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주를 열며] 한국교회 뇌관, 목회자 은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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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주를 열며] 한국교회 뇌관, 목회자 은퇴
  • 조성돈 교수
  • 승인 2022.11.30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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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돈 목사
라이프호프 대표
조성돈 교수
조성돈 교수

목회자의 은퇴는 면류관이다. 이는 70세가 되기까지 목회자로서 흔들림이 없었음을 의미하고, 본인의 건강도 가능해야 하고, 무엇보다 가정적으로도 흠이 없어야 함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또한 목사로서 30~40년을 살면서 공동체와 큰 문제 없이 말씀으로 목양해 왔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목회자의 은퇴는 정말 큰 면류관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요즘 목회자의 은퇴가 어지러워지면서 많은 문제를 낳고 있다. 목회자 입장에서는 평생 목회한 교회이다. 교회가 오늘 여기 오기까지 자신이 모든 헌신을 아끼지 않았고, 교인들도 자신의 양육 가운데 자랐다. 그러기에 교회가 자신의 은퇴 이후를 책임져 줄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돈 문제가 나오자 냉정하게 변했다.

목회자가 은퇴하는 과정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는 ‘집’이다. 평생 사택에서 살았던 목사의 입장에서는 주거에 대한 걱정을 별로 해 본적이 없다. 그런데 은퇴를 하면 당장 후임자를 위해서 사택을 비워줘야 한다. 그런데 당장 들어가 살 집이 없다. 적어도 전세값이라도 있어야 할텐데, 그것도 쉽게 몇 억이다. 모아 놓은 돈도 없고, 교회보고 해 달라고 하려니 너무 큰 돈이다. 요즘 같은 시대에 자녀 집에 들어가 살자고 할 수도 없고, 자녀에게 봉양을 요구할 수도 없다. 준비된 것이 없으면 정말 난감한 문제이다.

한국교회의 문제는 목회자의 은퇴에 대한 매뉴얼이나 가이드라인이 없다는 것이다. 목회자가 은퇴할 때가 되면 교회와 거래 아닌 거래를 해야 한다. 교회의 형편과 목회자의 사역 연도와 성과 등을 가지고 은퇴 조건을 이야기한다. 그런데 이 과정이 원만하게 진행되는 것을 별로 본 적이 없다. 서로 섭섭하고, 화도 나고, 다툼도 일어나고, 심지어 교회가 싸움과 분열까지 가게 된다. 만약에 매뉴얼이나 규칙이 있었다면 좀 달랐을 것 같다. 모두 다 적용할 수 있는 매뉴얼이야 쉽지 않겠지만, 적어도 그걸 기준으로 삼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교단이 이 부분을 좀 챙겨 주었으면 한다.

그리고 목회 준비는 일찍 시작해야 한다. 교회에서 일찍부터 공론화하고 규칙을 만들어서 준비해야 한다. 이번 연구를 위해서 목회자들을 만나 보았는데, 이미 은퇴 10년 전에 시작했다는 사람도 있는데, 그의 말이 좀 더 일찍 시작했다면 더 좋을 것 같다고 한다. 은퇴에 임박해서 액수를 이야기해야 하니, 그런 목돈이 교회에 큰 부담이 되고, 그게 서로에게 부담으로 다가온다. 그래서 은퇴적립금을 챙기고, 은퇴를 대비한 적금도 있으면 좋을 것 같다.

앞으로 노회 차원의 중재위원회도 있으면 한다. 아무래도 은퇴하는 목회자가 교회의 리더들과 직접적으로 그런 이야기를 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중간에서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는 중재위원회가 있다면, 좀 더 원만히 풀릴 것 같다. 이런 역할을 감리교에서는 감리사가 감당한다. 교회와 목회자 사이에서 경험을 바탕으로 해서 서로를 이해시키고, 합의를 도출한다. 그런데 장로교에는 이런 역할을 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없다. 그래서 중재위원회를 설치해서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해서 은퇴가 아름다울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이제 곧 소위 이야기하는 베이비부머 세대가 교계에서 은퇴를 한다. 그들은 한국교회의 부흥 시대의 마지막을 경험하며 성장과 풍성함을 경험한 세대들이다. 그런데 자신들이 그 모든 영광 가운데 은퇴하는데 자신들의 노후를 걱정해야 한다. 은혜로 목회를 이어왔지만, 이제는 현실로 은퇴를 맞아야 한다. 바로 이들의 은퇴가 한국교회에 커다란 폭탄이 될 수 있다. 준비되지 않은 은퇴는 본인과 교회에 재앙이 될 수 있다. 지금이라도 한국교회의 현실과 미래를 위해 목회자 은퇴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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