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은퇴하신 원로목사님을 만나 대화를 하던 중에 너무나 귀한 말씀을 들었습니다.
그 목사님은 교계가 다 아는 큰 교회를 담임하셨던 분입니다. 목사님께서 고백하기를 “나는 목회를 하나님만 보고 하면 되는 줄 알았어. 그런데 아니야, 목회는 하나님만 바라보고 하는 것이 아니고, 사람들을 바라보고 해야 하는 것이었어… 왜냐하면 하나님의 마음이 사람들을 향해 있기 때문이야.”
이 말씀을 듣는 순간 적지 않은 충격이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수없이 들었던 말은 “하나님만 바라보고 목회해야 한다”는 말이었기 때문입니다. 무슨 의미인지는 알지만 목회는 하나님께서 맡기신 양을 위해 해야 한다는 기본적인 진리를 잊고 목회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부활하신 주님께서 베드로에게 왜 그토록 나를 사랑하느냐고 세 번씩이나 물으시면서까지 사랑을 확인하셨는지 그 이유가 깨달아졌습니다. 주님을 사랑한다면 주님께서 맡겨주신 양들을 사랑해야 하기 때문이었습니다.
저는 수많은 목회자들이 나름대로 ‘이런 목회자가 되어야 한다, 저런 목회자가 되어야 한다’ 하는 말들을 하는 것을 들어보았지만 성도들이 바라는 목회자는 공부를 많이 한 목회자도 아니고, 설교를 잘하는 목회자도 아닌 것을 깨달았습니다. 저들이 진심으로 갈망하고 있는 목회자는 성도들을 사랑하는 사랑의 목회자인 것을 말입니다.
그런 생각으로 주님이 맡겨주신 양들을 사랑하는 목회자는 어떤 목회를 해야 할까 고민해 보니 위로하고 축복하는 일이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목회는 잘 했다고 인정받았는데 성도들이 찢겨져 있다면 과연 성공적인 목회자라 할 수 있겠습니까? 아버지의 마음으로 목회를 하면 상처입고 울고 있는 가련한 영혼들이 보이기 마련입니다.
한편 목회자의 가족도 주님이 맡기신 양이라는 생각을 잊어선 안 되겠습니다.
저는 목회자 자녀 세미나를 섬기면서 가장 놀랐던 설문조사 결과 중 하나가 청소년기에 있는 목회자 자녀들 가운데 무려 절반 가량이 아버지를 목회자로 존경하지 않고 있으며, 말씀에 은혜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오히려 많은 목회자 자녀들의 가슴 속에는 아버지를 향한 원망과 아픔이 응어리져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더 심각한 것은 목회자 사모들의 마음은 더 상하고 깨어져 있어서 성도들 앞에서 웃는 웃음조차 힘들어 할 정도로 기쁨을 잃어버린 분들이 많다는 것을 보았습니다.
목회자 가족도 하나님이 맡기신 양입니다. 그러므로 목회자는 가정에서든 교회에서든 어디에서든 위로하고 축복하는 사람이 되어야 할 사명을 가지고 있습니다. 104세 철학자로 알려진 김형석 교수는 자신이 죽은 후 이런 묘비명이 새겨졌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당신 때문에 행복했습니다.” 오늘 하루도 하나님 아버지의 마음으로 위로하고 축복하는 목회자들이 되어 사랑의 목회자들이 있는 가정과 교회, 그리고 세상이 사랑의 목장이 되기를 소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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