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경실 칼럼] 엄마는 너희들이 막 대해도 웃어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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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경실 칼럼] 엄마는 너희들이 막 대해도 웃어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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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10.13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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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경실 작가의 청소년을 믿음으로 키우는 빵과 기도-29

나는 자주 어린이와 청소년 그리고 선생님과 학부모님들로부터 상담 메일을 받습니다. 참고로 말하면 나는 SNS를 일절 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지난 주에는 이런 편지를 받았습니다. 

<노경실 선생님. 저는 청소년을 자녀로 둔 학부모초청 강연 때에 참석했던 **의(중1 여학생) 엄마입니다. 우리 **는 초등학교 때만 해도 세상에 둘도 없는 착하고, 엄마를 얼마나 위하는 아이였는지 모릅니다.

그런데 중학생이 되고 몇 달 지나지 않아 마치 중학생이면 뭐든 요구해도 되고, 뭐든 이해 받고, 뭐든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이상한 사춘기병’에 걸렸습니다. 엄마한테 너무 함부로 말하고, 너무 무시해서 억울한 나머지 식구들 몰래 얼마나 울었는지 모릅니다.

그런데 더 기 막힌 건 아이가 잘못했을 때, 내가 화를 내거나, 야단 치고 잘못된 것을 지적하면(아이는 이것을 무조건 잔소리라고 하지요.) 아이는 더 큰 소리로 엄마인 나를 마구 공격합니다.

‘엄마가 그 정도도 못 이해해?’ ‘엄마가 뭐 잘 해주는 게 있다고?’ ‘엄마면 이 정도는 참아야 하는 거 아냐?’ ‘누구네 엄마는 어쩌구 저쩌구…’ ‘엄마가 뭘 안다고 그래?’ ‘엄마면 엄마답게 살아!’ ‘그렇게 잘나서 엄마는 아빠랑 잘 살아?’ 이렇게 내 마음을 칼로 베듯이 말하는 아이 때문에 정말 죽고 싶을 정도랍니다. 그러면서 어떻게 교회에서는 워십 멤버로 활동할까 하는 유치한 생각까지 하기도 한답니다. 

물론 나도 사춘기를 겪었지만 우리는 쉬쉬하며 감추며 지냈는데…. 엄마를 하녀, 무능력자, 심지어는 죄인 취급하는 것 같아 너무 속상합니다. 엄마는 남도 아닌 자식이 마음대로 막 대해도 참아야 하는 이렇게 약자이며, 항변 한번 못하는 서글픈 을의 존재로 살아야 하나요?>

청소년 여러분은 어떠한가요? 물론 지금 이 글을 읽을 정도의 학생이라면 결코 이렇게 엄마 마음을 아프게 하지는 않을 겁니다. 그러나 부모의 가슴을 ‘거친 말’로 갈기갈기 상처나게 하든 ‘좀 덜 거친 말’로 아프게 하든, 자주 그러든 가끔 그러든! 부모의 마음은 무너진다는 것입니다.

상상해보아요. 엄마아빠의 마음이 흙담벼락처럼 와르르 무너져 내리는 것을. 도대체 자녀들은 세상에서 가장, 아니 유일한 보호자에게 이렇게 함부로 하는 걸까요?

그 이유가 성경 속에 훤히 드러납니다. 먼저 성경 속에서 어느 부모가 자녀들 때문에 고통받았는지 찾아봅시다. 누구이지요? 최초의 불효자는 카인입니다. 카인은 ‘나! 내가! 나는 왜? 왜 너만?’이라는 분노에 형제를 살인합니다. 이때 부모의 마음은 무너졌습니다.

그 다음은 에서와 야곱입니다. 이 둘은 똑같이 욕심과 분노로 서로를 미워하다가 영영 헤어져 살면서(잠깐 만나기는 했지만) 부모 마음을 심히 아프게 했습니다. 이들 역시 ‘나! 나! 내가! 내가 나 먼저! 내가 먼저!’ 라는 이기심에 스스로가 서로를 원수처럼 만들었지요. 

야곱의 열 두 아들은 어떠한가요? 어릴 적 철 없이 군 요셉이나 그를 미워한 형제들이나 똑같이 부모, 특히 아버지 야곱의 가슴을 아프게 했습니다. 이렇게 많은 자식들도 ‘내가! 내가 먼저! 너는 나중! 나! 나! 네가 뭔데 감히? 그래도 내가!’ 식의 우월과 열등의식 속에서 홀아버지를 거의 죽을 정도로 괴롭혔지요.
 
몇 가지 예만 보아도 요즘 청소년들과 비슷하지 않은가요? 사실 청소년들의 분노의 이유를 다 모아서 하나로 압축한다면 그것은 바로 ‘나! 나! 나!’입니다. 극도의 나에 대한 집중, 나에 대한 몰입이 형제는 물론 부모라도 함부로 대하게 만드는 것이지요.

냉정히 말하자면 부모자식은 영원한 갑과 을이지요. 하지만 자진해서, 행복감 충만해서 을의 노릇을 한다면 엄마들이 왜 괴롭겠나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철딱서니 없는 아이들에게 알릴 것은 알려야 갑의 폭정은 줄어들 겁니다.

‘엄마도 이루고 싶은 꿈이 있는 인간이고, 늘 단정하고 이쁘고 싶은 여자이며, 사랑 받고 보호 받고 싶은 연약한 사람인데 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엄마도 이해받고, 안아주기를 기다리는 어린 새처럼 떨리는 존재이며, 이것이 주님이 기뻐하시는 가정의 한 모습’라는 걸 확실하게 알게 해주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빵과 기도

빵>>>자녀가 하루에 한 번씩 엄마를 안아주면, 아무리 어려운 상황에서도 엄마는 마음에 병이 생기지 않는다(노경실).

기도>>>“그들이 네 가운데에서 부모를 업신여겼으며, 네 가운데에서 나그네를 학대하였으며, 네 가운데에서 고아와 과부를 해하였도다”(에스겔 22장 7절). 말세의 징조는 지진, 태풍 등의 자연재해나 전쟁, 기근만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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