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를 보면 사회를 직관적으로 볼 수 있다. 통계는 우리 사회 전반의 흐름을 파악하고 방향을 제시하는 훌륭한 표지판이 된다. 올해는 격동의 한해라는 표현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굵직한 변화와 사건이 많았다. 8개의 숫자를 통해 2024년 돌아보고 변화하는 세상에 발맞춘 한국교회의 전략 수립이 요청된다.
1.54°C : 마지노선을 넘은 지구 평균 온도
지구는 빠르게 뜨거워지고 있다. 세계기상기구(WMO)는 ‘WMO 전 지구 기후 현황 보고서’에서 올해 지구 평균 온도가 산업혁명 이전 대비 1.54°C 상승한 14.6°C가 될 것이라 발표했다. 이로써 ‘역사상 가장 뜨거운 해’는 다시 한번 갱신됐다. 지난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약을 통해 전 세계 195개국이 저지를 위해 합의했던 마지노선 1.5도가 깨진 기록이기도 하다.
지구 온난화는 해수면 상승을 유발했다.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해수면은 연간 4.77mm 속도로 상승했다. 1993년에서 2002년 사이 상승한 속도에 두 배 이상인 수치다.
과학자들은 앞다투어 “앞으로 기후 예측은 불가능해질 것이고 기후 변화로 인한 인명 피해와 손실이 우려된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환경단체들은 지구 온난화의 주범으로 온실가스를 꼽으며 온실가스 배출 줄여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작년 기준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420ppm으로 1750년 대비 51%나 증가한 수치이며, 지금도 계속해서 상승하고 있다.
5.2% : 단일민족국가는 옛말
우리는 명실상부한 다문화사회에 살고 있다. OECD는 인구의 5% 이상이 이주 배경 인구면 다인종·다문화사회로 분류한다. 지난 4월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가 공개한 통계에 따르면 국내 체류 외국인이 268만9천317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국내 총인구의 5.2%에 달하는 수치이며 우리가 이미 다문화사회에 진입했다는 의미다.
정부는 지난 2023년 12월 이미 ‘국민과 이민자가 함께 도약하는 미래지향적 글로벌 선도국가’를 비전으로 제4차 외국인 정책 기본계획(2023~2027)을 수립했다. 정부는 물론이고 지방자치단체나 기업들은 다문화사회를 맞이해 외국인 근로자나 다문화가정을 지원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이런 흐름에서 한국세계선교협의회(KWMA)는 ‘이주민 선교사 훈련학교’를 개최하고 있으며, 기아대책에서는 ‘이주민 선교포럼’을 여는 등 다문화사회에서 한국교회의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1,000만 : 늙어가는 대한민국
국내 65세 이상 주민등록인구가 1,000만명을 넘어섰다. 내년이면 인구의 20% 이상이 65세 이상인 초고령 사회 진입이 확실시되고 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7월 10일 기준 65세 이상 주민등록인구가 1천만62명으로 전체 주민등록인구의 19.51%를 차지한다고 밝혔다.
저출산과 함께 불어온 고령화의 바람은 우리나라 인구 구조의 변화를 불러왔다. 이미 중위 연령은 46.1세에 이르렀다. 피라미드형이었던 인구 피라미드는 마름모꼴이 되었고 역피라미드형을 향해 가고 있다.
초고령 사회는 필연적으로 인구감소로 이어진다. 2012년 인구 5,000만을 돌파한 대한민국은 10년 만에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인구가 감소하는 국가로 지목됐다. 저출산과 고령화가 맞물리면서 30년 뒤인 2050년에는 우리나라 인구가 매해 1%씩 감소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목회데이터연구소가 ‘고령 교인의 신앙과 시니어 목회에 대한 조사 결과 및 대안’을 주제로 개최한 세미나에서 발제한 배재대 손의성 교수는 “한국교회는 ‘고령친화교회’로 거듭나 사회에 기여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51.3% : 결혼, 꼭 해야 하나요?
대한민국 30대의 절반에게 결혼이란 ‘나와는 동떨어진 먼 나라 이야기’다. 통계청 ‘인구주택총조사 확대 공표 주요 결과’에 따르면 30대 51.3%가 결혼을 한 번도 하지 않은 미혼자로 나타났다. 40대 미혼자 비율도 20년 전과 비교하면 크게 늘었다. 40대 남성의 23.6%, 여성의 11.9%가 미혼자인데 남성은 6.7배 여성은 5.7배 증가한 수치다.
결혼에 대한 인식도 크게 변화했다. 통계청의 ‘2024년 사회조사’에서 응답자의 52.5%는 ‘결혼해야 한다’고 응답했으며, ‘결혼해도 좋고 하지 않아도 좋다’가 41.5%, ‘하지 말아야 한다’가 3.3%였다.
