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예장 통합총회(총회장:정영택 목사)가 오는 가을에 열리는 제100회 총회를 앞두고 ‘목회자윤리지침’을 상정키로 하면서, 통과 여부와 함께, 한국교회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지침에는 개인윤리와 가정윤리, 지교회 목회윤리, 거룩한 공교회로서의 윤리, 지역사회와 세계에 대한 윤리 등의 내용이 담겼다. 세부 사안으로 목회 세습금지와 성적 남용 및 부정행위 금지, 설교 표절 금지 등 목회자가 하지 말아야 할 행위들이 폭넓게 담겼다.
‘목회자윤리지침’ 전문에는 “교회가 사명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최우선적으로 목회자의 도덕적, 영적 갱신이 이뤄져야 한다. 성직자가 지녀야 할 전문직 윤리의 책임도 다해야 한다”며 제정 이유를 밝히고 있다.
사실 이번 ‘목회자윤리지침’ 이전에도 비슷한 시도가 있어 왔다. 일찍이 기장은 2004년 ‘교직자윤리강령’을 상정했지만 기각됐고, 합동의 경우 작년 총회에서 2년간 연구한 목회자윤리강령을 상정했지만 백남선 총회장의 “성경대로 살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발언 뒤 곧바로 기각되는 좌절을 겪었다.
반면 감리회의 경우에는 지난 2006년 제27회 총회에서 총회 성직자 위원회가 마련한 ‘목회자윤리강령’을 최종 확정지은 바 있다.
교단 차원을 넘어 지난 2012년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대표회장:김경원 목사, 한목협)는 “목회자들이 스스로 겸비한 마음으로 지켜야 할 최소한의 윤리적 의무”가 담긴 ‘목회자 윤리강령’을 발표한 바 있다.
당시 대표회장이던 손인웅 목사(덕수교회 원로)는 “지금 한국교회는 영성 회복과 함께 도덕성 회복이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가 됐다. 목회자들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권면하기 위한 좀 더 구체적인 규범을 만들면 이같은 상황이 분명히 달라질 것”이라고 전했다.
그런가하면 지난 6월에는 목회자 700여명이 예장합동총회에 대해 성추행 사건에 연루된 전병욱 목사(홍대새교회)의 면직을 촉구하고, 각 교단에 대해 “가을 총회에서 성범죄 사실 등 심각한 위반행위에 대한 처벌조항을 담은 목회자 윤리강령을 제정할 것”을 권고하기도 했다.
이처럼 목회자 윤리규정의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이유는, 각 교단이 가지고 있는 교단 헌법만으로 목회자들의 윤리와 도덕문제를 다루기 부족한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교단은 목회자 윤리문제를 교회의 상급조직인 노회에서 다루게 되는데, 많은 경우 노회 조직이 허술하고, 지역목회자들로 구성되다 보니 치리하기가 쉽지 않다.
특히 판단 기준이 되는 교단 헌법의 경우 목사의 자격이나 직무에 대한 내용이 담겨있을 뿐 구체적인 내용을 포괄하지 않아 ‘해석의 여지가 많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때문에 징계에 따른 불복과 교단 탈퇴 또는 노회 이동의 사례가 적지 않다.
범죄가 사실이 있을 때 ‘처벌될 수 있다’, ‘면직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개인은 경각심을 가지게 된다. 목회자의 도덕적?윤리적 문제로 교인들이 상처받는 일이 많은 상황 속에서 이를 관리 감독해야 할 교단에는 보다 명쾌한 해답이 있어야 한다.
웨스트민스터신학대학원대학교의 김선일 교수(실천신학)는 “역사적으로 영적 지도자들의 도덕적 각성과 합의가 새로운 신앙운동의 전기를 마련해 왔다”며 “천주교가 개신교의 발흥으로 수세에 몰렸을 때 예수회 수도사들이 영적, 윤리적 서약과 헌신을 함으로써 천주교 중흥을 이끌었다. 경건주의 운동도 고도의 윤리적 실천과 헌신을 통해 부흥을 이끈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또 “현재 한국교회가 사회로부터 신뢰를 얻지 못하고 선교의 한계를 직면하고 있는 시점”이라며 “물론 윤리강령이 복음 그 자체는 아니지만, 우리의 삶이 좋은 소식이 되기 위해서는 교회 지도자들의 진지한 도덕적 갱신은 시대적으로 필요한 과업”이라고 강조했다.
교회개혁실천연대의 김애희 사무국장은 “윤리지침이나 강령에 강제성이나 구속력은 없지만 총회 스스로가 경각심을 갖는 것은 의미 있는 것”이라며 “이번 통합 측의 윤리지침이 통과됨은 물론이고, 이를 통해 타 교단들도 의지를 가지고 이 논의를 다시 시도하는 기회가 생겼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