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화해위 “한국전쟁 당시 종교인 1,700명 학살당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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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화해위 “한국전쟁 당시 종교인 1,700명 학살당해”
  • 한현구 기자
  • 승인 2024.04.23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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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기독교인 104명 4개월 걸쳐 학살” 발표
제헌 국회의원·1호 변호사 등 저명 인사들도 희생
한국전쟁 시기 교인 15명의 희생 사실이 기록된 김제 만경교회 교회록.
한국전쟁 시기 교인 15명의 희생 사실이 기록된 김제 만경교회 교회록.
전북 군산 신관교회 교인들이 희생된 ‘신관리 토굴’의 현재 모습.
전북 군산 신관교회 교인들이 희생된 ‘신관리 토굴’의 현재 모습.

한국전쟁 당시 적대세력에 의해 희생당한 종교인이 약 1,700명에 이른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위원장:김광동, 진실화해위)지난 16일 열린 제76차 임원회에서 ‘한국전쟁 전후 적대세력에 의한 종교인 희생사건(1)’과 ‘전북지역 기독교 희생사건(1)’에 대한 진실규명 결정을 내리고 정부와 관련 부처 등에 후속 조치를 권고했다.

보고서가 명시하는 ‘적대세력’이란 한국전쟁 전후 시기 인민군, 지방좌익, 빨치산 등의 집단을 의미한다. 기독교(개신교), 천주교, 천도교, 유교, 불교, 원불교 등 다양한 종교인들이 전국 광범위한 지역에서 희생됐지만 기독교인의 희생자가 가장 많은 것으로 파악된다.

진실화해위가 가장 먼저 조사에 착수한 건은 전북지역에서 희생된 기독교인 104명에 대한 진실규명이다.

전북지역 기독교인 희생사건은 1950년 7월부터 11월까지 4개월에 걸쳐 발생했다. 특히 인민군의 퇴각기인 1950년 9월 28일에는 전체 희생자의 절반이 넘는 60명이 하루 만에 목숨을 잃었다.

희생자 중에는 남성이 76.9%(80명)로 더 많았고 연령대는 1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했지만 40대 희생자(27명)가 가장 많았다. 직분으로 분류하면 교인이 54명으로 과반수 이상이었으며 집사 23명, 장로 15명, 목사와 전도사가 각각 6명인 것으로 조사됐다.

진실화해위는 “이들이 희생된 원인은 기독교인이 우익활동을 많이 했고 월남 기독교인이 있어 좌익세력이 기독교를 좌익에 비협조적인 세력으로 규정했기 때문”이라면서 “또 예배당 사용 문제를 놓고 기독교와 인민위원회 사이에 갈등이 있었다. 기독교가 미국 선교사와 밀접한 관계가 있어 ‘친미세력’으로 분류된 것도 많은 기독교인이 희생당한 이유가 됐다”고 설명했다.

당시 희생자 중에는 저명한 인물들도 눈에 띈다. 제헌국회의원이었던 백형남과 윤석구, 대한민국 1호 변호사였던 홍재기 등 지역 내 주요 인사들도 이때 유명을 달리했다.

지역 단위에서는 군산에서 가장 많은 희생자(28명)가 발생했다. 다음으로 김제(23명), 정읍(17명) 등이 뒤를 이었다.

군산지역에서는 신관교회, 원당교회, 해성교회에서 희생자가 발생했음을 확인했으며 김제지역은 만경교회에서 가장 많은 희생자가 발생했다. 이밖에도 광할교회, 대창교회, 대송교회 교인들이 희생됐다.

정읍지역에선 두암교회, 정읍제일교회, 매계교회에서 희생자가 발생했다. 특히 두암교회 희생자들은 우익인사의 가족과 같은 교회 교인이라는 이유로 빨치산에 의해 집단 희생 당했다. 당시 빨치산은 교회와 교인 집을 방화하고 불길에서 빠져 나오는 사람을 죽창 등으로 찔러 아이부터 노인까지 20여 명을 살해하는 잔혹성을 보였다.

이밖에 완주지역에서는 교회 5곳에서 9명의 희생자를, 고창지역에서는 덕암교회와 고창읍교회 등 2곳에서 12명의 희생자를 확인했다. 익산지역에선 황등교회, 신황등교회, 대장교회, 동련교회, 무형교회에서 12명의 희생자를, 전주중앙교회와 임실 관촌장로교회에서도 각각 2명과 1명의 희생자를 확인했다.

한편, 진실화해위원회는 한국전쟁을 전후로 기독교를 비롯한 많은 종교인이 희생된 사실을 파악하고 희생의 원인과 성격에 대한 진실을 규명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 2022년 5월 24일부터 직권조사에 돌입했다.

진실화해위는 국가와 희생자, 유가족에 대한 북한 정권의 사과를 촉구하면서 피해회복과 추모사업 지원, 평화·인권 교육 강화 등 후속 조치가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위원회는 이번 진실규명을 시작으로 한국전쟁 시기 전국에서 발생한 종교인 희생사건을 종교별·지역별로 나누어 조사하고 순차적으로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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