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의 주인공은 예수 그리스도다. 구약도 예수 그리스도 중심, 신약도 예수 그리스도 중심이다. 구약은 오실 메시아(그리스도)를 말하고, 신약은 오신 메시아를 말한다. 구약은 예언과 예표를 통해서 그리스도를 그림자로 보여주고 신약은 예수 그리스도의 성육신과 삶과 죽음과 부활의 실체를 보여주고 그 구원적 의미를 제시한다.
구약본문을 설교할 때 그리스도의 어떤 면을 예언하거나 예표하는지 찾아내어야 한다. 가령, 구약에 나오는 악한 왕이나 악한 백성에 대해 설교할 때 예수 그리스도는 그런 인물이 아니라는 것, 예수 그리스도는 그런 인물이 그리스도를 닮도록 하시는 분이라고 설교하면 된다.
신약은 오신 그리스도를 말하기 때문에 그대로 설교하되 그래도 예수 그리스도의 구원의 은혜와 함께 삶의 모델(윤리)을 전해야 한다. 예수 그리스도를 닮자고 설교하면서 닮을 수 있는 능력과 은혜를 차단하면 신약을 설교해도 그리스도를 떠난 설교가 된다. 바른 삶을 제시할 때 반드시 바르게 살 수 있도록 해 주시는 은혜와 능력을 제시해야 한다.
도덕설교는 ‘바른 삶’만 강조하고 바르게 살 수 있는 은혜와 능력을 제시하지 않는 설교이다. 도덕설교를 들은 청중은 바르게 살지 않아서 고민하고, 바르게 살려고 노력해도 그래도 안 돼서 고민한다. 도덕설교는 평일에 바르게 살지 못해서 고민하는 주일 설교를 통해 청중으로 더욱 고민하게 한다. 도덕설교의 청중은 은혜에 대한 감격이 없다.
도덕설교는 바른 삶만 부각시키는 ‘황금률 기독교’가 된다. 도덕설교로 유발된 ‘황금률 기독교’는 그레샴 메이쳔(Gresham Machen)이 지적한 대로 프로테스탄트 자유주의와 별로 다르지 않다. 진정한 기독교는 승리의 서술로 시작하는데 자유주의는 명령 일색이다. 자유주의 설교를 들은 청중은 친절과 사랑과 용서를 하는 남편과 아내가 될 수 있지만, 그리스도 중심의 신학적 토대가 약하다. 자유주의 설교에 익숙한 청중은 두세 세대가 지나면서 정통과 이단, 심지어 기독교와 타종교의 차이도 모르게 된다.
이렇게 하는 사이에 마이컬 호톤(Michael Horton)이 말한 대로 “자유주의 교회와 보수주의 교회의 많은 설교의 목표가 성경 본문에서 하나님의 구원 행위를 선포하는 대신에 좋은 사람들을 조금 더 좋도록 만드는 것이 되고 만다.”
설교자가 본문을 문법적 통사적으로 분석하고 역사적 맥락을 설명한 후 청중에게 본문에서 추론한 원리들을 적용하도록 권면하는 설교가 있다. 월터 카이저(Walter C. Kaiser)는 이런 설교를 “원리화”(“principalization”)라고 불렀다. 카이저는 이것을 “무시간적 진리로 된 저자의 명제, 논증, 해설, 예증 등을 찾아 그런 진리를 교회와 개인의 현대적 필요에 적용하는 데 특별한 초점을 두는 것”으로 보았다. 카이저는 이것은 성경의 연대기적 데이터를 무시하고 성경을 거꾸로 읽는 것, 즉 ‘읽어 넣음’(eisegesis)이라고 비판했다.
설교자가 본문이 그리스도에게서 성취되는 것을 살피지 않고 바로 적용으로 가면, 도덕적 설교를 한다. 도덕적 설교는 에드먼드 클라우니(Edmund Clowney)가 말한 대로 성자를 통하지 않고 바로 성부에게로 갈 수 있다는 것을 무의식적으로 전제하는 것이다.
그리스도 중심의 설교가 아니라 도덕적 설교를 할 때 양심이 화인(火印) 맞은 청중은 ‘나는 의롭다’(자기-의(義))는 태도를 형성하게 된다. 반면에 양심이 부드러운 청중은 자신들이 계속 하나님의 기준에 이르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절망할 수 있다. 도덕적 설교는 결국 기독교적 설교 같으나 기독교에 미치지 못하는(sub-Christian) 설교로서 심한 경우 반기독교와 사탄적 속임수에 빠질 수도 있다.
그리스도 중심의 설교를 하지 않을 때에 이처럼 도덕적 설교의 위험에 빠질 수 있다. 반대로 구속사적 그리스도 중심의 설교를 한다고 하면서 윤리적 도전을 약화시키는 위험에 빠질 수도 있다. 설교에서 회개가 약화된 이유는 ‘잘라먹은 복음’(truncated gospel), 즉 칭의(稱義) 위주의 복음을 전하는 경향에도 있지만 설교 시간마다 구원의 역사를 늘어놓는 구속사적 경향에도 있다.
설교할 때마다 그리스도를 닮자고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렇게 호소할 때 그리스도를 닮을 수 있도록 해 주는 은혜와 능력을 동시에 제시해야 한다. 예수 그리스도는 “나를 따르라!”고 하심으로 그리스도처럼 살도록 하실 뿐 아니라, 그리스도처럼 살 수 있는 은혜와 능력을 제공해 주신다. 윤리와 동시에 은혜를 제공해서 도덕설교의 위험에 빠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대구동신교회 원로목사
백석대학교 석좌교수
권성수 목사와 함께 찾는 ‘한국교회 회복과 부흥의 길’ (42) 도덕설교의 위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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