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지 피부색이 다를뿐 우리는 그리스도안에서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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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피부색이 다를뿐 우리는 그리스도안에서 하나”
  • 김찬현
  • 승인 2006.02.15 16: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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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 - 하인즈 워드 열풍을 통해 돌아본 우리사회 ‘혼혈인’

 

▲ 미프로풋볼리그에서 MVP를 수상한 하인즈 워드선수
한국계 미국인 하인즈 워드선수가 지난 6일 미프로풋볼리그(NFL) 챔피언결정전 ‘슈퍼볼’에서 최우수선수(MVP)를 거머쥐었다는 소식은 태평양 건너 한국과 한국인들에게 벅찬 감동을 안겨줬다.

더욱이 그의 성공의 이면에는 어렵고 험난한 인생길에서도 묵묵히 아들을 뒷바라지한 한국인 어머니의 헌신적인 사랑과 특히 혼혈이라는 차별과 무시를 당했던 지난 과거를 딛고 우뚝선 감동의 이야기가 있다는 사실은 이들 모자의 성공기가 단순히 한 혼혈인가정의 성공기가 아닌 우리 사회의 변화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보여준다.


우리 사회는 오랫동안 단일민족이라는 자부심이 있었다. 오랜 민족 역사 속에서도 한민족이라는 자긍심은 우리의 머리 속에 우리는 순수한 혈통이라는 의식이 단단한 뿌리를 내렸다. 그러나 때로는 순수하다는 것이 다른 것을 배척하는 오류를 범하기도 한다. 한국인의 의식 속에 자리잡은 혼혈인에 대한 상대적 차별과 무시가 바로 대표적인 오류이다.


이번 기회에 우리 사회의 잘못된 혼혈인에 대한 편견을 바로잡자는 자성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하인즈 워드선수의 성공기를 접한 한 네티즌은 “만약 워드선수가 한국에서 계속 살았더라면 ‘튀기’라고 놀림당하면서 학교나 제대로 다닐 수 있었겠느냐”며 우리 사회의

배타적 민족주의를 꼬집는다.


올해 여자프로농구단 우리은행에 입단한 장예은선수. 그 역시 주한미군 출신인 흑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인이다. 그도 하인즈선수에 대해 “만약 한국에서 계속 자랐더라면 지금처럼 성장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한다.


이처럼 순수혈통을 중시하는 우리 사회의 뿌리깊은 인식이 많은 혼혈인들에게 혼혈을 하나의 낙인처럼 인식하도록 만들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인과 외국인의 결혼 건수는 2000년 1만 2천여건에서 2001년 1만 5천여건, 2003년 2만 5천여건, 2004년 3만 5천여건으로 연간 1만여건씩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특히 최근에는 필리핀, 베트남, 태국, 우즈베키스탄 등 아시아계와 결혼하는 경우가 전체 중 30%를 차지하고 있다. ‘아시아’와 ‘코리안’ 두 단어를 합친 ‘코시안’이라는 신조어가 생긴 것만 보더라도 큰 변화를 느낄 수 있다.


혼혈인지원단체인 ‘펄벅재단’에 따르면 국내 혼혈인은 1940년대 중반 주한 미군과 한국인 여성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1세대’를 시작으로 현재 3만5천명 정도로 추산되고 있다. 이중에서 코시안이 3만명, 미국계 혼혈인이 5천명 정도다.


최근 우리 대중문화계에는 혼혈한국인 스타에 대한 열풍이 몰아쳤다. 그 중에서도 대표적인 경우가 바로 MBC 드라마에 출연해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던 다니엘 헤니다. 옷, 화장품, 자동차, 가전, 핸드폰 등 TV를 켜면 그가 메인모델로 나오는 화려한 광고는 손에 꼽을 수 없을 정도다.


이런 혼혈스타들의 인기몰이가 우리 사회의 혼혈에 대한 경시사상의 진전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사람들이 환호하고 있는 것은 잘 생기고 친절하기까지 한 스타에게 흥미를 느끼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점은 얼마전 TV광고에 등장했던 배기철씨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 국가인권위원회 공익광고에 출연한 배기철씨
“제 이름은 배기철입니다. 저는 한국인입니다. 단지 피부색이 다를 뿐인데 사람들은 자신들과 다르다고 합니다.”

바로 국가인권위원회가 얼마전 ‘차별철폐’를 주제로 내보내고 있는 공익광고 중 하나다. 담담하면서도 자연스럽게 우리말을 하는 외국인의 어투에서 우리는 우리주변의 보통 아저씨들과 다른 점을 찾지 못한다. 만약 이 광고를 눈을 감은 상태로 봤더라면 외국인이 등장한다는 사실도 느끼지 못할 정도다.


이 광고에 등장한 배기철씨는 6.25세대 혼혈인. 혼혈이라는 주위의 따가운 눈총 때문에 그는 고등학교도 겨우 졸업했고 자신의 아이도 차별받으며 살아야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해 20대 초반에 불임수술을 받아버렸다. 그는 군대에 입대하려고 했으나 군에서 조차 혼혈이라는 이유로 받아주지 않았고 아버지의 고향인 미국에서도 시민권이 아닌 영주권 밖에 얻을 수 없었다.


어느 곳에서도 받아주지않는 이방인인 셈이다. 단지 혼혈이라는 이유만으로 차별을 겪어야만 했던 이런 아픔은 단순히 배씨만의 고통은 아니었다.

주한 미군과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백인계 혼혈인 남모씨. 그는 주변의 차별과 차가운 시선을 견디다 못해 2차례나 자살을 시도했다. 어린 시절 피부색이 다르다며 놀리는 또래들을 피해 인적이 드문 곳을 찾아다니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제대로된 교육을 받을 수도 없었다.


많은 혼혈문제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혼혈인을 무시하는 풍토가 예전과는 많이 달라지고 있다고 말하면서도 지금보다 더 구체적으로 혼혈문제에 대해 고쳐나가야 한다고 지적한다.

펄벅재단 이지영간사는 “혼혈문제는 혼혈인 연예인이 주목받거나 하인즈 선수같은 사람이 나타난다고 해도 절대 나아지지 않는다”고 지적하고 “상대적으로 적은 교육의 기회로 인해 가난이 대물림되는 형편과 혼혈아동이 성장해 취업시기가 되어도 기업들의 취업기피대상이 되는 문제점들은 반드시 고쳐져야한다”고 강조했다.


혼혈인 차별 철폐운동을 벌이고 있는 ‘하이패밀리’의 송길원대표는 “하인즈 워드선수의 성공스토리 때문에 우리 사회에 혼혈인들의 인권에 대한 관심이 생긴 것은 다행이지만 반짝 신드롬이 되지않을까 염려된다”고 말한다.


그는 “우리 사회의 혼혈인에 대한 잘못된 인식에 대해 한국교회가 먼저 앞장서서 변화를 시도해야한다”고 강조하면서 “예수 그리스도가 하나님 아버지를 믿는 사람이 내 형제요 내 가족이라고 말씀하셨던 것처럼 편협한 가족주의와 혈통주의에서 벗어나 한국교회가 혼혈인들을 가슴으로 품어야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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