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아래 어느 곳이든 우리가 모이면 교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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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아래 어느 곳이든 우리가 모이면 교회죠"
  • 손동준 기자
  • 승인 2015.07.09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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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간 제한 사라지는 교회, 이런 교회도 있다 ‘웨이쳐치’
▲ 홍제천 웨이쳐치 모임이 열리는 수요일 저녁. 예배 중간 기차가 지나가자 청년들이 손을 들고 “주여”를 외친다.

수요일에 만나요 홍제천교회

서울 서대문구 남가좌동. 홍제천을 가로지르는 사천교아래. 매주 수요일 저녁 8시 30분이면 이곳에 젊은이들이 하나 둘 모여든다. 기차 길 옆 공원에 돗자리를 깔고 앉은 젊은이들은 치킨과 과자 등을 나눠 먹으며 삼삼오오 찬양을 부르기 시작했다. 산책하는 사람들이 낯선 눈길을 보내지만 아랑곳 하지 않는다. 이내 기차가 지나간다. 기차가 지나가는 소리에 뭍혀 찬양소리도 사라지고 말소리도 사라진다. 이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두손을 들고 “주여”하며 크게 외친다. 기차가 지나가고 모두들 크게 웃으며 다시 찬양을 이어간다.

지나가던 중년 남성이 “교회에서 나왔나 보다”며 관심을 보인다. 청년들은 “저희가 교회에요. 홍제천 웨이쳐치 성도들입니다” 하고 대답했다.

주소도 건물도 없다. 주일에는 각자 섬기는 교회에서 예배를 드린다.

▲ 지난 5일, 남산타워와 이태원을 뒤로하고 하늘을 지붕 삼아 이태원 웨이쳐치 런칭파티가 열렸다. 참석한 젊은이들은 편안한 복장으로 예배에 임했다. 자유로운 분위기였지만, 메시지에는 분명한 복음적 가치가 담겼다.

젊은이들 속으로 “이태원 프리덤”

지난 주일 저녁, 이태원 한복판에 위치한 한 건물 옥상에서 특별한 파티가 열렸다. 대부분의 교회가 개척 감사예배를 드리는 것과는 조금 다른 ‘교회 런칭 파티’(Launching Party)가 열린 것. 이날 파티는 만 30세 이하의 젊은이 11명으로 구성된 이태원 웨이쳐치(기획자:조성민, 대표전도사:정한솔)가 주관했다.

파티문화가 익숙한 지역인 만큼, 정장 입고 엄숙하게 드리는 예배보다는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예배를 드리자는 취지에서 ‘파티’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날 ‘파티를 가장한’ 예배에는 교회 구성원을 포함해 50여명이 참석했다. 참석자들도 대부분 2-30대 젊은이들이었다. 예배 분위기도 자유로웠다. 남산 타워와 이태원의 풍경을 뒤로한 채, 하늘을 지붕 삼아 열린 예배에서 참석자들은 편안한 복장으로 찬양을 부르고 말씀을 들으며 예배에 임했다. 설교를 전한 정한솔 전도사(서울신학대학교 대학원 4학차) 역시 이날 반바지에 선글라스 차림으로 예배에 임했다.

▲ 지난 5일, 남산타워와 이태원을 뒤로하고 하늘을 지붕 삼아 이태원 웨이쳐치 런칭파티가 열렸다. 이날 예배에서는 정한솔 대표 전도사가 말씀을 전했다.

‘세상의 빛’ 이라는 주제로 말씀을 전한 그는 “우리는 지금 밤이 깊고 낮이 가까운 시대에 살고 있다. 밤은 예수님이 오시기 전까지이며, 낮은 예수님께서 재림하시는 날을 의미한다”면서 “바울 사도가 말했던 것처럼 지금 전쟁 중이기 때문에 우리의 생명을 보호해줄 갑옷을 챙겨 입어야하는데, 그 옷은 바로 예수 그리스도”라고 전했다.

