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장, ‘정족수 미달’ 정회 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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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장, ‘정족수 미달’ 정회 사태
  • 승인 2004.09.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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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독교장로회(총회장:김동원목사·사진) 제89차 정기총회는 지난 17일 오후 5시경 총대들의 정회동의로 일단 해산됐다. 폐회시간까지 정치부 일부 안건과 법제부 심의안건 전체가 보고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미 지난 2001년 86차 총회에서 법제부 안건을 다루지 못한 채 정족수 미달로 폐회를 동의한 바 있는 기장은 이번 총회 역시 폐회로 마무리 지을 예정이었지만 주요안건을 이듬해까지 미룰 수 없다는 총대들의 강력한 의지로 정회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회의가 지연된 문제의 발단은 총회 실행위원회의 두번째 보고서에서 비롯됐다. 실행위원회가 추가로 보고한 ‘총회회관 건축 방해에 대한 조사 보고서’는 서대문교육원의 문화재 지정을 청원했던 대책위측 목회자에 대한 징계를 다루고 있었다.

그러나 이 보고서에 반발한 일부 노회는 보고서의 수정 또는 폐기가 없을 경우 총회석상에서 퇴장하겠다며 강경한 입장을 드러냈다. 결국 실행위원회 보고서는 거명됐던 이름을 삭제하고 법적인 문제가 되는 부분은 모두 없었던 것으로 수정하는 쪽으로 합의를 도출하는 한편, 계약사항은 계승하되 건축위원회를 새로 구성해 원점에서 총회회관 건축을 다시 추진키로 했다.

정회후 지난 21일 처음 열린 임원회는 다음달 4일 군산성광교회에서 총회를 속회키로 결정했다.

임원선거 결산

‘기장 정체성’ 찾을 수 있는 신 임원 갈망 표출 부총회장 박원근목사·총무 윤길수목사 … 개혁적 임원교체

끊임없이 정체성 문제가 제기됐던 한국기독교장로회는 지난 14일부터 17일까지 군산 성광교회에서 개최한 제89차 총회에서 개혁 세력을 신 임원으로 교체하면서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단독 후보로 나선 김동원목사를 만장일치 박수로 총회장에 추대한 뒤 들어간 부총회장과 총무 경선에서 박원근목사가 압도적인 표차이로 임광의목사를 누르고 목사 부총회장에 당선됐다. 이어 진행된 장로 부총회장 역시 진보적 성향을 드러낸 안국장로가 과반수 넘는 376표를 얻었다.

치열한 선거전 양상을 띠었던 총무 선거는 1차 투표에서 윤길수목사가 255표, 김종무목사가 234표, 최초의 여성 후보인 정보영목사가 42표, 김용환목사가 149표를 획득했다. 윤길수목사와 김종무목사로 압축된 가운데 이어진 2차 투표에서는 정보영목사와 김용환목사의 표가 윤길수후보에게 몰리면서 1차 보다 130표가 많은 385표를 얻은 윤길수목사가 4년 임기의 신임 총무로 선출됐다.

1차 투표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장 총무에 누가 당선될 것인지 쉽사리 추측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러나 이번 총무 교체 과정에서 변화를 갈망하는 386세대들과 교단내 NGO단체들의 보이지 않는 지지가 힘을 얻었고 여기에 장로들의 반발 표까지 가세하면서 윤길수 목사를 새 총무로 만들었던 것.

가장 기장 신학에 충실히 현장 목회를 해온 김용환목사와 우수한 정책을 선보인 정보영목사 등이 인물면에서 뒤지지 않는다는 평가를 얻었지만 새로운 총무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 가능하면 사표(死票)를 만들지 않겠다는 총대들의 의지는 윤길수후보에게 결집됐다.

선거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윤총무는 “기장이 걸어온 역사를 계승할 시점에 도달했다”며 “흩어진 교단의 힘을 모아 성도와 국민 모두에게 신뢰받는 교단이 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성령운동의 중심에 있었지만 학생운동의 경험을 가지고 있는 김동원목사 역시 “숫자나 물질에 연연하지 않고 복음의 중심에 서 나갈 것”이라며 “통일운동에 앞장서고 국가보안법 폐지에 적극 나서는 진보적 교단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동안 기장총회는 DJ정부 출범 이후 친정부적인 교단으로 변했다는 지적을 받아왔으며, 기장성을 드러내지 못한 채 양적·물적 성장에 주력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또 교단 내적으로는 특정 인물에 의해 총회가 좌우된다는 의혹까지 사면서 갈등이 끊이질 않았다.

좀 더 강하게 목소리를 내고 소수의 의견에 귀를 기울여 달라는 것이 총대들의 염원. 비교적 진보적 개혁 세력으로 평가받은 윤길수총무가 과연 얼마나 강력한 리더십으로 교단의 변화를 주도할 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한편 기장은 이번 총회에서 목사 안식년제도 의무화 헌의를 개 교회의 현실에 맞게 권고키로 했으며 북한동포를 위한 나눔사업을 계속 전개해 나가기로 했다. 또 국가보안법을 둘러싼 총대들의 논란이 있었으나 기장총회가 그동안 진행했던 대로 ‘국가보안법 및 사회제반악법 개폐를 위한 계속활동’을 허락하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 다음달 4일 군산성광교회에서 속회되는 총회에서 선거법 개정안과 여성 10% 할당제, 평화공동체운동본부 설치 등을 보고받고 총회 선언문을 채택할 예정이다.

이현주기자(lhj@uc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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