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이단 ‘유병언’ 일가 척결 의지 밝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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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 이단 ‘유병언’ 일가 척결 의지 밝혀
  • 이현주 기자
  • 승인 2014.06.03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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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천주교 이어 기독교 기도회 참석하며 종교계 형평 맞춰

지난 1일 명성교회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위로와 회복을 위한 한국교회연합기도회에 박근혜 대통령이 참석했다.

기도회를 앞두고 교계 일각에서는 정부와의 연관성을 주장하는 의혹을 제기했지만, 박 대통령은 불교와 천주교에 이어 한국 교회가 연합으로 마련한 기도회에 직접 참여하면서 새로운 대한민국 건설에 종교계가 함께 할 것을 요청했다. 이날 박대통령은 대통령으로서의 ‘책무’를 강조하는 한편, ‘유병언’에 대해 공식 석상에서 처음 언급하며 “탐욕스럽게 이익을 추구하다 많은 국민의 희생을 가져온 이런 일들이 더 이상 방치되도록 하지 않겠다”는 단호한 이단 척결의 의지도 밝혀 눈길을 끌었다.

기독교계와 박근혜 대통령과의 인연은 깊지 않다. 이명박 대통령이 ‘장로’로서 교계와 깊은 친분을 유지한데 반해 종교적 중립을 내세운 박 대통령은 친 종교적 행보에 상당히 조심스러운 입장을 취해왔다. 특히 대통령 취임을 앞둔 시점에 기독교계 연합기관들의 분열이 일어나면서 단일창구와 접촉이 어려웠고, 대통령이 직접 마주할 대표성을 가진 기구를 찾기 어려웠다는 점에서 이번 기도회 참여는 큰 의미를 갖는다. 한국 교회 공식 행사에 직접 참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국가조찬기도회 참석을 제외하고 지난 4월 열린 부활절연합예배에 ‘메시지’를 보낸 것이 취임 후 기독교계 관련 행보의 전부였기 때문이다.

청와대 측은 “목회자 구설이나 장소의 문제는 교회 내적인 문제일 뿐, 한국 교회가 유가족을 위로하고 세월호 사태 해결을 위해 모인 연합 기도의 자리에 순수하게 참여한 것이고, 세월호 참사 후 물심양면으로 지원하고 기도한 기독교계에 대한 감사의 참여였다”고 설명했다. 불교계와 천주교에 감사의 표시를 한데 이어 기독교계 연합행사에 참여하면서 3대 종단 방문에 형평을 맞춘 것이기도 하다. 박 대통령은 또 2시간 넘는 예배에 끝까지 참여하면서 희생자들을 위해 기도했으며, 세월호 사태만을 다룬 단독 메시지를 전함으로써 보다 강한 해결 의지를 드러냈다.

대통령의 참석은 당일 예고됐다. 교계가 먼저 대통령을 초청한 것은 아니다. 논란이 일기 전인 지난 27일 이미 한국교회위원회는 “대통령이 참석하신다면 감사히 맞이하겠지만 특별히 초청하지는 않았다. 이 기도회는 세월호 희생자를 위로하고 그들의 회복을 구하는 순수한 기도회일 뿐, 정치적 입장을 취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특별한 초청도 없이 대통령이 기독교계 행사에 참여한 것이 이례적이라는 입장도 있지만 사실 지난 불교계 석가탄신일 행사 이후 종교계의 잇단 방문은 예정된 것이었다. 명동성당 기도회에 조용히 참여하면서 각 종단이 마련한 세월호 추모의 기도에 힘을 모은 것. 그러나 기독교계의 경우 대표성을 띤 연합행사가 없는 상황에서 시기를 조율하는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이러한 청와대의 분위기를 감지한 기독교계는 각자 연합기도회를 열며 ‘러브콜’을 보냈지만 어떤 기도회가 ‘연합’의 의미를 갖는지 정부로서 판단이 어려웠던 것. 지난 21일 백주년기념관에서 열린 한국교회지도자금식기도회 주최 측인 교단장협의회에서도 정부 관계자에게 대통령의 참석을 강력히 요청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당시 교단장협은 “9개 교단이 한국 교회의 80%를 차지한다”며 대표성을 주장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날 기도회 현장에서는 “대통령이 참석한다”는 소문이 나돌기도 했다.

그러나 이 기도회 역시 지도자들의 불참과 한국교회위원회와의 분열, 450여 명 정도가 참여하는 기도회로 축소되면서 대통령을 초청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후 기도회가 순수성을 잃어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교계 안에 팽배한 대형교회와 개인에 대한 증오감이 들끓기 시작했다.