예배 뒤에는 주일 예배를 처음으로 드리며 하나님께 쓴 편지를 통에 담아 일 년 뒤 개봉하는 타임캡슐 이벤트도 진행됐다. 참가자들은 나눠받은 색색의 편지지에 예배의 감동과 이태원 웨이쳐치를 통해 하나님이 하실 일들을 기대하며 손수 편지를 적어 넣었다.

예배 복장도, 예배 형식도 자유로웠지만 복음의 본질만은 꼭 잡고 가겠다는 이태원 웨이쳐치. 안수를 받은 목사도, 돈 많은 장로도 없지만 이태원 한 가운데서 이 땅의 미래인 청년들에게 복음을 전하겠다는 포부는 여느 대형교회 못지않다. 개척예배가 열리기 전, 4주에 걸쳐 매주 금요일 미리 이태원에서 예배를 드렸고, 마지막 1주일간은 전 성도가 특별 새벽기도로 예배를 준비했다.

이들이 이태원 한복판에 교회의 깃발을 꽂은 이유는 크게 네 가지. 먼저 이곳이 대표적인 청년들의 놀이터라는 점과 문화적으로 풍성한 곳이라는 점. 그리고 동성애를 포함한 문란한 성문화가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다는 점. 마지막으로 외국인들이 많이 찾는 다문화 지역이자 다종교 지역이라 이곳의 복음화는 자연스럽게 선교와 연결된다는 점이다. 이들은 앞으로 매주일 카페에서 예배를 드릴 예정이다.

정한솔 전도사는 “이태원 웨이쳐치가 예배를 드리는 카페 사장님 말이 이태원에서 교회를 하면 대부분 일 년을 못 버티고 떠난다는데, 우리는 건물로서가 아니라 한 사람 한 사람이 교회라는 생각으로 밖으로 복음을 전하고 안으로 제자화 시키는 일에 전력을 다할 것”이라면서 “무엇보다 본질인 성경을 바탕으로 초대교회의 모습을 회복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기능과 형태를 구별하는 사람들

사실 홍제천 웨이쳐치나 이태원 웨이쳐치가 있기 전 홍대 앞에서는 이미 이같은 개척 실험이 성공을 거뒀다. 이태원 웨이쳐치의 모 교회라 할 수 있는 홍대앞 웨이쳐치는 대한예수교장로회합동총회 소속인 혜성교회(담임:정명호 목사)에서 파송한 송준기 목사가 이끌고 있다. 이들은 지난 2012년 1월 첫 예배를 드린 이후 홍대 앞 카페와 가정집을 빌려 예배를 계속해왔다. 최근에는 예배 인원이 늘어 공연장에서 모임을 갖고 있다.

▲ 송 목사는 유튜브나 SNS를 목회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송 목사는 유튜브와 SNS를 목회에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특별새벽기도 기간에는 새벽마다 짧지만 참신한 내용의 영상을 주제에 맞게 만들어 SNS에 올린다. SNS상의 성도들은 영상을 함께 보며 묵상도 하고 기도도 한다. 송 목사의 의도인지 아닌지 알 수 없지만 이미 온라인을 통해 교회의 시공간적 한계가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오프라인에서도 이같은 현상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공간적 개념의 이태원 웨이쳐치와 송도 웨이쳐치 뿐 아니라, 시간적 개념인 ‘홍제천 웨이쳐치’, 캠핑을 하는 예배모임인 ‘아웃도어 처치’, 자전거를 타는 ‘라이더스 처치’ 등 현재 웨이쳐치로부터 ‘교회’라는 이름의 모임은 계속 탄생하고 있다.

송준기 목사는 “청년들이 교회를 떠난다는 말은 반대로 청년들이 모이는 곳에서 볼 때 부차적인 문제일 수 있다”면서 “현재의 시스템 밖에서 생각해볼 자세와 태도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는 “예수를 따르는 사람이 모이면 그것이 곧 교회”라면서 “성경에서 말하는 교회의 기능은 시대를 막론하고 동일하다. 그러나 교회의 형태는 시대에 따라 계속 변해왔다”고 설명한다. 이들은 앞으로도 가장 성경적인 기능을 하는 교회를 가장 시대적인 형태로 풀어내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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