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행전 2:6-7> 이 소리가 나매 큰 무리가 모여 각각 자기의 방언으로 제자들이 말하는 것을 듣고 소동하여 다 놀라 신기하게 여겨 이르되 보라 이 말하는 사람들이 다 갈릴리 사람이 아니냐.
“우리나라는 동방예의지국” 초중고를 다닐 때, 세뇌당하듯 들어온 말이다. 그런데 예의란 무엇인가? 성경적으로 말하자면 ‘내가 대접받고 싶은 대로 남을 대접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이제 그런 말은 전설이 된 듯하다.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긴다, 또는 참고 가만있으면 바보 취급받는다 등등의 처세법(?)에 사람들의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다. 이뿐인가.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마다 늘 소동이 벌어진다. 대체로 모인 사람들의 권리주장이나 억울함을 호소기 때문이다. 지난 달 퀴어행사 때에 반대집회를 하고 온 후배들은 ‘한 마디로 난리와 소동 그 자체’였다고 전했다. 최근에 열린 여성들의 모임 때에도 큰소동이 벌어진 것이다. 제주도는 지금 난민 문제로 소동이 끊이지 않고 있다.
사람들은 어느 상황에 처했을 때에 소리를 지르고 난리와 소동이라고 할 만큼 모여드는 걸까. 대부분 내 주장을 알리기 위해, 나의 억울함을 호소하기 위해 또는 잘못된 정보를 가진 사람들에게 올바른 소식을 전하기 위해, 그리고 위급하고 위험한 일을 알리기 위해서다. 그러나 단지 이런 이유 때문에 소동이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부딪히기 때문에 난리와 소동이 벌어지는 것이다. 동성애 찬성은 동성애 반대와, 각 단체와 집단의 권리 주장은 그 반대편의 이익과, 노인은 젊은이들과 한 나라의 국민들은 살려달라고 몰려오는 이방인들과!
요즘 다시 사도행전을 읽고 있는데, 재미있는(?) 사실을 깨달았다. 사도행전이야말로 난리와 소동의 기록이다. 바울이 가는 곳마다 소동이 벌어진다. 새로운 뉴스(복음)가 기존의 생각들과 율법, 관습과 전례들과 충돌하기 때문이다.
사실 유대인들에게 사도바울이 전하는 새소식은 지금 우리들이 겪고 있는 소동의 이슈들과는 비교도 안될만큼 충격이 큰 것이다. 나라, 집단, 지역, 성별, 권력과 물질의 분배 등등의 문제를 넘어서 절대자 하나님과 관련된 문제이니, 유대인들은 말 그대로 사생결단할 수 밖에 없다. 오죽하면 바울을 죽이기 전에는 먹지도 잠을 자지도 않겠다고 하는가.
그래서 사도바울이 머물고, 설교하는 곳마다 사람들이 몰려든다. 소리지른다. 옷을 잡고 찢는다. 채찍을 휘두르고 살인을 모의한다. 소동, 난리, 놀람, 웅성거림, 소리지름, 몰려듦, 뛰어가다, 황당하여, 당황해서 등등의 단어들이 쉼 없이 등장한다. 그래서 사도행전은 충돌과 뒤집힘의 행전이요, 소동과 난리의 기록이며, 황당함과 당황의 다큐멘터리이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새소식, 좋은 뉴스, 생명의 전언을 알리다보니 일어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어떠한가? ‘좋은 게 좋은 것, 괜히 잘 살고 있는 다른 사람들 건드리면 나만 골치 아픈 일 생기는 법, 하나님이 택하신 사람이라면 언젠가 예수님을 믿겠지, 좋은 사이인데 전도했다가 관계만 나빠지고 게다가 내가 손해 볼 일이 생길 수도 있어, 나중에 내가 더 잘 살고 더 잘 되면 그 때에 해도 괜찮아, 중보기도만 잘 하고 있으면 하나님께서 때가 되면 알아서 회심시키실 거야, 그리고... ... 나도 지금 제대로 신앙생활 못 하고 있는데 주제넘게 누굴 전도해? 무슨 동성에 반대를 해?’ 하면서 변질된 평화, 고요, 잠잠함을 누리는 것은 아닌지?
그러나 주님은 단호하게 말씀하셨다. 분명코 우리를 구원하시려고 이 세상에 오신 예수님은 무서울 정도로 확실하게 말씀하셨다. “장차 형제가 형제를, 아버지가 자식을 죽는 데에 내주며 자식들이 부모를 대적하여 죽게 하리라. 또 너희가 내 이름으로 말미암아 모든 사람에게 미움을 받을 것이나 끝까지 견디는 자는 구원을 얻으리라(마태복음10:21-22)”
그런데 어찌 소동과 난리가 일어나지 않겠는가? 물론 사도바울의 시대와는 너무도 다른 사회와 문화 환경 탓에 그 소동의 양상은 다르다. 이제라도 우리는 정신 차리고 사람들의 영혼에 소동을 일으키고, 놀라게 하는 자가 되어야 한다.
“와! 하나님 믿는 사람은 역시 다르네! 도대체 하나님이 뭔데 그래?”
“역시... 교회 다니는 사람들은 우리랑 뭔가 다르긴 달라! 교회가 다 썩은 건 아닌가 봐!”
“아니, 저 인간이 예수 믿더니 완전 딴 사람이 됐네! 우리 아들도 예수좀 믿었으면 좋겠네!”
함께 기도
하나님, 몇 십년을 교회 다녀도 가족과 주변 사람들에게 신앙의 놀람과 소동 한번 못 일으켰습니다. 나보고 놀라는 사람도, 당황해서 눈 크게 뜨는 자도 없습니다. 저 좀 고쳐주소서.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