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버려진 땅 아프간에, 남겨진 그리스도인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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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버려진 땅 아프간에, 남겨진 그리스도인들이 있다
  • 서동찬 교수
  • 승인 2021.09.28 15: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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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의 국제정세 변화와 선교적 미래 (하)

탈레반 붕괴 후 통일된 국가 수립 실패, 불법·부패 만연한 무정부 상태
소련 침공부터 미군 철수까지… 지난 40년 동안 강대국의 대리 전쟁터

지난 8월 미군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를 선언하며 극단주의 이슬람 무장단체 탈레반이 정권을 장악했다. 아프간에 남겨진 기독교인의 운명과 선교 상황은 어떻게 달라질까. 본지는 중동 정세 전문가로 활약해 온 서동찬 교수의 특별기고를 연재한다.
 

지난 40년 동안 세계 강대국들의 이익을 위한 싸움의 대리 전쟁터였던 아프가니스탄은 사망과 죽음, 그리고 가난과 아픔으로 얼룩진 ‘버려진 땅’이 되어버렸다. (사진=월드비전 제공)
지난 40년 동안 세계 강대국들의 이익을 위한 싸움의 대리 전쟁터였던 아프가니스탄은 사망과 죽음, 그리고 가난과 아픔으로 얼룩진 ‘버려진 땅’이 되어버렸다. (사진=월드비전 제공)

미국과 탈레반
2001년 9.11 테러 직후 미국은 알카에다에 대한 응징을 목적으로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시작했다. 그러나 미국은 애초부터 아프가니스탄의 재건에는 관심이 없었다. 미국은 아프가니스탄 침공 이전부터 미군의 장기 주둔을 원치 않았으며, 알카에다와 탈레반 지도자들이 물러나고 새로운 정부의 손으로 민주주의가 수립되면 즉시 철수하겠다는 계획이었다. 예상대로 미국은 아주 짧은 시간에 탈레반 정부를 붕괴시키고 새로운 아프가니스탄 정부를 출범시켰다. 그러나 새 아프가니스탄 정부는 국토 전체를 통제할 수 없었다. 아프가니스탄의 북부 지역은 인구 27%의 타지크인들이 북부동맹이라는 독자적인 군사 지방 정부를 고집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미국은 중앙 정부뿐 아니라 북부동맹에 대해서도 군사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중앙 정부가 통일된 국가를 수립하는 것이 불가능했기 때문에 미국은 탈레반과 알카에다 세력을 공략할 수 있는 모든 지방 정부를 직간접으로 지원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아프가니스탄이 민주주의를 토대로 한 통일된 정상 국가가 되는 것은 불가능했다. 결국 아프가니스탄 국민들은 무정부 상태에 노출되고 각종 불법과 부패의 사슬에 묶여 신음할 수밖에 없었다.

2020년 2월 29일 트럼프 행정부는 카타르의 수도 도하에서 탈레반과 정전 협정을 맺고 모든 미군과 동맹군을 철수시키기로 합의하고야 만다. 어떤 나라도 테러 조직과 직접 협상하지 않는 것이 관례인데, 미국은 탈레반의 요구에 따라 아프가니스탄 정부를 통하지 않고 도하 협상에 임한 것이다. 미국 정권이 바뀐 후에도 바이든 대통령은 탈레반과의 약속을 폐기하지 않고 서둘러 미군을 철수하는 조치를 취했고, 카불의 무력한 아프가니스탄 정부는 예상보다 빨리 탈레반의 수중에 떨어졌다.

도하에서 탈레반은 아프가니스탄의 어떤 집단이나 개인이 미국과 동맹국에 대한 안보를 위협하지 못하도록 방지하겠다고 약속했다. 여기서 말하는 집단이란 바로 알카에다와 IS-K(이슬람국가 호라산)와 같은 테러 조직을 말하는 것이다. 탈레반은 이들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조직원을 충원하고, 훈련하고, 재정을 모으지 못하도록 할 것이며, 이들을 환대하지 않겠다고 합의했다.

탈레반의 분파와 IS-K
탈레반 세력은 두 개의 분파로 나뉘어있다. 탈레반의 주를 이루고 있는 파슈툰족은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 두 국가에 거주하고 있는 분단된 민족이다. 과거 영국은 인도를 점령하고 아프가니스탄을 정복하고자 노력하다가 실패하자 지금의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의 국경선을 인위적으로 확정했다. 그래서 파슈툰족은 파키스탄 북서부 지역에도 다수가 살고 있다.

파키스탄을 거점으로 하는 탈레반은 하카니를 수장으로 하는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으며, 이 세력을 파키스탄 정보기관 ISI가 긴밀하게 지원하고 있다. 파키스탄은 인도와 갈등하고 있는데, 이슬람 지역인 인도 북부는 여전히 힌두교인 인도 영토로 복속되어 있다. 그래서 파키스탄은 하카니 네트워크를 통해 인도 북부의 이슬람 지역이 분리 독립할 수 있도록 탈레반을 배후에서 돕고 있는 것이다.

반면 미국과 휴전 협상을 주도했던 것은 야쿠브를 수장으로 하는 온건파 세력으로서 앞으로 아프가니스탄이 이슬람법을 헌법으로 하는 정상 국가가 되기를 추구한다. 이렇게 탈레반 내부에서 하카니 세력과 야쿠브 세력이 갈등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탈레반 정부가 어떻게 등장하게 될지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그리고 아프가니스탄 내부에는 탈레반과 성격을 달리하는 또 다른 테러 조직 IS-K가 활동하고 있다. K는 호라산(Khorasan)이라는 지명을 일컫는데, IS가 아프가니스탄에 들어온 이유는 그들만의 독특한 종말론 때문이다. IS는 ‘호라산에서 검은 깃발들이 일어날 것이며, 그들이 예루살렘에 심겨질 때까지 아무도 막을 수 없다’고 무함마드가 말했다고 믿는다(Sunan at-Tirmidhi 2269). 그래서 IS-K는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 인도의 국경지대에 해당하는 호라산을 종말론적 광기의 중심지로 선포하고 조직원과 자금을 끌어모았다. IS-K는 온건파 탈레반이 미국과 협상하고 테러 조직을 제거하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에 카불공항 테러와 같은 반인륜적인 범죄를 자행하고 있는 것이다.

