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아름답고 친절한 그녀이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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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아름답고 친절한 그녀이었지만
  • 노경실 작가
  • 승인 2018.11.20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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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경실 작가의 영성 노트 “하나님, 오늘은 이겼습니다!”

이사야11:3> 그가 여호와를 경외함으로 즐거움을 삼을 것이며 그의 눈에 보이는 대로 심판하지 아니하며 그의 귀에 들리는 대로 판단하지 아니하며

지난 주, 가슴 아픈 일이 있었다. 수능 시험을 앞둔 아들과 대학생인 딸, 그리고 다정한 남편을 남겨 둔 채 갓 쉰을 넘긴 A가 숨을 거둔 것이다. 암수술을 한 지 딱 열 달 만에 일어난 비극이었다. 

A와 나는 일 때문에 4년 전에 만났는데, 그녀는 나에게 친동생처럼 많은 사랑과 친절을 베풀어 준 외모까지 아름다운 사람이었다. 하나님을 믿지 않는 그녀에게 나는 종종 복음을 전했었다. 그러나 그녀는 예쁜 얼굴에 활짝 웃음을 지으며 ‘그냥 재미있게 살래요. 죄 안 짓고 착하게 살면 되지 않을까요?’라며 말하곤 했다. 그러면 나는 더 이상 말을 이어가지 못했다. 그녀는 일터는 물론 관계된 분야에서 소문난 사람이었기 때문이었다. ‘친절하고 착하며, 마음 넓고  유머가 넘치며, 사람들에게 잘 베푸는 멋진 여성’으로.

그래서 나는 ‘이렇게 좋은 사람인데 언젠가는 예수님을 믿겠지. 서두르지 말자’ 라며 적극적이지 않았다. 암수술 뒤에도 우리는 일 때문에 자주 만나고 식사도 했다. 그러나 이때에도 나는 머뭇거렸다. ‘스트레스를 주지 말자. 암 수술을 하고 나면 보통 1~3년 동안이 고비라는데...’ 라며 지극히 인간적인 생각으로 복음전파를 유보한 것이다.   

그런데 10월 어느 날, 갑자기 몸이 아프다며 병가를 낸 그녀. 나는 조심스런 마음으로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회복을 위해 날마다 기도합니다. 나와 함께 기도하고 싶은 마음이 들면 언제든 연락주세요…’ 그러나 답장이 오지 않았고, 급작스레 그녀의 이름 석 자 뒤에 ‘본인상’이라는 설명이 붙은 메시지를 받은 것이다.  

나는 그녀의 지인에게 전화를 했다. 혹시 숨지기 전이라도 예수님을 영접했는가? 그러나 끝내 거절했다는 답을 들었다. 순간, 나의 온몸이 떨렸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두려움에 휩싸였다. 복음을 적극적으로 전하지 못한 죄책감, 그리고 무슨 이유인지 모르나 결코 예수님을 받아들이지 않은 그녀의 마음에 대해서.

나는 회개하고, 회개했다. 그리고 하나님께 약속했다. ‘이 순간부터 사람 눈치 안 보고, 사람 눈으로 판단하지 않고 전도하겠습니다. 사람 기분 맞추느라 하나님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어리석은 짓을 하지 않겠습니다. 사람의 외모를 보고 복음 전하는 것을 미루거나 머뭇거리는 악함을 저지르지 않겠습니다. 사람의 선함과 아름다움에 눈멀어 영혼의 문제를 구별 못 하는 잘못을 하지 않겠습니다. 관계를 생각하고, 상대의 기분을 위하느라 말씀 전하는 것을 주저하는 야비한 짓을 반복하지 않겠습니다…’

‘언젠가는 믿겠지.’ 이렇게 생각하며 전도하지 않는 것. 미루는 것, 그리고 주저하는 것.

이것은 영적 게으름이자, 악한 자기합리화이며 어리석기 그지없는 판단이다. 

이것을 나는 A가 죽고 나서야 깨달았다. 지금 한 줌의 재가 된 그녀의 영정 앞에서 아무리 복음을 외쳐도 A는 얼굴을 찡그리거나 웃지 않는다. 작은 유리 상자 같은 곳에 들어 있는 그녀의 사진을 보고 한 양동이의 눈물을 흘리며 예수님 십자가 소식을 전해도 그녀는 귀를 막거나 아니면 귀를 모으지 않는다. 다윗의 말처럼 무덤에 내려가는 자는 하나님을 찬양할 수도, 원망하며 저주할 수도 없다. 예수님 없는 죽음이 할 수 있는 것은 심판대 앞에 서는 것 뿐이다. 그가 아무리 선하고, 고귀하고 희생적인 인생이었다 해도. 그런데도 우리는 끝없이 인간의 기분과 상태와 관계가 힘들어질 것을 염려하여 입을 다문다.

‘언젠가는 전도할 기회가 오겠지.’ 이렇게 말하는 것은 영적 마비상태이자, 근거없는 믿음이며, 마귀와의 추악한 거래이다. 이렇게 머뭇거리는 것은 사람에게 ‘무슨 권한’이 있는 것으로 착각하여, 사람에게 아부하며, 하나님보다 사람을 더 두려워하는 간악한 짓이다. 

착하고 너그러우며, 사랑이 많고 화내지 않고, 친절하며 상냥하고, 게다가 능력이 많은데도 교만하지 않고, 부자인데도 거만하지 않으며, 출중한 외모이지만 겸손하고, 늘 헌신적이고 언제나 궂은 일을 앞장서서 하고, 불평불만 하지 않고 남의 험담을 하지 않는 완벽해 보이는 인간이라도… 마지막 순간까지 복음을 거절할 수 있다. 그것이 인간의 가장 무서운 악함이고, 사람의 극단의 어리석음이다. 그래도 우리는 마지막 순간까지 복음을 전해야 한다.   

판단과 심판과 기회는 하나님께 맡긴 채, 우리는 우리가 할 일을 해야 한다. 결코 사람의 겉모습을 보고 머뭇거리지 말자. 어느 사람이 여러모로 뛰어나다는 것은 그만큼 복음이 강력하게 필요하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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