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는 늙는 것을 수용하기 어려운 시대다. 나이든 사람에게 젊어보인다는 말을 해주는 것은 칭찬이며, 아직 늙지 않은 나이인데도 더욱 젊어지고 싶어한다. 그러한 중에, 나이들어가는 것에 대해 싫어하고, 노인에 대해서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는 경우도 많으며, 나이가 들어가는 자신조차도 노년을 싫어한다.
늙는 것은 죽음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인간은 죽음을 인정하고 싶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하다 보니, ‘노인’이라는 호칭보다 ‘어르신’이라는 호칭을 선호하기도 하고, 65세부터 노인으로 인정받으며 국가의 혜택을 받는다 하여도 마음은 아직도 자신을 노인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워하기도 한다. 필자 또한 부모님이 80세가 되는 어느 순간부터 ‘이제 노인이시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노년 심리학자인 리차드는 노년기의 삶을 다섯 가지로 분류하였다. 즉 성숙형, 은둔형, 무장형, 분노형, 자학형이다. 성숙형 노인들은 생활 만족도가 가장 높은 집단이다. 사회봉사활동, 취미, 친목활동, 종교생활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며 만족감을 느낀다. 은거형은 직업으로부터 은퇴한 후에 사회적 활동을 현저하게 축소하고 자기 자신의 내면적 삶에 몰두하며, 취미생활, 전원생활, 종교생활 등에서 개인적인 생활에 만족을 느낀다.
이들은 사회적 역할을 서서히 축소시키면서 개인적 생활을 향유함으로써 생활 만족도가 높은 집단이다. 무장형은 자신이 노인이 되어서 무가치한 존재가 되지 않기 위해 계속 성취 지향적인 삶을 지속하며, 정년퇴직 이후에도 활발한 사회적 활동을 지속해나가는데, 이들은 늙음에 대한 두려움이 내면에 있으며, 청년기의 신체적 활력을 유지하기 위해 지나친 노력을 하기도 한다. 자신의 과거의 삶을 수용하지 못하고 늙음을 부인하기 위한 삶의 노력이 과도하게 생기게 된다.
분노형은 자신의 인생에 대해 실패감을 경험하며 환경을 탓하게 되는 유형이다. 삶의 실패감이 들 때 이를 다른 사람과 환경 탓을 하게 되고, 원망하며, 자주 화를 내고 공격적이 되어 주변 사람들과 갈등을 겪는다. 자학형은 자신이 인생의 실패자라고 여기며, 후회와 자책감을 가지며 우울한 노년기를 맞는다. 이러한 사람은 노년기 우울증과 같은 정신건강 문제를 지닐 수 있으며, 자살을 시도하는 경우도 있다.
또한 사회가 은퇴한 노인을 무능하고 낡은 사고방식을 지닌 구시대적 인물로 간주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노인들은 사회에 필요한 훌륭한 기술과 능력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지혜로운 판단력을 지닌 사람들이 많다. 초고령화 시대에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요구되는 노인에 대한 인식은 많은 부분 개선의 필요가 있다.
정신의학자 칼 융은 말하기를, “나이 든 사람에게는 자기를 진지하게 관찰하는 데 전념하는 것이 의무이자 필요이다. 죽음이 다만 과정이며 미지의 크고 긴 삶의 과정의 일부라고 생각할 수 있다면 정신과 의사의 관점에서 그것은 좋을 것”(『융기본저작집 9권』)이라고 하면서 노년의 삶에서 죽음은 또 다른 삶의 목적이며, 오히려 더 활력 있게 살아가게 되는 것에 대해 말하고 있다.
무엇인가를 성취하며 살아가는 젊은이 시기를 지나서 인생의 하강을 준비하며 또 다른 삶의 종착점인 죽음을 맞이하기까지 사람들은 자신의 화려한 꽃피웠던 시절만을 바라볼 수는 없을 것이며, 그때만을 기억하며 현재의 삶을 낭비하면 안 된다. 노년의 삶에서 더욱 필요한 것은 자신의 과거를 돌아보고, 현재의 삶의 한계를 받아들이며, 남아있는 미래의 유한한 생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생의 정리를 하며, 자신의 내면을 돌아보고 죽음 이후의 삶인 미래를 기다리며 남은 인생 여정을 의미 있게 사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다른 가족과 지역, 사회는 존중과 존경의 예를 표하며 한 구성원으로서 배제하지 않고 함께 더불어 살아가며 서로를 보충할 수 있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