기독교 내부에서도 결혼에 대한 부정적인 분위기는 이어졌다. 목회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미혼 기독교인들의 30%만이 ‘결혼해 가정을 이루는 것이 하나님의 섭리’라고 응답했으며, ‘결혼하지 않더라도 성경적으로 문제 될 게 없다’는 응답도 52%에 달했다.
405만 : 대졸 백수 역대 최다
상반기 통계청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문대를 포함한 대학교를 졸업한 고학력자 비경제활동인구가 405만명이라는 충격적인 소식이 들려왔다. 이는 1999년 통계 작성 이후 최고 수준이며 코로나19 시기보다도 더 증가한 수치다.
비경제활동인구란 만 15세 이상 인구 중 근로 능력이 없거나 일할 뜻이 없어 활동을 멈춘 이들을 지칭하며 구직 단념자도 이에 포함된다.
특히 우려되는 점은 인구감소에도 불구하고 유일하게 20대 비경제활동인구만 증가했다는 점이다. 이들이 구직을 포기한 이유는 무엇일까. 주된 이유는 ‘일자리 미스매치’다. 20대 이하에서는 구직 단념 사유를 ‘원하는 일자리를 찾기 어려워서’라 응답한 사람이 30.8%로 가장 많았다. ‘일자리가 없어서’라는 응답도 9.9%였다. 10명 중 4명은 자신에게 맞는 일자리를 찾지 못해 경제활동을 포기한 것이다.
74% : 마음이 병든 사람들
우리나라 국민의 74%가 최근 1년간 정신건강의 문제를 호소했다.
보건복지부 국립정신건강센터는 지난 5월 만 15~69세 3,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조사에서 우리 국민의 74%가 정신건강 문제를 경험한 것으로 밝혔다. 이는 2022년(64%) 대비 10%p 증가한 수치다.
응답자들이 가장 많이 경험한 문제로는 ‘스트레스’(46%)가 꼽혔으며 ‘수일간 지속되는 우울감’(40%), ‘원인을 알 수 없는 신체 불편감’(38%), ‘수일간 지속되는 불안’(34%), ‘수일간 지속되는 불면’(32%) 등이 뒤를 이었다.
게다가 정신건강 문제를 겪는 이들 중 관련 상담과 치료를 받은 사람은 겨우 27%에 그쳤다. 치료나 상담을 꺼리는 이유로는 주변의 부정적 시선(27%)이 가장 컸다. 다음으로 ‘비용 부담’(21%), ‘상담·치료 기록으로 인한 불이익’(14%) 순으로 나타났다.
35.6점 : 회복 중인 한국교회 호감도
한국리서치가 지난 18일 발표한 ‘2024 종교인식조사: 주요 종교 호감도와 종교의 영향력’에서 올해 한국교회 호감도는 35.6점로 나타났다.
감정표현 방식으로 측정한 호감도는 종교에 대해 뜨겁고 긍정적인 감정이라면 100점, 차갑고 부정적인 감정이라면 0점, 긍정도 부정도 아닌 경우에는 50점으로 평가했다.
주요 종교 중 불교는 51.3점을 획득했으며 천주교는 48.6점을 얻었다. 비록 기독교 호감도는 올해 3위에 그쳤지만, 작년에 비해 2.3점 상승했다. 기독교에 대한 이미지가 2022년 이후 개선되고 있는 분위기다. 천주교와 불교에 대한 호감도가 하락하는 가운데 개신교만이 유일하게 호감도가 상승했다. 또한 18~29세에서 기독교에 대한 호감도가 4점 이상 오른 점도 주목할 만하다.
다만 비기독교인이 기독교를 떠올리며 연상하는 단어에서는 부정적인 어휘가 많이 등장했다. 비기독교인은 기독교에서 ‘사이비’, ‘이기주의’, ‘보수’ 등 단어를 떠올렸다.
110만명 : 10.27 연합예배 및 큰기도회
지난 10월 27일 전국 각지에서 성도들이 모여 뜨거운 기도와 찬양으로 서울광장과 일대를 가득 채웠다.
종교개혁주일이기도 했던 이날은 동성애 옹호 및 동성애 합법화를 저지하기 위해 교단과 교파는 물론 남녀노소를 불문한 110만의 성도가 결집했다. 갓난아이를 유모차에 태워 온 가정, 청년, 청소년 등이 모였다. 멀리 해외에서부터 날아온 성도까지 있을 정도였다. 여건이 되지 않는 성도들은 온라인을 통해서라도 참여했다.
성도들은 포괄적 차별금지법 반대를 외치며, 성경적 가정 질서를 수호하고 다시 대한민국이 거룩한 하나님의 나라가 되길 바라는 마음을 가지고 간절히 하나님께 부르짖었다.
특히 괄목할 만한 성과는 정치색이 철저히 배제되었다는 것이다. 또한 기도회에 참석한 이들은 시종일관 질서정연한 모습을 유지했으며, 집회 후 길거리를 치우는 모습을 보이며 그리스도인의 품격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