈꿨다면 교회협을 먼저 설득한 뒤에 한부연의 개혁을 시도하는 것이 올바른 절차였다. 그러나 연합이라는 명분이 있기에 당연히 따라 줄 것이라는 안이한 생각이 잘못이었다. 교회협은 재차 삼차 “우리의 입장은 변함이 없다”고 확인해주었다.

한부연이 28일 임시 실행위원회를 통해 강경파를 설득하면서 “최선이 아니라면 차선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의견을 모았지만 열쇠는 교회협이 쥐고 있었다.

교회협 설득에 실패한 교단장협은 여론의 반응도 냉담하게 돌아서자 황급히 “결국 공동주최가 아니면 참여하지 않을 것이고, 조직구성도 교단과 구성원의 동의를 얻지 않았기에 명단에서 삭제해줄 것과 앞으로 반드시 부활절 개혁은 반드시 이뤄내겠다”며 발뺌을 하고 나섰다.

공동주최가 무산된 것이 한부연의 책임이 아니거늘 마치 잘못된 조직이 원인인 것처럼 핑계를 대는 교단장협의 행동은 어른답지 못하다는 비난을 얻기에 충분하다.

‘해프닝’으로 끝난 이번 부활절 ‘새틀짜기’ 사건은 절차와 상의 없이 힘만으로는 개혁도 연합도 없다는 의미있는 교훈을 남겼다. 그러나 끝내 명분없이 부활절 예배에 불참할 교단장협의 향후 행보 역시 여론의 질책과 냉소를 얻기에 충분할 것으로 보여 “2007년 한국교회 단일기구를 추진하는 교단장협의 로드맵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지 않겠냐” 는 조심스런 전망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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