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쿠버 다이버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바다의 표면은 파도가 심하지만, 아래 깊은 곳은 그렇게 고요할 수가 없다고 한다. 사람의 내면도 그런 것 같다. 타고난 성격이나 가치관은 별 변화가 없다. 바닷속 깊은 곳처럼. 그러니 생각(인식)이나 감정은 수시로 바뀐다. 바다 표면의 파도처럼. 사람의 행동은 가치관, 성격, 그리고 생각(인식), 감정의 합의로 결정이 되지만 특히 감정이 행동을 결정하는 수가 많다. “좋은 걸 어떡해”라는 노래 가사처럼 우리는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기준보다는 호감이나 비호감으로 행동을 결정하는 수가 많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감정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는 것도, 지나치게 많이 받는 것도 다 문제가 된다. 어느 정도가 적절한지는 아무도 모른다. 지나치게 감정에 둔감하면 “피도 눈물도 없다”고 하고, 지나치게 감정에 민감하면 “감정적”이라고 하니까.
‘감정’과 ‘감성’은 뜻이 다르다. 환경의 자극에 대하여 느낌이 일어나는 능력, 느낌을 받아들이는 성질이 ‘감수성(感受性)’ 또는 ‘감성(感性)’이다. 느껴서 일어나는 슬픔, 기쁨, 좋음, 싫음 따위의 마음이나 심리 상태가 ‘감정(感情)’이다. 감성(감수성)은 감정을 느끼는 일종의 센서라고 할 수 있다.
동양에서는 사람의 감정을 희(喜), 노(怒), 애(哀), 락(樂), 애(愛), 오(惡)로 구분하였다. 히포크라테스는 사람의 감정을 다혈질, 담즙질, 우울질, 점액질로 구분하였다. 폴 에크만은 인간의 기본감정을 두려움, 혐오, 슬픔, 놀람, 행복, 분노 등 6가지로 나눈다. 플루치크는 공포(fear), 분노(anger), 기쁨(joy), 슬픔(sadness), 수용(acceptance), 혐오(disgust), 기대(expectancy), 놀람(surprise) 등 8개의 감정 바퀴로 인간의 기본 감정들을 나눈다. 그는 8가지 기본 감정들이 서로 혼합되어 물감을 섞듯 새로운 감정을 계속 만들어낸다고 본다. 기쁨+수용=사랑, 수용+공포=복종, 공포+놀람=경외, 놀람+슬픔=실망, 실망+혐오=후회, 혐오+분노=경멸, 분노+기대=공격, 기대+기쁨=낙관. 따라서 사람의 감정은 색상표의 색처럼 다양하다. 똑같은 감정을 가진 사람은 없다.
지구의 80%가 물이라고 한다. 인체도 대부분이 수분이다. 어린이는 79%, 성인은 60%, 노인은 50~55%가 수분이다. 사람의 마음도 70%가 감정이라고 한다. 나이가 들수록 몸의 수분도 줄어들지만, 감정도 줄어든다. 감성(감수성)이 둔감해지면 다양한 감정을 느끼지 못한다. 백지에 감정 형용사를 적어보거나, 짧은 동영상을 본 후 느낀 감정을 적어보면 감성의 민감도를 측정해볼 수 있다. 감성(감수성)이 둔감해지거나 고장이 나면 상대방의 감정도 읽어내지 못한다. 공감 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내가 이렇게 하면 상대방이 어떻게 느낄지를 가늠하지 못한다. 그러니 즐거워하는 자들과 함께 즐거워하고 우는 자들과 함께 울지 못한다.(롬 12:15) 오히려 상대방을 슬프게, 분하게 만든다. 단식하는 사람들 옆에서 닭튀김을 배달시키고, 참사를 당한 유가족들을 조롱하고, 이성에게 성적 상처를 주고, 사회적 약자를 차별한다. 감성이 민감해야 다른 사람을 배려할 수 있다.
지금 나는 어떤 감정이 이끌고 있는가?
루소는 “이성이 인간을 만들어간다면, 감정은 인간을 이끌어 간다”고 했다. 인생을 행복하게 살아가려면 민감한 감성(감수성)을 지녀야 하고, 나아가 느낀 감정을 적절히 관리할 줄 알아야 한다. 흔히 “열 받는다”라고 하는데, 감정 상태에 따라 사람의 체온도 심장박동 수도 달라진다. 그런데 사람의 감정 상태는 똑같은 상황에서도 사람마다 다르다. 그리고 수시로 변한다. 그래서 “내 마음 나도 몰라”라는 가사가 나왔을 거다. 이 감정 상태가 자신은 물론이고, 다른 사람의 감정이나 행동에도 영향을 끼치니 감정의 관리 능력은 매우 중요하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범죄심리 분석결과에 따르면, “욱!”하는 감정을 억제하지 못해 사건을 저지르는 경우가 많다. 일상생활에서 순간적인 감정을 조절하지 못해 사고를 내고 후회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특히 습관적인 ‘격노’는 다른 사람들의 감정상태를 불안하게 할 뿐만 아니라, 일을 그르칠 수 있다. 그래서 성경은 분노를 조절하라고 가르친다. “노하기를 더디 하는 자는 용사보다 낫고 자기의 마음을 다스리는 자는 성을 빼앗는 자보다 나으니라”(잠 16:32)
만족, 불만족, 감사는 감성(감수성)과 감정의 상태다. 지금 나의 감수성은 정상인가? 지금 나의 행동은 긍정적인 감정이 이끄는가, 아니면 부정적 감정이 이끄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