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6회 기독교미술상에 ‘전명자 화백’ 수상
갤러리인사1010에서 작가 114명의 작품 전시
어린 나귀를 탄 채로 예루살렘에 입성하는 예수를 향해 올리브 나뭇가지를 들고 있는 군중이 ‘다윗의 자손께 호산나’ 찬양을 외친다. 군중의 탄성과 찬양은 온 대지를 초록과 푸른색의 오로라 빛으로 물들인다. 황홀한 오로라가 비추는 세상 속에서 악기를 연주하고 예수를 찬미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세상이 잃어버린 참된 기쁨의 의미를 조명한다. 전명자 화백은 그의 작품 ‘예루살렘 입성’을 통해 죽음과 죄의 사슬에서 벗어나 진정한 자유를 향해 나아가고자 하는 희망의 메시지를 담아냈다.
한국기독교미술인협회(회장:신미선, 이하 기미협)가 주관한 ‘대한민국 기독교미술상’ 수상자로는 전명자 화백의 작품 ‘예루살렘 입성’이 선정됐다. ‘대한민국 기독교미술상’은 1986년 제정돼 기독교 정신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작가에게 주어지는 미술상으로 한국화, 서양화, 조각, 서예, 공예, 미술이론 등의 분야에서 활동하는 미술가 중 35명에게 수여됐다.
‘대한민국 기독교미술상’ 시상식이 진행된 기미협 제59회 정기전은 지난 10일부터 15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동 갤러리인사 1010에서 ‘자유(Freedom)’를 주제로 개최됐다. 이번 정기전에는 기미협 소속 114명의 작가가 성경 속 자유의 의미를 묵상하고, 그들이 가진 독창적인 작품세계를 다양한 작품을 통해 표현해냈다.
전명자 화백의 작품에 대한 심사평을 전한 원문자 심사위원장은 “그는 원로작가임에도 불구하고 ‘화가는 작품으로 말한다’라는 말을 신조로 열정적인 작품활동을 펼치고 있다”면서 “황홀한 오로라가 비추는 세상 속에서 호산나 예수를 외치는 장면은 현대인들이 잃어버린 기쁨을 환기시켜 준다”고 설명했다.
올해 ‘한국기독미술청년작가상’에는 유리공예 작품을 선보인 강태이 작가(공예분과)가 선정됐다. 그동안 협회 내 청년 작가 회원 중 선정해 수여하던 ‘한국기독청년미술작가상’은 올해부터 협회를 넘어 기독교 신앙을 갖고 활동하는 청년 작가들에게 문호를 개방해 공모를 진행했다.
이번 공모전에는 총 34명의 청년 작가가 응모했다. 수상자 강태이 작가는 ‘눈물로 못 박아 되찾은 평온’, ‘모호한 완성’이라는 작품을 통해 빛의 산란함과 투명함을 숙련된 솜씨로 다뤘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심사위원장 방효성 작가는 “깨어지고 으스러지는 유리의 특성을 연약한 인간이 하나님께 절규하는 내면의 모습을 투영하여 연출했다. 그의 작품은 마치 시를 읽어내는 것과 같은 매력을 준다”며 “영성과 조형적 탁월함을 두루 갖춘 작가로 우뚝 서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기미협 정기 전시전을 위해 작가들은 지난 3월부터 시작해 매달 네 차례에 걸쳐 성경 속 ‘자유’에 관련된 자료를 묵상하면서 작업에 임했다. 오직 예수로 말미암아 죄의 모든 결박으로부터 해방됐음을 고백하며, 기독교 작가들의 손끝에서 ‘진정한 자유’의 의미를 함축한 작품들이 탄생했다.
기미협 신미선 회장은 “하나님이 선물로 주신 ‘자유’를 묵상하며 정기전을 열게 됐다”며, “미술을 하나님이 주신 달란트로 여기며, 어떠한 상황 속에서도 이를 즐거워하며 문화의 지경을 넓혀가는 것은 기독 작가들만이 할 수 있는 ‘적극적 신앙하기’”라고 밝혔다. 또한 그는 “건전한 영적 분별력을 키워가고 있는 기독 작가들이 각자의 작업실에서 말씀을 묵상하며 성경에서 가져온 ‘자유’의 의미를 마음껏 풀어낸 작품들”이라고 소개했다.
각자의 작업실에서 ‘자유’를 소재로 창작활동에 몰두한 작가들의 작품의 분위기와 색채는 다채로웠지만,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한결같았다.
‘바다를 품에 안고서’를 그린 정미희 작가는 평온한 들판 너머 푸른 바다가 보이는 풍경을 통해 도달하고 싶은 나라, 이미 이 땅에 완성된 ‘하나님의 나라’를 연출했다. 정 작가는 “복음은 죄에 갇혀있던 우리를 자유롭게 하고, 번뇌를 잊게 만드는 힘이 있다”며, “과하지도 덜하지도 않은 색감 표현으로 보는 이들에게 따뜻함과 위로를 주고 싶었다”고 전했다.
‘경계선을 넘는 자유’라는 작품을 선보인 기미협 부회장 정두옥 작가는 통기타 위에 철조망의 경계선 밖으로 자유와 희망의 자연 속으로 나아가는 모습을 그렸다.
정 작가는 “자유를 묵상하면서 자유를 위해 목숨을 걸고 북한을 탈출하는 탈북민들의 모습을 떠올리게 됐다. 죽음의 위협을 감수하고 자유를 찾아 탈북하는 이들에게 우리는 너무 무관심하다”며, “제 작품을 통해 북한의 체제 속에 억압받고 고통당하는 이들을 떠올려볼 수 있길 바란다. 특별히 기타가 복음의 즐거운 소식을 전하는 매개체가 되어 자유의 노래를 흘려보내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