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위기의 칼끝에서: 한국의 선택과 기독교적 성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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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위기의 칼끝에서: 한국의 선택과 기독교적 성찰
  • 임석순 목사(한국중앙교회 담임)
  • 승인 2024.12.19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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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석순 목사
임석순 목사

대한민국은 지금 역사의 갈림길에 서 있다. 대통령의 탄핵이라는 정치적 격변 속에서, 사회는 그 방향성을 잃고 혼란 속에서 헤매고 있다. 권력의 공백, 국민적 분열, 경제적 불안정은 이 위기를 더욱 극적으로 만든다. 그러나 기독교적 세계관은 이 혼란 속에서도 우리에게 빛을 향한 길을 제시한다. 위기의 순간은 단순히 절망의 시간이 아니라, 하나님의 섭리 속에서 새로운 역사를 쓸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 한국의 위기의 중심에는 분열과 불신이 자리 잡고 있다. 대통령의 탄핵은 단순히 한 개인의 잘못이나 정치적 사건에 국한되지 않는다. 이는 우리 사회가 가진 근본적인 문제를 드러내는 상징적 사건이다. 계층 간의 갈등, 세대 간의 단절, 그리고 진영 논리에 기반한 극단적인 정치적 대립은 대한민국을 피로하게 만들었다.

기독교적 관점에서 보면, 이러한 분열은 인간의 죄성과 탐욕에서 비롯된 것이다. 창세기의 아담과 하와가 하나님의 뜻을 거스르고 스스로 선악을 판단하려 했던 것처럼, 인간은 자신을 중심에 두고 권력을 탐하며, 서로를 믿지 못하고 배제하는 경향을 지닌다.

권력은 세상을 나누는 칼이 될 수도, 생명을 살리는 도구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한국 사회는 권력을 칼로 휘두르며, 상대를 공격하고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데 익숙해졌다. 

기독교적 세계관은 이 위기 속에서 십자가를 통해 희망을 제시한다. 세상은 권력의 칼을 휘두르며 상대를 파괴하지만, 예수 그리스도는 십자가를 통해 생명을 주는 칼을 보여주셨다. 이는 자신의 욕망을 내려놓고, 타인을 살리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사랑의 칼이다.

대한민국이 이 위기를 극복하려면, 개인과 공동체가 자기희생과 사랑의 본질을 회복해야 한다. 한국 사회의 위기는 분열과 불신에서 비롯되었지만, 그 안에는 숨겨진 새로운 희망의 씨앗을 발견하는 것이 기독교 세계관이다.

예수님은 “너희는 세상의 빛이다”(마태복음 5:14)라고 말씀하셨다. 빛은 어둠 속에서 가장 빛난다. 한국의 위기는 교회와 기독교인들에게 특별한 책임을 부여한다. 우리가 십자가의 사랑을 실천하고, 서로를 화해시키며, 진정한 치유의 역할을 감당할 때, 한국 사회는 새로운 길을 발견할 수 있다. 이처럼 기독교 신앙은 위기의 순간을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으로 본다. 다니엘이 바벨론의 포로 생활 속에서도 민족을 위해 기도했던 것처럼(다니엘 9장), 오늘날 한국교회와 성도들은 이 위기 속에서 기도의 자리로 나아가야 한다.

기도는 단순히 문제 해결을 구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하나님의 뜻을 발견하고, 그분의 길을 따르겠다는 결단이다. 기도는 우리의 방향을 다시 맞추고, 하나님의 섭리 속에서 새로운 비전을 발견하도록 도와준다.

한국은 지금 역사의 중대한 선택 앞에 서 있다. 위기는 항상 새로운 가능성을 품고 있다. 이 순간, 우리는 세상을 나누는 권력의 칼을 버리고, 십자가의 사랑과 희생을 선택해야 한다.

이 길은 고통스럽고 느릴 수 있다. 그러나 이 길만이 우리가 살 길이다.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보여주신 희생의 사랑이 오늘날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내가 죽어야 너희가 산다.”

대한민국은 지금 이 말씀 앞에 서 있다. 생명을 살리는 길, 화해와 희생의 길을 선택할 때, 우리는 새로운 빛을 발견할 것이다. 한국의 미래는 우리가 지금 어떤 칼을 선택하느냐에 달려 있다.

한국중앙교회 담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