버려진 땅 아프가니스탄
한편 러시아, 중국, 이란은 지난 20년 동안 미군의 아프가니스탄 주둔을 탐탁지 않게 여기고 있었다.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타지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등 중앙아시아 5개국을 자신의 영향권 속에 두고자 하는 러시아는 이 국가들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아프가니스탄에 미군이 주둔하고 있다는 것이 언제나 눈엣가시였다. 러시아는 새로 출범하는 탈레반 정권이 중앙아시아와 연계하는 테러 조직을 차단할 수 있다면 탈레반 정부와 적극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중국은 신장 위구르 분리주의 세력이 아프가니스탄 영토를 활용하는 것을 차단한다면 탈레반 정부를 적극 지지하겠다는 입장이다. 아프가니스탄과 국경을 접하고 있는 중국의 신장 지역은 터키계 민족인 위구르인들이 살고 있으며, 이들은 중국으로부터 독립을 쟁취하고자 하는 시도를 계속하고 있다. 그동안 아프가니스탄이 거의 무정부 상태와 다름없었기 때문에 위구르 분리주의 단체들이 파고들 수 있었다. 따라서 중국 정부는 새로운 탈레반 정권이 아프가니스탄의 무정부 상태를 해결하기를 바라며, 무엇보다 미군이 철수했기 때문에 지금의 사태를 적극적으로 환영하고 있다.

이란 또한 미국과 40년 동안 갈등 관계에 있는 나라다. 1979년 호메이니의 이슬람 혁명 이후 이란이 반미 국가로 바뀌자 미국은 지속적으로 이란에 경제적 압박과 제재를 가하고 있다. 아프가니스탄은 이처럼 미국과 중국, 러시아, 이란 등 강대국 사이의 세력 충돌이 첨예하게 벌어지는 분쟁선에 위치한 것이다.

앞으로 탈레반 정부가 내적 분열을 극복하고 다른 이슬람 무장 세력들을 지배한다면, 정치적으로는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와 같은 전통적 이슬람 사회의 길을 선택할 것이 확실하다. 아프가니스탄은 희토류와 같은 광물 자원이 풍부하지만, 석유와 가스 같은 에너지 매장 지역은 아니기에 주변의 어떤 나라도 적극적으로 개입할 이유가 없다. 다만 미국과 중국의 갈등, 파키스탄과 인도의 갈등, 그리고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갈등 틈바구니에서 이리저리 치이고 이용당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탈레반의 이슬람은 가장 보수적이고 폐쇄적이며, 여성을 억압하고 있다. 1979년 소련 침공에서부터 2021년 미군 철수에 이르기까지, 지난 40년 동안 세계 강대국들의 이익을 위한 싸움의 대리 전쟁터였던 아프가니스탄은 사망과 죽음, 그리고 가난과 아픔으로 얼룩진 ‘버려진 땅’이 되어버렸다.

남겨진 그리스도인들
미군마저 떠나고 이제 아프가니스탄은 탈레반의 수중에 넘어갔다. 그러나 하나님은 아프가니스탄을 그대로 두지 않을 것이다. 실제로 지난 20년 동안 하나님은 아프가니스탄을 위해 기도하고 헌신하는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을 세계 곳곳에 두셨다. 탈레반이 게릴라전을 펼치고 각 도시와 지방이 무장 군벌에 의해 통제되어 있었음에도 많은 이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아프가니스탄에 들어갔다. 그들은 인도주의 구호 및 재건팀으로, 스포츠와 비즈니스 전문인으로, 복음의 빛을 밝히며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을 섬겼다.

미국 국적의 A 한인 선교사 부부는 아프가니스탄에서 6개의 의료 클리닉을 오픈해 병든 이웃을 돕고, 대학교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며, 학생들을 가정으로 초대해 지하교회를 개척했다. 40여 명이 넘는 현지인들이 교회로 모였고 탈레반이 카불을 점령한다는 소식이 임박했던 올 7월까지도 45명의 새신자가 세례를 받았다. 선교사들은 현지 그리스도인들과 함께 탈출하기 위해 가까스로 카불공항에 도착했지만, 현지인들의 출입은 거부되었다. 그들은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며 떠나지 않겠다는 선교사들을 향해 자신들은 괜찮다고 오히려 위로를 전했다. 그 후에 현지인 리더로부터 지하교회 성도들이 스스로 모여 예배하고 기도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지금이 지나고 또다시 우리는 아프가니스탄을 잊을지 모른다. 탈레반에 대한 소문과 끔찍한 이야기로 가끔은 언론에 나올 수도 있다. 그렇지만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 아프가니스탄에 남겨진 그리스도인들이 있다는 것을. 탈레반을 피해 산으로 동굴로 숨어 들어간 아프가니스탄 그리스도인들이 그 땅에 남겨져 있다는 것을 우리는 잊지 말고 기도해야 한다. 십자가에서 죄와 사망의 권세를 깨뜨리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이 최종에는 아프가니스탄에서도 승리할 것이다.
 

서동찬 교수/한반도국제대학원대학교

서울대학교 정치학과
Kazan State University 국제정치학 Ph.D
백석대학교신학대학원 M.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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