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우는 자와 함께 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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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우는 자와 함께 울라
  • 김수연 기자
  • 승인 2025.04.01 20: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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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이 휩쓸고 간 자리는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지난달 31일 취재차 경북 영덕으로 가는 고속도로 위 차창을 내리자 탄 냄새가 코 끝을 찌르고 저 멀리 검게 폐허로 변한 산림이 눈에 박혔다.

강풍에 날아든 산불 불씨로 잿더미로 변한 마을의 모습은 더욱 처참했다. 거센 불길에 지붕까지 폭삭 녹아내린 집부터 그을린 밭, 뼈대조차 가늠하기 힘들 만큼 무너진 교회를 보니 가슴이 아팠다.

무려 열흘간 경남과 경북 일대를 덮친 이번 산불은 서울 면적의 75%를 태우며 역대 최악의 산불로 기록됐다. 화마로 하루아침에 소중한 삶의 터전을 잃은 사람들. 이 가운데는 시골에서 어렵지만 묵묵히 복음을 전해온 작은 교회 목회자들도 있었다.

산불로 막대한 인명과 재산 피해가 발생하면서 한국교회는 이재민들의 어려움을 돕기 위해 본격적인 구호활동에 돌입했다. 백석총회는 긴급 목회서신을 발표하고 모금운동을 시작했다. 임원회는 교단 산하 피해 교회들을 직접 방문해 위로금을 전달하고 간절한 기도를 더했다.

이 자리에 동행한 기자 역시 무거운 마음으로 임했다. 그러나 가늠조차 되지 않는 고난에 마냥 망연자실할 줄 알았던 목회자들은 뜻밖의 믿음을 고백했다.

갑작스런 화재로 교회에서 교적부와 세례명부만 간신히 챙겨 나왔다는 어느 목사님은 불가항력적인 상황에서 의지할 분은 오직 하나님뿐임을 절실히 느꼈다. 저를 걱정하는 사람들에게 오히려 하나님의 계획이 있을 것이란 말로 위로하고 기도를 부탁했다고 덤덤히 말했다.

예배당이 전소되는 피해를 입은 또 다른 목사님도 교회를 끝까지 지키지 못했다는 마음에 하나님께 죄송했다면서도 교회가 새롭게 건축돼 지역 복음화의 사명을 다시 감당할 날이 오기를 믿고 기도한다고 전했다.

절망 가운데서도 희망을 바라보는 이들에게 이제 우리 모두가 함께 손을 잡아줄 때다. 화마에 속절없이 희생당한 이웃의 고통은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사순절 기간 우는 자들과 함께 울라는 말씀을 기억하며, 한국교회 더 많은 성도들이 기도와 물질로 고난 속에 신음하는 이웃에게 사랑을 쏟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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