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세기 15: 5~6> 그를 이끌고 밖으로 나가 이르시되 하늘을 우러러 뭇별을 셀 수 있나 보라 또 그에게 이르시되 네 자손이 이와 같으리라 아브람이 여호와를 믿으니 여호와께서 이를 그의 의로 여기시고
지난주에 이어 3번째 선물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찬송가 163장 4절 가사와 요한복음 20장 29절이라는 두 가지 선물로 ‘눈으로 보지 않고도 믿는 자’에 대한 축복에 이어, 3번째 선물은 창세기 15장에서 발견되었다.
개역개정 성경이나 NIV, 또는 KJV 모두 15장은 ‘여호와께서 아브람과 언약을 맺으시다’ 라는 제목 하나로 되어 있다. 그 외는 다른 제목이 없다. 이 날도 나는 볼펜을 든 채 무심히 창세기를 읽고 있었다. 여러 차례 읽어서 스토리를 훤히 알고 있기에 나도 모르게 ‘무심히’ 읽게 된 듯 했다. 그런데. 15장 전체가 단 하루 사이에 벌어진 일임을 알게 되자 색다른 호기심이 생겼다. 아마 내가 작가라서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이제부터의 이야기는 신학자나 목회자가 아닌 일반 성도로서의 서술임을 생각해주고 읽어주시기를 부탁드린다.)
15장의 장면을 연극 무대로 표현하다면 크게 6장면으로 이루어졌다.
1막(1~4절) 아브람의 장막 안이다. 아브람은 혼자 있었고, 선잠이 들었는지, 후손 생각으로 깊은 고민에 잠겼는지 알 수 없다. 그러나 말씀으로 찾아오신 여호와께서 상속자 이야기를 하신 것을 보아서는 아브람은 아들 걱정을 했던 것 같다.
2막(5~9절) 여호와께서 장막 밖으로 이끌고 가서 그 유명한 별 이야기를 하신다. ‘별을 셀 수 있느냐?’ 아브람이 너무 황당해서 아무 말 못한 것 같다. 그러자 여호와께서 즉시 별 처럼 많은 후손과 땅에 대한 약속까지 해주신다. 아브람은 별도 못 세었지만 그 약속을 믿어서 그의 의로 인정받게 된다. 그런데 아브람의 믿음은 반쪽짜리였을까? 땅에 대한 증거를 보여 달라고 조른다. 여호와는 뭐라 타박하지 않으시고 양, 염소, 비둘기 등 짐승 등을 준비하라고 하신다.
3막(10~11절) 아브람은 정신없이 바쁘다. 아내도, 하인도 없이 혼자 ‘그 모든 것’을 준비하고, 번제를 드릴 때처럼 반으로 쪼갠다. 이미 아브람의 온 몸과 얼굴, 두 발은 피범벅이 되었다. 비둘기들은 날아가지 못하게 꽁꽁 묵었다. 노구의 나이에 얼마나 힘들었을까? 식구들이나 하인들이 도와준다고 해도 근처도 못 오게 하고 혼자 했을까? 게다가 피냄새를 맡은 솔개들이 덮쳐 내리는 것을 훠이훠이 쫓아내느라 아브람은 이미 지칠대로 지쳤다.
4막(12절) 그러는 사이에 해가 기울고 있었다. 쪼개 놓은 짐승들의 피에서 아직도 더운 기운이 나고 피 냄새가 비릿하다. 비둘기들은 도망가는 걸 포기했는지 병든 닭들처럼 졸고 있다. 아브람도 더 이상 움직일 힘이 없어 한 쪽에 쓰려져 누워버렸다. 그리고 ‘깊은 잠’이 들었다. 그때 갑자기 한밤중도 아닌데 흑암이 온 땅을 덮었다. 하늘에는 별도 보이지 않았다. 그 바람에 이상한 두려움이 아브람의 잠을 흔들었다. 그런데 이것이 실제 어두움이었는지, 아브람의 무의식에 임한 공포였는지 알 수 없다.
5막(13~16절) 여호와께서 아브람에게 아브람 개인과 자손의 역사에 대해 말씀해 주신다.
대단원(17~21절) ‘해가 져서 어두울 때에’ 여호와의 횃불언약이 이루어지고, 다시한번 후손을 위한 땅의 약속을 말씀하신다.
나는 ‘대단원’의 17절의 첫 문장 ‘해가 져서 어두울 때에’에 두 눈을 크게 떴다. 그렇다면 여호와가 아브람을 장막에서 데리고 나가서 ‘별을 세어 봐라’ 라고 하신 ‘2막’의 시간은 아무리 늦게 잡아도 정오의 전후반 대가 아니었을까? 우리의 정오도 밝지만 감히 중동의 정오와 비교하랴! 별을 세기는커녕 태양이 이글거리는 하늘을 바로 쳐다보기도 힘들다. 그런데 별을 세라고? 아! 아브람은 밤하늘의 별을 본 것이 아니다. 별 하나 보이지 않고 태양이 이글거리는 하늘을 보는 순간, 눈이 멀 것 같아 얼른 고개를 숙이거나 두 손으로 햇빛을 가렸을 것이다. 아브람은 아예 별은커녕 하늘 한번 제대로 올려다보지 못한 채 여호와의 말씀을 믿은 것이다.
이 장면이 바로 내가 ‘보지 않고도 믿는 자에 대한 증거’가 된 3번째 선물이었다. 여든 넘은 노인 아브람이지만 여호와 하나님의 눈에 얼마나 사랑스러우셨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