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와 진보, 그 ‘두 날개’
상태바
보수와 진보, 그 ‘두 날개’
  • 공종은 기자
  • 승인 2011.11.29 19: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건강한 교회는 두 날개로 난다’는 말이 유행처럼 번졌던 때가 있었다. ‘두 날개’는 교회 성장학적인 면에서 ‘말씀과 성령’, ‘목회 현장과 신학’ 등을 말하는 것으로, 결국 이론과 실제가, 기도와 행동이 균형을 이룰 때 교회가 건강하게 되고 성장할 수 있다는 개념이다.

하지만 ‘보수와 진보’로 극명하게 나뉜 교계에서 두 날개의 개념은 설득력을 잃는다. ‘보수가 희망이다’는 기치를 내걸고 보수화로 급격히 기울고 있는 한국 교회의 흐름 앞에, 그리고 그 선봉에 선 한국기독교총연합회가 최근 보여주고 있는 행태는 건강한 날갯짓을 기대하기 어렵게 하기에 충분하다.

정치에서의 두 날개는 거추장스럽고 꺾어야만 하는 대립의 개념일 뿐일까. 온통 ‘상생과 화합’을 말하지만 현실에서 이를 증명하지 못하는 상황은 교계 정치에도 그대로 답습되고 있다. 세계교회협의회(WCC) 부산 총회는 한국 교회를 위해 개최돼서는 안되지만, 세계복음주의연맹(WEA) 한국 총회는 꼭 치러야 한다는 한기총의 주장은 ‘한쪽 날개’만으로 날아오르려는 장애 비둘기의 처절함을 보여주는 듯하다.

지난 2월, ‘WCC대책위원회’를 출범시킨 보수권은 “겉으로는 보수를 표방하면서 WCC에 참여하는 사람에 대해 신학적 검증작업도 진행할 것”이라며 선전포고를 했다. 이에 더해 “WCC 부산 총회가 열리면 한국 교회가 쇠퇴한다”며 마치 교회가 무너지기라도 하는 것처럼 공포 분위기로 몰고 갔다. 이 분위기는 점차 확산돼 이제 한기총이 전면에 나서면서 결국 보수와 진보의 싸움이라는 구도를 만들어냈다.

“보수만이 한국 교회의 살 길”임을 외치며 한쪽 날개로만 날아오르려는 한기총의 행태는 우스꽝스럽다 못해 눈물겹고 측은하기까지 하다. 보수 지향의 한국 교회는 결국 한쪽 날개만을 가진 장애 교회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새의 날갯짓이 아무리 힘차다 해도 한쪽 날갯짓으로는 날아오를 수 없고, 설사 날아오른다 해도 똑바로 방향을 잡고 나아갈 수 없다. 한쪽으로 편향되기 마련이고 결국 추락이라는 자멸의 길로 들어서고 만다.

교회도 마찬가지다. 보수신앙만으로는 교회의 건강성을 담보할 수 없다. 성경도 ‘좌로나 우로나 치우치지 말라’고 했다. 이 또한 두 날개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말이다. 한국 교회가 건강하려면 보수와 진보가 공존해야 한다. 소통해야 하고 닫은 귀와 마음을 열어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