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복 목사<할렐루야교회>
주일 오후 사역이 다 끝나 집에 가려는 참에 지휘자 집사가 내 사무실에 찾아왔다. 그 집사도 오랜만에 들렀다. 잠시 대화하던 중 해외 대학원에 유학 가 있는 딸에게서 온 이메일은 읽고 감격하여 필자에게 조금 말해 주었다. 그 딸의 편지 내용을 듣고 필자도 가슴이 찡했다. 그 딸의 이메일을 읽고 싶다고 말했고 다음 날 그 이메일이 필자에게 도착했다. 왜 그 아빠가 감동했는지 금방 알 수 있었다.
“아빠 저예요. 편지를 어제 보냈어야 했는데 너무 피곤해서 주야로 17시간을 잤습니다. 저는 유학생 수련회에서 너무나 많은 은혜를 받고 왔어요. 정말 안 갔으면 일생 후회를 했을 것 같아요. 제가 궁금해 하던 게 다 해결 되서 너무 감사해요. 특히 비전에 관한 부분은 몇 년 동안 고민하고 기도했었는데 드디어 비전을 받았습니다.
기쁘지 않습니까? 근데 그 비전이라는 게 제가 상상했던 것에 비하면 대단한 게 아니라는 것에 더 놀랐습니다. 제가 하나님께 받은 비전이 뭐냐면요, 유학생으로서, 하나님의 자녀로서 하루하루 주어진 일상생활에 최선을 다해 사는 것입니다. 그것이 하나님께 지금으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의 영광을 돌리는 것이고요.”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오늘의 삶을 충실하게 사는 것이 그 딸의 비전이 되었다. 오늘의 성공 없이 내일의 성공은 없다. 예수께서도 “죽도록 충성하라 작은 일에 충성하는 자에게 큰일을 맡기리라”고 말씀하셨다. 큰 성취는 작은 충성의 열매이다. 작은 일에서 검증된 사람이 큰일을 맡는다.
고민이 많은 친구들과의 대화에 너무 바빠서 낙제한 대학생을 필자는 만난 적이 있다. 자신의 책임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으면서 남을 돕는 것은 효과가 없다. 사도 바울도 “네 가정을 제대로 돌보지 못하면서 하나님의 교회를 돌보겠다고?”라고 하며 장로가 되겠다는 사람들을 책망한 적이 있다.
“또 늘 궁금해 하던 게 해결됐어요. 뭐냐면요, 우리가 하나님께 기도할 때 하나님 이것 입니까, 저 것 입니까? 묻는 거요. 하나님이 확실한 대답을 주셨는데 나중에 정반대의 상황이 돌아오거나 답을 안 해주시거나 이런 거에 대한 물음말이에요. 하나님이 대답을 주시고 안 주시고가 중요한 게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어요. 하나님은 우리가 어떻게 생각하고 뭘 할 것인지, 어떤 길을 선택할 것인지 이미 다 아시잖아요? 그런데도 왜 우리가 기도해야 하는가? 바로 주님과 교제하기 위해서라는 거여요.
하나님은 우리가 하는 일에 대한 관심 보다는 우리 자신에게 관심이 더 있으시거든요. 우리 생활이나 영적 생활에 문제가 있다면 항상 베이식으로 가야한데요. 예배, 말씀, 기도, 이 세 가지 말이에요. 그리고 전 이번에 하나님은 끊임없이 저를 사랑하시는 걸 깨달았어요. 내가 물어보는 것에 이거다고 답을 주시는 것이 아니라, 내가 너를 사랑한다고 하시니까요. 아빠, 전요 너무나 기뻐요. 하나님이 절 사랑하시는 거랑. 또 제가 그토록 바라던 구체적인 비전을 주셨으니까. 이제 쓰러져도 일어날 힘을 주실 거라는 확신이 생겼거든요.”
하나님의 사랑을 아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이런 편지를 읽고 눈시울을 붉히지 않을 아빠가 어디 있으랴. 나는 그 아빠의 감격을 넉넉히 이해할 수 있었다. 이제 그 딸은 성숙해 지고 있다. 하나님을 알아가는 딸은 아빠의 큰 기쁨이다. 이제는 하나님과 함께 인생을 살아갈 준비가 되어 가고 있다.
“우리가 훈련을 통해서 정금처럼 될 거니까 영원히 정금이 되어가고 있다가 맞는 소리겠죠. 암튼, 아빠, 저는 아빠가 하시는 일들, 학생을 가르치시는 일, 아니면 성가대 지휘, 아빠가 하시는 일을 통해 사람들이 아빠를 보는 게 아니라 하나님을 보게 됐으면 좋겠어요. 아빠의 능력이 하나님을 가리는 게 아니라 아빠를 통해서 하나님을 볼 수 있도록. 뭐, 아빠는 이미 다 아시는 얘기겠지만 그냥 나누고 싶어서. 아빠 파이팅이시고요.” 한 마디 설교도 잊지 않았다. 딸의 설교에 아빠의 감격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