기독교 진보진영의 공격과 논란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대통령이 1일 명성교회에서 열린 연합기도회에 참여한 것은 교계나 정부나 ‘정공법’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교회위원회 등 비난의 대상이 됐던 교계 지도자들은 “세월호 사태를 빌미로 촛불집회에 참여하며 대통령 퇴진 목소리를 내는 진보그룹 역시 ‘정치적’인 것이 아니냐”며 “대통령이 사태의 해결의지를 밝힌 만큼 믿고 부패한 관료조직과 한국 사회 개혁에 힘을 싣는 것이 국민의 도리”라는 입장을 확고히 했다.

대신 기도회만큼은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이들과 유가족, 생존자 등을 위로하며 그들이 다시 대한민국의 국민으로 살아갈 희망을 얻도록 하는데 집중키로 한 것.

이후 기도회 당일 대통령 참석 사실을 통보받은 한국교회위원회는 별다른 의견 없이 “대통령께서도 은혜 받는 기도의 시간이 되길 바란다”는 뜻만을 전했다.

박근혜 대통령도 기독교 성도들 앞에서 ‘감사’의 인사와 함께 개혁에 대한 의지를 재차 피력하며 “한국 교회가 위기극복의 중심에 서달라”고 당부하며 지난 19일 대국민 담화문 발표 후 한국 교회 앞에 다시 호소문을 발표했다.

1만 5천 성도들 앞에 선 박근혜 대통령은 “세월호 사고는 유가족들과 국민들의 마음에 깊은 상처와 고통을 안겨주었다. 그 고통과 아픔을 위로하고 우리 국민들이 용기를 갖고 극복해 나갈 수 있도록 가장 먼저 애도주일을 선포해주시고 오늘 이렇게 뜻 깊은 기도회를 개최해주신 한국 교회 지도자 여러분께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어 세월호 사태를 통해 발견된 국가 곳곳의 부정과 부패를 언급하며 ‘국가개조’에 나설 뜻을 밝혔다. 박 대통령은 “안전시스템과 해상재난 대비 시스템을 제대로 만들지 못한 문제점을 정확히 파악해서 이런 비극이 또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국가안전시스템을 제대로 만들 것”이라며 “과거부터 내려온 잘못된 관행들이 우리사회를 어지럽혀 왔고 공직사회의 부패와 비리가 우리 국민들의 마음의 불신을 가져왔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렇게 우리 사회에 뿌리 깊게 이어져온 잘못된 적폐를 해소하고 공직사회를 비롯한 각 분야를 개혁해서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저의 혼신의 힘을 다할 것”이라며 “그것이 저를 대한민국의 대통령으로 선택한 국민들에 대한 책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이단’ 유병언의 실명을 언급하며 척결 의지도 드러냈다. 박 대통령은 “지금 세월호 사고로 국민들에게 큰 상처를 준 유병언 일가가 법망을 피해 도망다니면서 국민들을 기만하고 사회를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며 “과거에 이미 없어졌어야 할 기업이 회생절차를 악용해 되살아나서 탐욕스럽게 이익을 추구하다가 많은 국민의 희생을 가져왔는데 더 이상 이런 것이 방치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우리 사회를 혼탁하고 불안하게 만들거나 비호하는 세력들을 반드시 찾아내서 밝고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 것”이라며 “새로운 대한민국,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위해 국민 여러분이 함께 힘을 모아 달라”고 전했다.

기독교계에 대한 믿음도 드러냈다. 박 대통령은 “이번 세월호 사고의 절망 속에 곳곳에서 희망의 불을 지펴낸 의인들이 계셨다”며 “지금도 실종자를 구하기 위해 험난한 바다로 뛰어들고 계신 잠수사분들, 진도와 안산에서 헌신적으로 일해주신 자원봉사자들, 이분들 모두가 성경 말씀 속의 선한 사마리아인이고 이번 분들이 계시기에 대한민국에 희망이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대통령은 “130년 전 이 땅에 처음으로 복음이 전해진 이래 한국 교회는 늘 절망 속에서 희망을 일궈왔다”며 “우리나라가 고난에 처할 때마다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모아서 위기극복의 중심이 되어 주었던 한국 교회가 다시 한 번 세월호 유가족 및 실종자 가족, 그리고 국민들의 상처가 치유될 수 있도록 힘을 모아 달라. 이제 모든 과오를 털어내고 우리 후손들에게 물려줄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어 가야 한다. 그 길에 저의 모든 것을 바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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