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호칭에 대한 반감 높아…‘청장년’ 제안
인식개선사업부터 재취업‧사회공헌활동 계획
“노년 대신 ‘장청년(長靑年)’으로 노년은 노년(路年)과 노인(路人)으로 칭하면 어떨까요?”
노인에 대한 표현을 늙을 노(老)가 아닌, 길로자(路)를 써서, 젊은이들의 길이 된 사람을 뜻하는 표현으로 사용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사)하이패밀리 대표를 맡고있는 송길원 목사는 노인인구 1천만 시대를 맞이하는 2024년을 준비하며, 노인의 호칭에 대한 변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내년이면 58년생들이 노년세대로 편입되면서 노인인구 1천만 시대를 맞이한다. 이에 발맞춰 한국사회가 노인에 대한 새로운 지표를 제시하고 교회도 이에 대한 고민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3일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송길원 대표는 “백세시대가 도래한 만큼 100세가 된 어르신을 진정한 노인으로 받아들이자. 노인의 용어를 ‘길로(路)’를 써서 ‘노년(路年)’, 또는 ‘노인(路人)’이라 부를 때 노인의 존엄함을 인정하고 존경하는 문화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하이패밀리는 시니어파트너스(가칭)와 공동으로 노인인구의 호칭에 대한 설문조사를 최근 실시했다. 이번 조사는 하이패밀리 방문객 1,720명의 베이비부머 세대(1955~1974년생)를 대상으로 진행됐다는 것이 큰 특징이다. 현 베이비붐 세대는 모두 1700만명에 육박하며, 이는 우리나라 총인구 3명 중 1명꼴에 해당한다. 10년 후에는 이들의 비중이 45%로 높아진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예측이다.
이번 조사 결과 노년과 어르신이라는 단어보다 대체용어인 ‘장청년(長靑年)’에 82%의 압도적 지지를 보였음을 알 수 있었다. 기존 노년이나 어르신에 대해서는 79%가 거부감이 든다고 밝혔다. 기존에 활용되고 있는 용어인 시니어는 외국어라서 생소하고, 어르신은 구태의연하다는 점에서 거부감이 있었다. ‘어르신’이라는 용어는 지난 1998년 한국사회복지협의회가 대체호칭 현상공모를 통해 선정한 말이다.
반면 ‘장청년’이라는 용어에는 10명 중 8명 이상이 찬성한다는 뜻을 보였다. 송 대표는 “장청년에서 장은 ‘길장’이 아니라 ‘씩씩할 장’을 뜻한다. 더구나 유년-소년-청소년-청년-중년-장년에 이르는 생애 발달 단계를 따라 자연스럽다는 의견”이라고 설명했다.
노인은 ‘나이가 들어 늙은 사람’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갖는다. 한때는 풍부한 경륜이 있는 존경스러운 어른이라는 의미가 있었지만, ‘노인’이라는 단어 자체에는 병약하고 무기력하다는 부정적인 어감이 강하다. 실제로 나이가 들어도 청년 못지않게 왕성한 활동을 벌이는 현 고령세대에 맞는 새로운 이름을 붙여줄 필요가 있다.
한국뿐 아니라 외국에서도 노인인구 증가에 따라 호칭을 바꾸는 추세다. 일본의 경우 ‘고년자(高年者)’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하고 있으며, ‘실버세대’라는 말도 많이 쓰인다. 지난해 국회에서는 노인복지법의 ‘노인’이란 용어를 ‘시니어’로 바꾸는 개정안이 발의되 한글 단체의 거센 반발을 샀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4월 ‘고령자’ 명칭을 ‘장년’으로 바꾸는 고령자고용촉진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한 바 있다.
도쿄 노인의학연구소가 지난 2007년 실시한 ‘노인의 건강과 체력’ 조사에서는 87세 노인의 건강과 체력이 70세에 해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30년 사이 17세가 젊어진 것이다. 송 대표는 “요즘엔 자신의 나이에 0.7을 곱하면 아버지 세대의 신체·정신·사회적인 나이와 맞먹는다고 한다. 결국 내년에 노령인구에 편입되는 65세는 겨우 45세 정도”라며 사회적 나이에 따라 고령인구가 활력있게 살도록 도울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우리나라 주요 노인 복지 제도가 만 65세 이상을 기준으로 한다는 점에서 노인 연령의 기준도 매우 중요하다. 1956년 UN이 65세를 고령자 기준으로 정했으며, 국내에서도 이를 지금까지 고령화를 가늠하는 척도로 사용해왔다. 이때부터 기초연금, 장기요양보험, 지하철 경로우대 등 주요 노인 복지제도를 만 65세 이상을 기준으로 운용하기 시작해왔다.
송 대표는 시대의 변화에 맞는 새로운 시니어단체 설립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내년부터 노령인구가 천만이 되어가는 것을 주목하면서, 미국의 AARP(은퇴자 권익보호단체)처럼 시니어들의 교육과 재취업, 사회를 위한 공헌 등 다양한 프로그램 개발을 목표로 고령인구가 천만이 되는 내년 1월 ‘시니어파트너스(가칭)’를 출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시니어파트너스는 미국의 고령자 권익옹호 단체인 AARP(An Ally for Real Possibilities)를 모델로 하여 한국의 고령화 사회에 대비한 사회연대 운동을 펼친다는 계획이다. 비영리기구로 노인들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경제 △건강 △죽음⸱장례 △교육 △레저 등의 각종 활동을 지원하고 도울 예정이다. 이를 위한 노년에 대한 인식개선 사업에서부터 고령자의 교육, 재취업, 사회공헌 활동 등을 통해 노인을 사회의 엔진 역할로 세우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송 대표는 “커지는 장수 리스크(longevity risk) 속에서 이 땅의 노인이 세상의 ‘짐’이 되지 말고 ‘힘’이 되어야 한다. 늙는다는 것은 절망이 아니라, ‘신의 은총’”이라며 “노년의 시기, 인생의 절정을 누릴 수 있도록 새로운 미래를 창조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